기획시리즈

초저금리시대 위기의 은행

ngo2002 2013. 5. 20. 10:09

"부실대출 급증에 이자수익마저…" 은행 점포 10곳중 3곳 `적자`
이자이익 비중 88% 저금리 시대 치명타…1분기 순이익 반토막
기사입력 2013.05.13 17:29:59 | 최종수정 2013.05.13 19:34:28

◆ 초저금리 시대 위기의 은행 / (上) 흔들리는 은행 수익구조 ◆

"아이고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모 시중은행 부행장은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자부문 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줄곧 하락하다 3월 들어 바닥을 치는가 싶었는데 기준금리 인하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바로바로 기준금리 인하분을 반영해야 하지만 수신금리는 상대적으로 반영이 느리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초저금리 상황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차적인 타격은 은행이 받았다. 이자부문 이익이 급감하면서 수익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부실채권 증가로 대손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자수익까지 줄어들게 되면서 은행마다 비상이 걸렸다. 더 악화되면 적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은행의 적자는 국가경제에 치명적이다. 글로벌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외화조달 비용이 높아진다. 궁극적으로는 정부나 개인의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

당장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이번 주 중 예금상품 금리를 0.2~0.3%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졌기 때문에 당연한 귀결이다. 이 때문에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대부분 2%대로 내려앉았다. 일부 은행은 1년짜리 정기예금 고시 금리를 1%대로 낮추기까지 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 은행의 순이자마진(NIM)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예금 금리도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13일 한 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은행 직원의 상담을 받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이 같은 저금리는 국내 은행 수익성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 은행의 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1월부터 3월까지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은 1조8000억원이었다. 지난해 3조3000억원의 55.1% 수준이다.

1분기는 6월 말이나 연말에 비해 부실채권 관리 등의 압박이 작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기다. 그런데 1분기 순이익이 이처럼 급감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위기신호`다.

특히 이자부문 이익이 작년 1분기 9조7000억원에서 올해 8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NIM은 1.95%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았다. 앞으로 시중금리가 더 떨어지면 은행의 이자이익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부 은행은 기준금리 인하로 수개월 내 1.5%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이자부문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 은행권 비이자이익은 1조2000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44.6%가 감소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이자이익 비중이 너무 높은 것이 문제다. 국내 은행들의 지난 1분기 이자이익 비중은 88%를 기록해 전년 동기 81.5%보다 상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프랑스, 영국 은행들은 이 비중이 41%, 44%에 불과하다. 미국은 65%, 일본은 69%로 역시 한국보다 낮다.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우리나라 은행들은 이자수익 의존도가 높다"며 "경제성장기에는 자산을 늘리면 이자마진이 같아도 수익을 늘릴 수 있었지만 저성장ㆍ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구조적인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현 상태에서 은행 총이익이 지금보다 25% 줄어들면 영업적자를 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은행 영업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합친 총이익에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제외하고 충당금 전입분을 제외해 계산한다.

이자이익, 비이자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판관비는 예전 수준으로 유지되고 대손충당금 전입분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NIM 하락에 따른 충격은 은행마다 차이가 크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원화예수금 중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각각 36%, 32%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저원가성 예금은 급여통장 등 낮은 이자를 지급하는 예금을 말한다.

NIM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이 예금이 많은 은행일수록 수익감소가 더 크다. KB국민은행은 저원가성 예금 규모가 61조원으로 가장 크고 우리은행도 54조원으로 두 번째로 크다. 신한은행도 저원가성 예금 47조원으로 전체에서 32%를 차지해 결코 작지 않다. 상대적으로 저원가성 예금이 적은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은 타격이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은 줄어드는데 은행들은 `출혈경쟁`에 나섰다. 서울 양재동의 모 기업에 최근 B은행에서 찾아와 대출금리를 연 3.5%로 맞춰줄 테니 거래은행을 바꾸지 않겠느냐고 물어왔다. 다른 은행에서 연 4.1% 대출을 받고 있던 터라 대출을 갈아타기로 마음먹었다. 신규 대출시장 개척이 어려워지자 `역마진`을 감수하더라도 타 은행 고객을 끌어와 덩치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쟁으로 영업점 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곳이 속출하고 있다. 금감원이 파악한 바로는 최근 국내 은행의 적자 점포가 3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진명 기자 / 박용범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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