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더워지는 한반도>①,2,3,4,5.대기중 CO2 농도 첫 400ppm 상회…세계최고

ngo2002 2013. 5. 16. 11:59

 

 

 

<더워지는 한반도>①대기중 CO2 농도 첫 400ppm 상회…세계최고

한반도의 대기 중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의 연 평균 농도가 지난해 처음으로 400ppm을 넘어섰다. 사진은 남산 N 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심(자료사진)

화석연료 소비 급증…세계 최대 배출국 중국 영향도
이상 기상 현상 빈발 불구, 감축 노력은 '역주행'

<※편집자주 =기후변화에 대한 지구촌 공조 논의가 국가간 이익에 가로막힌 가운데 최근 한반도 대기중 온실가스 농도가 급증하면서 온난화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온실가스 농도는 큰 폭의 기온 상승, 극한 기후 등으로 우리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연합뉴스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한반도의 급격한 온난화 진행 상황을 짚어보고 선진국의 기후변화 대응 사례 등을 통해 우리의 온난화 대응 방향을 조명하는 기획기사를 11회에 걸쳐 송고한다.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한반도의 대기 중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의 연 평균 농도가 지난해 처음으로 400ppm을 넘어섰다.

   한반도 상공의 온실가스 농도는 전세계 최고 수준인데,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화석연료 소비량이 워낙 많은데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의 영향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속화하는 온난화가 이상 기상현상을 유발하고 농업, 수산업 등 우리생활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온난화 억제 노력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 대기중 온실가스 급증…CO2 첫 400ppm 상회 = 고려대기환경연구소(소장 정용승)는 태안반도에 위치한 관측소에서 측정한 지난해 한반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연평균 농도가 평균 401.2ppm으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어선 것은 이 연구소가 한반도 온실가스 농도 측정을 시작한 지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고려대기환경연구소의 태안 관측소는 세계기상기구(WMO)와 미국 대기해양국(NOAA)이 관할하는 전세계 60여개 온실가스 측정소 가운데 하나다. 특히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의 배출 영향을 가장 근거리에서 관측하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1990년에 처음 설치된 이 측정소는 인근 대도시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태안반도 끝에 설치됐으며, 바람이 서해에서 우리나라 쪽으로 부는 시점의 측정값 만을 집계해 한반도의 배경적이며 대표적인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해왔다.

   이곳에서 측정한 온실가스 농도는 지난 1991년 360.1ppm에서 21년 만에 40ppm이나 늘면서 전세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한반도의 온난화 속도를 대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또 다른 온실가스인 일산화탄소(CO) 농도는 239.7ppb에서 256.6ppb로,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난화 효과가 20배 이상 큰 것으로 알려진 메탄(CH4) 농도는 1,842.8ppb에서 1,934.7ppb로 증가했다.

   ◇ 세계 최대 '굴뚝' 속 한반도, 온실가스 농도 세계 최고 = 태안에서 측정된 한반도 온실가스 농도는 전세계 최고 수준이다.

   NOAA의 온실가스 측정을 주도하는 미국 연구진이 하와이 마우나로아 화산 부근의 관측소에서 세계표준으로 측정한 지난해 연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395ppm. 이는 태안의 측정치보다 6ppm나 낮다.

   중국 서부 티베트 고원의 왈리구안(Waliguan) 산과, 몽골 고비사막의 울란 울(Ulaan Ull) 관측소에서 측정된 온실가스 수치도 태안의 이산화탄소 농도보다 낮았다. 이들 관측소는 각각 중국의 서쪽과 북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곳이다.

   이런 측정 결과는 중국의 풍하측(바람이 불어가는 방향)에 위치한 한반도가 중국발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태안의 온실가스 농도를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이런 상황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1990년 이후 태안에서 측정된 이산화탄소 농도는 하와이보다 대략 5∼6ppm, 몽골과 티베트 고원 측정치에 비해서는 3∼5ppm 정도 높다.

   또 태안의 메탄 농도는 하와이보다는 100ppb, 몽골과 티베트 고원보다는 40∼60ppb 가량 높았다. 일산화탄소 농도는 하와이보다 150ppb, 몽골 및 티베트 고원보다는 100ppb 가량 높다.

   정 소장은 "태안에서 측정된 온실가스 농도가 중국, 몽골, 하와이에 비해 높다는 것은 인구밀도가 높고 화석연료 소비가 많은 동아시아의 배출량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한반도 상공의 온실가스 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온실가스 배출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태안에서 측정된 수치가 티베트 고원이나 몽골 측정치보다 높다는 것은 한반도의 풍상측(바람이 불어오는 쪽)에 위치한 중국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 화석연료 소비량 급증세 지속…감축 노력은 '역주행' = 세계 어느곳보다 대기중 온실가스 농도가 높은 한반도는 '기후변화의 최전선' 가운데 하나다.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 상승 폭(1.8도)이 세계 평균(0.75도)을 크게 웃도는 가운데, 최근에는 폭염과 폭우, 폭설, 가뭄 등 극한기후 발생 횟수가 늘고 있다.

   이런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가 한반도 상공에서 급격히 늘어난 것은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화석연료 사용량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
국제사회에서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는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의 30%를 줄이겠다는 자발적 감축 목표를 2009년에 발표했다.

   그러나 이듬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6천880만t CO2e(이하 정부 공식통계 기준, 여섯가지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총량)으로 전년에 비해 9.8%나 늘어나면서 정부의 야심찬 감축 목표를 무색케했다.

   더욱이 이후에도 화석연료 소비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1년 공식 배출량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화석연료 사용량 증가세가 이어진 만큼, 배출량 증가세도 지속됐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2년 에너지통계연보에 인용된 영국 BP의 전세계 에너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11년 '1차 에너지 사용량(재생 에너지를 포함해 상업적으로 거래된 연료 총량)'은 2억7천600만t으로 전년대비 2.89% 늘었다. 2010년에 사용량은 2억5천500만t으로 전년대비 7.7% 증가했었다.

   우리나라 화석연료 사용량 증가의 주 원인은 화력발전이다. 특히 화석연료를 직접 구입해 사용하는 것보다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싼 가격구조 때문에 산업계는 물론 가정에서도 전기 사용량이 크게 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정부와 산업계 및 국민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미 2010년 배출량이 6억6천880만t CO2e으로 2020년까지 배출량 감축을 통해 목표로했던 5억6천900만tCO2e를 15%나 웃돌았다. 또 올초 시행하려던 배출권거래제는 산업계의 반발에 밀려 2015년으로 시행 시기가 늦춰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환경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과거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배출량 전망치(BAU)를 전면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노력 대신 배출량 전망치 자체를 늘려 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전망치 수정에 앞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9년 당시 예측에 비해 왜 대폭 늘어났는지부터 분석해야 한다. 전망치만 변경해 감축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꼼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등 전방위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meolakim@yna.co.kr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2013-05-01 21:50 송고]

 

<더워지는 한반도>②화려해진 중국의 야경…한반도엔 毒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에서 날아온 대기오염 물질과 황사가 이웃인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내뿜는 온실가스도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까?
◇화려해진 중국의 야경…20년 새 3배로 넓어진 오염원 = 위성에서 바라본 동아시아의 야경은 최근 20년 새 몰라보게 달라졌다.

   특히 고도의 경제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G2의 한 축으로 부상한 중국의 야경은 눈에 띄게 화려해졌다.

   미국 대기해양국(NOAA)이 군사기상위성시스템(DMSP) 영상 등을 통해 생성한 동아시아 불빛 영상을 보면 1992년부터 2000년 사이에 중국의 광원(光源)이 대략 3배 정도로 넓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금융위기 전까지 10~14%의 고도성장세를 지속했고, 지금도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한 결과다.

   화려해진 야경은 보기에 좋지만, 온난화 측면에서는 분명히 마이너스 요인이다. 광원이 늘어난 만큼 도시화가 진전되고 그만큼 화석연료 소비와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 배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서 편서풍이 불어가는 방향에 있는 한반도는 중국의 도시화 진전에 따른 환경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세계최대 굴뚝' 속 한반도 온실가스 농도 세계 최대 = 중국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72억5천900만tCO2로(2010년 기준) 세계 1위 국가다.

   한국도 배출량(5억6천300만tCO2) 순위로는 7위로 상위에 속한다. 그러나 중국의 배출 총량은 한국의 13배에 달한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중국 온실가스가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고 그 영향에서 한반도도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중국과 한반도는 편서풍대에 속해 있는데, 중국은 풍상측(바람이 불어오는 쪽)에 한국은 풍하측(바람이 불어가는 쪽)에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바람을 타고 한반도를 거쳐 간다. 정확한 양을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한반도 상공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대기환경연구소(소장 정용승)가 측정한 지난해 한반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는 400ppm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NOAA의 온실가스 측정을 주도하는 미국 연구진이 하와이 마우나 로아 화산 부근의 관측소에서 세계 표준으로 측정한 지난해 연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395ppm으로 태안의 측정치보다 6ppm 낮다.

   중국 오염의 영향을 받지 않는 서부 티베트 고원의 왈리구안(Waliguan) 산과, 몽골 고비사막의 울란 울(Ulaan Ull) 관측소에서 측정된 온실가스 수치도 태안의 이산화탄소 농도보다 낮았다.

  


<이산화탄소 농도 추세 비교 : 하와이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0으로 놓고 태안(붉은색 선), 몽골(파란색 선), 중국 티베트(초록색 선)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장기 비교한 결과 태안의 수치가 다른 3개 지역에 비해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태안과 중국, 몽골 측정소의 이산화탄소 농도 차는 중국의 풍하측에 위치한 한반도가 중국발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는 방증이다.

   정 소장은 "중국 온실가스 배출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다. 다만, 태안에서 측정된 수치가 티베트 고원이나 몽골 측정치보다 높다는 것은 한반도의 풍상측에 위치한 중국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블랙카본 등 기후변화 가속화 우려 = 중국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해 계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류권 오존과 블랙카본 등 대기 중 수명이 수일에서 수주 정도로 짧은 '단기체류 기후변화 유발물질'이 한반도 기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블랙카본은 자동차나 공장 등에서 화석연료나 나무 등이 불완전 연소할 때 나온다. 대류권 오존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과 질소산화물(NOx) 등이 햇볕과 반응해 생성된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주원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4차 보고서는 대류권 오존과 블랙카본의 온난화 기여도가 이산화탄소와 메탄 다음으로 강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1년에 펴낸 '블랙카본과 대류권 오존에 대한 종합 평가' 보고서에서 두 물질이 아시아 몬순과 같은 지역 기류 순환 패턴에 영향을 줘 기후변화에 기여한다고 분석했다.

   송창근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전세계적으로 단기체류 온난화 유발 물질의 가장 큰 배출원이 중국이므로 한국이나 일본은 그 영향을 벗어날 수가 없다"며 "두 물질의 수명은 짧지만 한번 지나가도 새로운 것이 또 오다 보니 한반도 상공에 계속 떠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중국에서 배출된 단기체류 기후변화 유발물질은 반나절에서 이틀이면 한반도에 영향을 주며, 기후변화 가속화하고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에 해가 된다.

   ◇중국 직접적 영향 단정 어려워…관련 연구 필요 = 그러나 중국이 뿜어내는 온실가스가 한반도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상승에 일정 부분 기여한다고 해도,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아 온난화 속도가 빠르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이견도 있다.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대부분 온실가스는 한번 배출되면 대기 중에 수십 년 이상 존재하면서 이동하고 섞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인접 국가의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천호 국립기상연구소 기후연구과 과장은 "이산화탄소는 한번 배출되면 대략 200년간 전 세계를 떠돈다"며 "온실가스는 공기 중에서 계속 돌고 돌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남극에서도 발견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창근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중국에서 나온 온실가스가 전 지구적인 규모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만 중국의 직접적, 국지적 영향은 아직은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는 만큼 깊이 있는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기후변화 대응 환경기술개발 사업과 2018년 발사를 목표로 정지궤도 환경위성(지구환경위성)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환경위성은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지역 기후변화와 대기환경을 동시에 감시하게 된다.

   kje@yna.co.kr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2013-05-07 06:15 송고]

 

더워지는 한반도>③요동치는 날씨…극값 급증

낮 최고 기온이 27도까지 오르는 등 초여름 날씨를 보인 지난 7일 서울 광화문광장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자료사진)

한파·가뭄·폭염, 이상기후의 일상화
온난화 빠른 한반도 기후변화에 민감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한반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파, 가뭄 등 기상 이변이 일상화하고 있어 더는 '이상(異常)' 기후라고 부르기도 무색할 정도다.

   특히 우리나라는 온난화 속도가 전 세계 평균보다 빨라 기상이변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최근 들어서 극한 기후의 빈도나 정도가 심해지는 경향이 이를 잘 보여준다. 1990년대 이후 극값 경신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계절에 따라 한파, 폭염, 가뭄, 집중호우 등 비정상적인 기후의 형태는 다르지만 현상별 원인은 모두 '지구온난화'에서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기후 극값(extremes of weather) = 기상 이변은 해를 거듭해 오면서 꾸준히 일어났다.

   문제는 갈수록 기상 이변이 과거보다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그 정도도 심해진다는 데 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기온, 강수량 등의 극값 경신 횟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연합뉴스가 기상청 방재기상정보포털이 제공하는 전국 도시의 일평균기온 극값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0년대에 들어 극값 발생 빈도가 아주 높았다.

   서울, 강릉 등 92개 도시의 월별 일평균기온 최고치 극값은 총 1천104회 발생했다. 이 가운데 2000~2009년에 극값을 찍은 횟수는 391회에 달했다.

   2010년대 들어 극값 빈도는 더 높아졌다. 올해까지 불과 4년이 채 안되는 기간에 발생한 극값이 무려 328회에 달했다.

   일평균기온 최고치 극값을 연대별로 보면 1920년대가 2회, 1930년대는 5회, 1940년대는 9회, 1950년대는 16회, 1960년대 13회, 1970년대 59회, 1980년대 69회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1990년대(1990~1999년)들어 212회로 급증했다.

   일강수량(최고) 극값 기록도 2010~2013년에 무려 297회나 나와 과거 어느 시기보다 빈번했다.

   1940년대에는 15회, 1950년대 20회, 1960년대 24회, 1970년대 112회, 1980년대 152회, 1990년대 224회, 2000년대는 237회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최심신적설(최고)의 극값 경신 역시 2000년 이후 급증세다. 2000년대에는 125회였고, 2010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무려 84회의 극값이 나왔다.

   1980년대는 77회, 1970년대는 74회, 1990년대는 66회, 1960년대 27회에 불과했다.

   ◇ 한파·가뭄·폭염에 몸살 앓은 한반도 = 기상청 등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펴낸 '2012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상기후의 첫 페이지는 기록적인 한파가 장식했다.

   북극 찬 공기의 남하로 2월 일최저기온 극값을 갈아치운 곳이 속출했다.
지난해 2월2일 기준 동해(-13.7도), 철원(-24.6도), 태백(-20.3도), 울진(-13.7도), 상주(-15.7도), 속초(-14.3도)에서 역대 2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아침 최저기온이 -17.1도까지 떨어져 1957년 2월11일(-17.3도) 이래 55년 만의 한파가 불어닥쳤다.

   같은 달 3일에는 영월(-23.1도), 제천(-25.9도), 문산(-24.6도) 안동(-18.6도) 등도 역대 최저기온을 갈아치웠다.

   봄으로 접어든 4월에는 때아닌 눈 소식이 있었다. 같은 달 3일 강원도 및 중부지방에 눈이 내렸고, 서울에서는 1993년 이후 19년 만에 '4월의 눈'을 맞았다.

   5월부터는 전국적으로 가뭄에 닥쳐왔다. 지난해 5~6월 누적강수량은 110.9mm(평년의 43.2%)로 최근 32년 이래 가장 적었다.

   특히 5월1일부터 장마 전(6월28일)까지 강수량은 평년의 28%(68.9mm)에 불과했으며 서울·인천·경기 지역은 평년의 10% 미만이었다.

   7월 하순부터 8월 상순까지는 무더위가 극성이었다. 7월21일~8월20일 한 달간 평균기온은 27.5도로 1994년(28.1도)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열대야 일수는 9.1일로 공식 기록이 있는 2000년 이후 최다였다.

   한 해 동안 4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다. 이는 1962년 이후 50년 만의 일이었다. 7월19일 태풍 카눈을 시작으로 볼라벤(8월28일), 덴빈(8월30일), 산바(9월17일)가 차례로 한반도를 훑고 지나가며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를 뿌렸다.

   ◇'온난화의 저주' 기후변화에 민감한 한반도 = 학자들은 이런 기상 이변의 급증이 온난화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온도의 상승으로 최근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이 더 강하게 자주 일어나고 있다.

   엘니뇨는 중부 및 동부 적도대의 태평양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으로 지구촌 곳곳에 홍수와 가뭄을 가져오는 원인으로 꼽힌다.

   라니냐는 엘니뇨의 반대로, 적도 부근의 중부 및 동부 태평양 해역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이다.

   전 세계적인 현상인 지구 온난화 문제에서 한국이라고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반도는 열대 중태평양에서 이상 고수온이 발생하는 '웜풀 (Warm pool) 엘니뇨' 영향권에 점차 들어 혹한과 집중 호우 등 극한 기후가 자주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또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보다 더 빨리 뜨거워져 기후변화 민감 지역에 속한다.
1991년~2000년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13.5도로 1912~1990년 12도와 비교해 1.5도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세계 평균 기온 상승폭(0.6도)의 2.5배나 된다.

   이런 추세라면 21세기 말인 2099년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6도, 강수량은 20.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온난화에 따른 지구적 재앙을 막으려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한 기온 상승폭을 이번 세기 말까지 2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이미 기후변화의 전선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서흥원 환경부 기후변화협력과장은 "지금 추세로 간다면 2도 이내로 기온 상승폭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이상기후에 적응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ong79@yna.co.kr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2013-05-09 06:15 송고]

 

 

<더워지는 한반도>④기후변화, 안보를 위협하다

'기후대전'의 저자 귄 다이어(자료사진)

"기후변화에 따른 기근에 북한 붕괴 가능성도"
물·식량·에너지문제 대두…일부 선진국 선제 대처

(서울·런던=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2020년 4월 북한 정권이 갑자기 붕괴한다. 몇 년째 이어진 기근이 원인이다. 북한 주민은 더는 중앙권력의 명령을 듣지 않고 저마다 살길을 찾아 나선다. 휴전선 인접 지역 주민은 걸어서 한국으로 넘어와 도움을 청한다. 한국은 북한의 가장 먼 지역까지 식량과 연료를 지원한다. 사회 기반이 완전히 무너진 탓에 북한 어느 지역에서도 식량을 재배할 수 없다. 남한 인구 5천만명은 굶어 죽다시피 하는 북한 주민 2천500만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국제 안보전문가이자 군사 지정학자인 귄 다이어가 저서 '기후대전(Climate Wars)'에서 북한의 붕괴를 가정한 시나리오다.

   그의 저서에서 북한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것은 내부 쿠데타도 외부와의 전쟁도 아닌 기후변화에 따른 기근이다.

   저자는 기후변화가 환경의 영역을 넘어 정치, 경제, 군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전제 아래 암울한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해체되고 북극해는 영토분쟁으로 얼룩진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물자원 확보를 위한 핵전쟁을 벌이고 미국은 남미 각국에서 이주하는 기후 난민 문제로 골치를 앓는다.

   이런 비극적인 시나리오를 공상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넘길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귄 다이어 예언'의 전조가 지구촌 곳곳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중동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에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흥미로운 견해가 있다.

   물론 독재정권의 탄압과 민주 시민의식 성장 등 정치적인 요인도 중요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곡물 수급 불균형이 '아랍의 봄'의 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가뭄이 심했던 2011년 러시아 정부는 곡물 수출을 금지했다. 곡물가격은 급등했고 기근에 시달린 중동지역 국민의 폭발적인 불만에 독재정권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마찬가지로 식량문제가 심각한 북한의 붕괴가 다름 아닌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날 것이라는 귄 다이어의 시나리오가 마냥 허황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반도 역시 기후변화와 안보의 상관관계를 잘 살펴야 한다.

   북한이 국제적 고립 속에 엄청난 자연재해를 맞으면서 수백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을 맞았던 것도 안보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의 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조천호 국립기상연구소 기후연구과장은 "한반도의 경우 식량 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이 기후변화 영향으로 국가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 1억6천만명이 넘는 방글라데시에서는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육지가 바다나 강으로 휩쓸려가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침수 피해로 생활터전을 잃은 방글라데시 일부 농민들이 국경을 넘어 인도 북동부로 이주함에 따라 양국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나 인도양의 몰디브가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지역 기후안보 국제회의'에 참석차 방한한 파카소아 틸레이 투발루 외무부 사무국장은 기후변화와 안보의 관점에서 섬 상황을 설명했다.

   틸레이 사무국장은 "아주 작은 도서국가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은 책에서 보는 이론적 문제가 아니라 피부로 경험하는 실질적인 문제"라며 "현재 뉴질랜드 외에 마땅한 피난처가 없어 섬이 없어지면 이주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안보 국제회의 참석자들은 물, 식량, 에너지 문제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타야 뿌까만 태국 천연자연환경부 차관은 "아태지역은 기후안보가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다"며 "주요 농산물 생산국들은 기후변화를 극복해 농업생산성을 높여야만 식량 안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판카르 타룩다르 방글라데시의 치타공주(洲) 국무장관도 "홍수, 강물의 범람으로 많은 이주민이 발생해 식량안보뿐 아니라 강제이주를 둘러싼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강제이주를 해결하려면 국가 간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후 엑서더스'가 미래 갈등 요인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도 속속 나오고 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기후변화와 글로벌 안보 간 관계' 보고서를 통해 예상보다 일찍 찾아올 기후변화로 예견된 것보다 더 힘든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선진 부국들이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찾지 못하면 빈민 유입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선진국은 기후변화가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는데 공감하고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국은 그 가운데 선도적인 국가다.

   이를 위해 영국은 2008년 10월 내각 개편을 통해 환경부가 관할하던 기후변화 업무와 기업부에서 맡던 에너지 업무를 총괄하는 에너지기후변화부를 만들었다.

   또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적인 공조와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후에너지안보대사직을 신설했다.

   제임스 휴즈 영국 에너지기후변화부 부국장은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명분도 점점 뚜렷해짐에 따라 새로운 부처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닐 모리세티 영국 기후변화특사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안보 위협이 그동안 국가 안보와 관련해 제기됐던 전통적 위협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기후변화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전략적 위험 요소들이 어떤 것인지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리세티 기후변화특사는 "궁극적으로 기후변화가 국가 안보, 경제·인권·지역갈등 문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을 경우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예방 차원에서 잘 살펴야 한다"며 "한국도 북한의 식량, 에너지 부족 문제가 한국 정부의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ong79@yna.co.kr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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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2013-05-14 06:15 송고
<더워지는 한반도>⑤남산 위 저 소나무, 추억될지도
소나무(자료사진)

(서울·제주=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애국가 2절의 첫머리다. 가사 그대로 남산은 유명한 소나무 군락지다.

   사실 남산뿐 아니라 소나무는 한반도 전역에 걸쳐 흔한 수종 중 하나다.

   사계절 푸른 속성 탓에 선비의 '절개'를 상징한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율곡 이이는 대나무, 매화와 함께 소나무를 '세한삼우(歲寒三友)'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금세기 말엔 이런 소나무가 희귀종이 될지도 모른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추억이 될지도 모를 '남산 소나무' =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올해 초 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혀 감축하지 않으면 2090년께 남한에서 소나무의 최적 생육범위는 강원도 산간 일부와 경기도 북부, 충북 일부와 지리산 정상부, 경북 울진 서구 소광리 지역 등으로 축소된다.

   최적 생육범위란 생물이 자기 개체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면서 차세대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구역을 뜻한다.

   천정화 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박사는 "최적 생육범위를 벗어나면 이미 자라던 나무는 그대로 살 수 있어도 다음 세대를 생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남산 소나무가 추억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는 온실가스를 전혀 감축하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경우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는 한반도의 식물 생태계는 물론 농작물, 수산물, 조류의 분포까지 바꿔놓는다.

   따뜻한 남쪽에서 살던 동식물은 서식지가 점차 북상해 중부 지방으로 올라오고, 상대적으로 서늘한 중부에 서식하던 동식물은 남한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각종 농산물의 재배 적지(기르기 적합한 곳)가 점차 북상하는 현상은 대표적인 사례다.

   제주도에서만 생산되던 감귤은 이미 오래전 내륙에 상륙했다. 여전히 절대다수가 제주도에서 생산되지만, 내륙의 생산량도 조금씩 늘고 있다.

   복숭아는 동해(凍害) 발생이 줄면서 재배 면적이 늘었고, 포도도 재배지가 북상 중이다.

   반면 온대 과일인 사과는 기온 상승으로 재배 면적이 줄고 있다. 주산지였던 경북의 생산량은 확 줄어든 반면 강원의 재배 면적은 급증했다.

   농촌진흥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사과 역시 온실가스를 전혀 감축하지 않는다면 2090년께 산지가 강원도 일부 지역으로 쪼그라든다.

   더운 기후에도 잘 자라는 사과 품종이 개발되지 않는 한, 온실에서 재배한 사과나 수입한 사과만 맛볼 수 있게 된다는 소리다.

   배도 2090년이면 재배 가능 지역이 전 국토의 15%로 줄어든다. 현재는 56%다.

   ◇'한반도산 아열대 과일'은 늘어 = 온난화는 그러나 동시에 아열대 과일의 재배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는 아열대 과일의 토착화 연구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키위(참다래)는 이미 골드 키위 신품종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비싼 로열티를 주고 재배해서 먹는 뉴질랜드산(産) 제스프리 키위의 대항마로 개발한 품종이다.

   이미 중국에 수출도 해서 시험용 밭까지 조성해 키우는 중이다. 2010년 계약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과일이 생산된다.

   이 연구를 주도한 김성철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박사는 "첫해에는 상품화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물량이 나오지 않겠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쯤엔 생산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망고, 파파야, 용과 등도 일부 토착화가 진척됐거나 관련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한반도산 아열대과일'이 점차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 쌀은 기후변화에 적응할 듯 = 더 심각한 문제는 과일보다 곡류, 야채류다. 밥상에 올라오는 주식이어서 쉽게 입맛도 바뀌지 않고, 조리법이나 양념을 바꾸기도 어렵다. 요컨대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음식문화의 다양화·서구화로 해마다 1인당 쌀 소비량이 줄고 있긴 해도 밥은 여전히 한국인의 주식이다. 문제는 벼가 온도 변화에 민감한 작물이라는 점이다.

   국립식량과학원 이충근 연구관은 "꽃이 핀 뒤 벼가 여무는 '등숙기'에 온도가 높으면 벼가 잘 익지 않아 생산량과 품질이 모두 떨어진다"고 말했다. 맛도 없고, 양도 적은 쌀이 나온다는 것이다.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 지금 동남아에서 나는 푸석푸석한 '안남미'(인디카 쌀) 품종을 들여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선 나온다.

   그러나 벼는 다행히 품종 개발이 꾸준히 이뤄져 와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얘기다.

   식량과학원 이점호 박사는 "벼는 이미 1960년대부터 기후가 변화하는 실제 자연조건 하에서 생산성, 맛, 병해충 저항 능력 등을 보면서 꾸준히 품종 개발이 이뤄져왔다"며 "1년에 몇 도씩 기온이 올라가는 게 아닌 만큼 품종 개발 연구만 계속되면 기후변화에 적응한 품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후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기후변화의 속도가 새 품종의 적응 속도, 개발 속도를 앞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 여름 김치는 '금(金)치'(?) = 여름철에 나오는 고랭지 배추도 기후변화 위기종이다.

   농촌진흥청이 올해 2월 발표한 '농업용 전자기후도'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전혀 감축하지 않으면 2090년 한반도에서 고랭지 배추를 기를 수 있는 면적은 현재의 0.3%로 줄어든다.

   그마저도 강원도의 산꼭대기 일부만 해당돼 사실상 여름철 고랭지 배추는 재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예측이 현실화하면 여름철 김치는 '금(金)치'가 될 수밖에 없다. 온실재배를 하거나 중국 등 해외에서 수입하지 않는 이상 남한에선 여름철 배추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장김치를 담가 1년 내내 먹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육쪽마늘'이라고 불리며 알이 작고 매운맛이 강한 한지형 마늘도 기후변화 위기종이다. 반대로 크고 무른 난지형 마늘은 재배지가 확대된다.

   이런 야채류는 과일과 비교할 때 섭취를 줄이거나 중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식습관이 서구화됐다곤 해도 김치나 마늘 없는 밥상을 상상하긴 어렵다.

   김성철 박사는 "현 단계에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게 우선이고, 둘째론 고온에 적응한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며 "그게 정 안 된다면 배추나 한지형 마늘을 대체할 작물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영은 농촌진흥청 박사는 "정부는 농축산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한편 벼 품종 개발, 채소·과수 등 주요 원예작물의 품종 개발, 외래작물의 도입 및 토착화 연구 등 농업 분야 연구·개발(R&D)을 강화해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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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2013-05-16 06:1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