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흔들리는 농협금융 (상)(하)

ngo2002 2013. 5. 20. 10:05

은행 인사·예산 놓고 중앙회·금융지주 충돌
한지붕 두개의 法
기사입력 2013.05.16 17:17:59 | 최종수정 2013.05.16 19:31:08

◆ 흔들리는 농협금융 (上) / 기형적 지배구조 ◆

#1. 지난해 12월, 한 서류에 서명을 하던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 표정이 저절로 굳어졌다. 신 회장이 서명한 것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 임원 인사 관련 서류였다. 당시 농협금융은 농협은행 부행장 10명 가운데 5명을 퇴임시키는 뜻밖의 인사를 냈다.

신 회장 표정이 굳어진 것은 금융지주 인사인데도 본인 의사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협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결국 금융지주 회장의 모든 권한은 인사권에서 나오는데, 신 회장은 사실상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기자간담회에서 농협중앙회 소속이었던 IT부문의 은행 이관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달 뒤 농협중앙회는 이를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전산부문을 은행으로 이관했을 때 조합장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다는 반발 탓이다.

결국 지난 3월 농협은행 전산망은 외부 공격을 받아 마비됐다.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책임을 묻자 농협중앙회 측에서는 IT 소관도 아닌 농협금융지주 쪽으로 책임을 떠넘겼다.

신 회장은 이 일로 상당한 억울함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해킹 사고 당시에는 이재관 당시 전무이사가 사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15일 신 회장이 임기 1년여를 앞두고 전격 사퇴하면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신 회장은 "금융지주회사법과 달리 농협법은 대주주인 농협중앙회가 금융 자회사ㆍ손자회사까지 지도ㆍ감독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며 "중앙회의 과도한 경영 간섭 때문에 지난 1년간 지주 회장으로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농협은행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 경영을 책임지는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은 농협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협중앙회는 농협법에 근거해 농협금융지주 경영에 광범위하게 개입해왔다.

농업협동조합법은 `중앙회가 금융지주를 지도ㆍ감독하고 결과에 따라 경영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회가 대주주 권한을 넘어서 인사, 예산 등 운영 전반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인 셈이다.

농협중앙회 개입은 지주회장 경영권을 제한한 것과 동시에 금융지주회사법과 충돌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대주주라도 지주회사에 대한 개입을 제한하고 있다.

또 농협법 142조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와 그 자회사를 관리ㆍ감독하도록 허용하고 있고, 금융지주법 15조도 자회사에 대한 경영 관리를 금융지주회사 주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법으로 보면 농협금융지주의 금융 자회사들은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두 곳의 지배를 받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농협중앙회 소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충돌할 것을 우려해 공개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에서 농협금융은 강제로 분리된 측면이 있고 실질적으로 농협금융 목표가 농민을 위한 것인지, 은행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인지 등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며 "제도와 관련된 부분은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았기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금융 지배구조가 확실하게 개선되지 않는 한 누가 회장으로 오더라도 중앙회와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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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인사·예산 놓고 중앙회·금융지주 충돌
한지붕 두개의 法
기사입력 2013.05.16 17:17:59 | 최종수정 2013.05.16 19:31:08

◆ 흔들리는 농협금융 (上) / 기형적 지배구조 ◆

#1. 지난해 12월, 한 서류에 서명을 하던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 표정이 저절로 굳어졌다. 신 회장이 서명한 것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 임원 인사 관련 서류였다. 당시 농협금융은 농협은행 부행장 10명 가운데 5명을 퇴임시키는 뜻밖의 인사를 냈다.

신 회장 표정이 굳어진 것은 금융지주 인사인데도 본인 의사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협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결국 금융지주 회장의 모든 권한은 인사권에서 나오는데, 신 회장은 사실상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기자간담회에서 농협중앙회 소속이었던 IT부문의 은행 이관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달 뒤 농협중앙회는 이를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전산부문을 은행으로 이관했을 때 조합장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다는 반발 탓이다.

결국 지난 3월 농협은행 전산망은 외부 공격을 받아 마비됐다.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책임을 묻자 농협중앙회 측에서는 IT 소관도 아닌 농협금융지주 쪽으로 책임을 떠넘겼다.

신 회장은 이 일로 상당한 억울함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해킹 사고 당시에는 이재관 당시 전무이사가 사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15일 신 회장이 임기 1년여를 앞두고 전격 사퇴하면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신 회장은 "금융지주회사법과 달리 농협법은 대주주인 농협중앙회가 금융 자회사ㆍ손자회사까지 지도ㆍ감독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며 "중앙회의 과도한 경영 간섭 때문에 지난 1년간 지주 회장으로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농협은행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 경영을 책임지는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은 농협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협중앙회는 농협법에 근거해 농협금융지주 경영에 광범위하게 개입해왔다.

농업협동조합법은 `중앙회가 금융지주를 지도ㆍ감독하고 결과에 따라 경영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회가 대주주 권한을 넘어서 인사, 예산 등 운영 전반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인 셈이다.

농협중앙회 개입은 지주회장 경영권을 제한한 것과 동시에 금융지주회사법과 충돌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대주주라도 지주회사에 대한 개입을 제한하고 있다.

또 농협법 142조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와 그 자회사를 관리ㆍ감독하도록 허용하고 있고, 금융지주법 15조도 자회사에 대한 경영 관리를 금융지주회사 주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법으로 보면 농협금융지주의 금융 자회사들은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두 곳의 지배를 받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농협중앙회 소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충돌할 것을 우려해 공개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에서 농협금융은 강제로 분리된 측면이 있고 실질적으로 농협금융 목표가 농민을 위한 것인지, 은행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인지 등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며 "제도와 관련된 부분은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았기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금융 지배구조가 확실하게 개선되지 않는 한 누가 회장으로 오더라도 중앙회와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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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익-건전성 두고 `동상이몽`
흔들리는 농협금융…서로 다른 조직목표
기사입력 2013.05.17 17:59:49 | 최종수정 2013.05.17 19:45:35

"경영 환경이 더 나빠질 게 뻔하지만 중앙회에서 더 내라고 하니 도리가 없었습니다."

농협금융지주 한 임원은 최근 브랜드 사용료가 과한 것 아니냐는 금융감독원 측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농협` 명칭을 사용한 대가(브랜드 사용료)로 농협중앙회에 4351억원을 지급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난 4535억원을 중앙회에 내야 한다.

최근 사의를 표한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 역시 브랜드 사용료가 과한 측면이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브랜드 사용료는 사실상 주주배당이다. 금융사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농협금융 건전성을 고려한다면 상당 부분 브랜드사용료 지급을 유보해야 한다는 게 농협금융지주 경영진 판단이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농협법을 근거로 그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농협중앙회는 `매출액 2.5% 범위에서 총회에서 정하는 부과율로 명칭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농협법 규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서도 농림축산식품부와 갈등 요소가 있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농민 지원이라는 중앙회 목표와 은행 건전성이라는 금융지주 목표 사이에서 아직까지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브랜드사용료 적정 수준을 두고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이 충돌한 것은 두 조직이 추구하는 목적이 현격하게 다른 데서 비롯됐다. 농협금융지주는 금융당국 감독을 받으며 `건전성`이라는 목적을 갖고 있는 반면 농협중앙회는 농민 권익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협지주 불만에도 불구하고 농협중앙회가 순익의 절반 가까이를 브랜드사용료로 떼어간 명분도 농민 지원에 있었다. 신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며 "사회주의적인 농협중앙회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농협금융지주 측은 신용사업이 경제사업 수익센터로서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독립이 필수라는 주장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시중 금융지주와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더 많은 수익을 농민들을 위해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의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금융지주가 전문성을 갖고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 회장 역시 "지난 1년간 중앙회에 볼모로 잡힌 것 같았다"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농협중앙회 측은 지주 매출액 일정 부분을 가져와 경제사업 적자를 메우고 조합원들 이익을 보전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는 주장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신경 분리에 따라 경제사업 자금 조달 및 사업 수행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조합원들이 선출한 중앙회장이 조합원들이 당면한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최근 농협생명은 중앙회에 대한 과도한 배당 문제로 금융감독원 특별검사를 받기도 했다. 농협생명은 3월 지난해 당기순이익 44%에 해당하는 483억원 규모 주주 배당을 단행했는데 금감원 권고 수준을 훨씬 넘는 규모였다. 농협생명 측은 "주주배당은 지역 농협과 조합원 이익으로 귀속된다"고 해명했지만 금융권에서는 과도한 배당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올해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순익 유출을 두고 중앙회와 지주 갈등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협동조합은행으로 농협은행 및 자회사들 경영 목표가 농민을 위한 것인지,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인지에 대한 혼선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