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출 급증에 이자수익마저…" 은행 점포 10곳중 3곳 `적자`
이자이익 비중 88% 저금리 시대 치명타…1분기 순이익 반토막 | |
기사입력 2013.05.13 17:29:59 | 최종수정 2013.05.13 19:34:28 |
◆ 초저금리 시대 위기의 은행 / (上) 흔들리는 은행 수익구조 ◆
"아이고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모 시중은행 부행장은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자부문 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줄곧 하락하다 3월 들어 바닥을 치는가 싶었는데 기준금리 인하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바로바로 기준금리 인하분을 반영해야 하지만 수신금리는 상대적으로 반영이 느리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초저금리 상황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차적인 타격은 은행이 받았다. 이자부문 이익이 급감하면서 수익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부실채권 증가로 대손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자수익까지 줄어들게 되면서 은행마다 비상이 걸렸다. 더 악화되면 적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은행의 적자는 국가경제에 치명적이다. 글로벌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외화조달 비용이 높아진다. 궁극적으로는 정부나 개인의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
당장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이번 주 중 예금상품 금리를 0.2~0.3%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졌기 때문에 당연한 귀결이다. 이 때문에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대부분 2%대로 내려앉았다. 일부 은행은 1년짜리 정기예금 고시 금리를 1%대로 낮추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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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시중은행 부행장은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자부문 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줄곧 하락하다 3월 들어 바닥을 치는가 싶었는데 기준금리 인하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바로바로 기준금리 인하분을 반영해야 하지만 수신금리는 상대적으로 반영이 느리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초저금리 상황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차적인 타격은 은행이 받았다. 이자부문 이익이 급감하면서 수익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부실채권 증가로 대손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자수익까지 줄어들게 되면서 은행마다 비상이 걸렸다. 더 악화되면 적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은행의 적자는 국가경제에 치명적이다. 글로벌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외화조달 비용이 높아진다. 궁극적으로는 정부나 개인의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
당장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이번 주 중 예금상품 금리를 0.2~0.3%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졌기 때문에 당연한 귀결이다. 이 때문에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대부분 2%대로 내려앉았다. 일부 은행은 1년짜리 정기예금 고시 금리를 1%대로 낮추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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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 은행의 순이자마진(NIM)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예금 금리도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13일 한 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은행 직원의 상담을 받고 있다. <이승환 기자> | ||
이 같은 저금리는 국내 은행 수익성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 은행의 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1월부터 3월까지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은 1조8000억원이었다. 지난해 3조3000억원의 55.1% 수준이다.
1분기는 6월 말이나 연말에 비해 부실채권 관리 등의 압박이 작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기다. 그런데 1분기 순이익이 이처럼 급감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위기신호`다.
특히 이자부문 이익이 작년 1분기 9조7000억원에서 올해 8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NIM은 1.95%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았다. 앞으로 시중금리가 더 떨어지면 은행의 이자이익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부 은행은 기준금리 인하로 수개월 내 1.5%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이자부문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 은행권 비이자이익은 1조2000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44.6%가 감소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이자이익 비중이 너무 높은 것이 문제다. 국내 은행들의 지난 1분기 이자이익 비중은 88%를 기록해 전년 동기 81.5%보다 상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프랑스, 영국 은행들은 이 비중이 41%, 44%에 불과하다. 미국은 65%, 일본은 69%로 역시 한국보다 낮다.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우리나라 은행들은 이자수익 의존도가 높다"며 "경제성장기에는 자산을 늘리면 이자마진이 같아도 수익을 늘릴 수 있었지만 저성장ㆍ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구조적인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현 상태에서 은행 총이익이 지금보다 25% 줄어들면 영업적자를 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은행 영업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합친 총이익에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제외하고 충당금 전입분을 제외해 계산한다.
1분기는 6월 말이나 연말에 비해 부실채권 관리 등의 압박이 작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기다. 그런데 1분기 순이익이 이처럼 급감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위기신호`다.
특히 이자부문 이익이 작년 1분기 9조7000억원에서 올해 8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NIM은 1.95%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았다. 앞으로 시중금리가 더 떨어지면 은행의 이자이익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부 은행은 기준금리 인하로 수개월 내 1.5%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이자부문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 은행권 비이자이익은 1조2000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44.6%가 감소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이자이익 비중이 너무 높은 것이 문제다. 국내 은행들의 지난 1분기 이자이익 비중은 88%를 기록해 전년 동기 81.5%보다 상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프랑스, 영국 은행들은 이 비중이 41%, 44%에 불과하다. 미국은 65%, 일본은 69%로 역시 한국보다 낮다.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우리나라 은행들은 이자수익 의존도가 높다"며 "경제성장기에는 자산을 늘리면 이자마진이 같아도 수익을 늘릴 수 있었지만 저성장ㆍ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구조적인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현 상태에서 은행 총이익이 지금보다 25% 줄어들면 영업적자를 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은행 영업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합친 총이익에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제외하고 충당금 전입분을 제외해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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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이익, 비이자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판관비는 예전 수준으로 유지되고 대손충당금 전입분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NIM 하락에 따른 충격은 은행마다 차이가 크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원화예수금 중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각각 36%, 32%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저원가성 예금은 급여통장 등 낮은 이자를 지급하는 예금을 말한다.
NIM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이 예금이 많은 은행일수록 수익감소가 더 크다. KB국민은행은 저원가성 예금 규모가 61조원으로 가장 크고 우리은행도 54조원으로 두 번째로 크다. 신한은행도 저원가성 예금 47조원으로 전체에서 32%를 차지해 결코 작지 않다. 상대적으로 저원가성 예금이 적은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은 타격이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은 줄어드는데 은행들은 `출혈경쟁`에 나섰다. 서울 양재동의 모 기업에 최근 B은행에서 찾아와 대출금리를 연 3.5%로 맞춰줄 테니 거래은행을 바꾸지 않겠느냐고 물어왔다. 다른 은행에서 연 4.1% 대출을 받고 있던 터라 대출을 갈아타기로 마음먹었다. 신규 대출시장 개척이 어려워지자 `역마진`을 감수하더라도 타 은행 고객을 끌어와 덩치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쟁으로 영업점 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곳이 속출하고 있다. 금감원이 파악한 바로는 최근 국내 은행의 적자 점포가 3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진명 기자 / 박용범 기자 / 이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IM 하락에 따른 충격은 은행마다 차이가 크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원화예수금 중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각각 36%, 32%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저원가성 예금은 급여통장 등 낮은 이자를 지급하는 예금을 말한다.
NIM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이 예금이 많은 은행일수록 수익감소가 더 크다. KB국민은행은 저원가성 예금 규모가 61조원으로 가장 크고 우리은행도 54조원으로 두 번째로 크다. 신한은행도 저원가성 예금 47조원으로 전체에서 32%를 차지해 결코 작지 않다. 상대적으로 저원가성 예금이 적은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은 타격이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은 줄어드는데 은행들은 `출혈경쟁`에 나섰다. 서울 양재동의 모 기업에 최근 B은행에서 찾아와 대출금리를 연 3.5%로 맞춰줄 테니 거래은행을 바꾸지 않겠느냐고 물어왔다. 다른 은행에서 연 4.1% 대출을 받고 있던 터라 대출을 갈아타기로 마음먹었다. 신규 대출시장 개척이 어려워지자 `역마진`을 감수하더라도 타 은행 고객을 끌어와 덩치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쟁으로 영업점 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곳이 속출하고 있다. 금감원이 파악한 바로는 최근 국내 은행의 적자 점포가 3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진명 기자 / 박용범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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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넣어도 은행이자 月21만원 뿐" 수익찾아 헤매는 예금자들
"대출 이자보다 싼 월세로 계약하자" 집주인 요구 늘어 3% 금리 붕괴…공익재단도 은행외면 증권사 상품 기웃 | |
기사입력 2013.05.14 17:43:16 | 최종수정 2013.05.14 19:15: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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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 집주인이 은행 역할을 대신한다?`
뚱딴지같은 이야기지만 최근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집은 있지만 은퇴한 후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이자 소득자들이 이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은행 고객을 빼앗고 있다.
은퇴 후 아파트 임대 수익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 박명수 씨(가명ㆍ58)는 최근 초저금리로 전세보증금에 대한 이자 수익이 크게 줄자 세입자와 협상을 했다.
전세계약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세자금대출 잔액과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모두 물어주기로 하고 1억6000만원짜리 전세임대차계약을 월세로 전환한 것.
세입자는 연 6%대 금리로 전세자금대출을 받고 매월 80만원 정도를 이자로 내고 있었는데 집주인인 박씨는 전세계약을 깨는 대신 은행 이자보다 더 싸게 연 5%로 월세를 받기로 했다. 세입자는 월 부담이 67만원 선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박씨는 은행 어딜 가도 5% 수익률 상품을 구경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는 장사를 했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은퇴 후 보유한 주택 두 채를 전세로 내주고 본인도 전세에 거주하는 김주한 씨(가명ㆍ55).
그는 최근 전세보증금으로 받은 4억원 중 절반을 은행 정기예금에서 인출해 모 증권사 원금보장형 ELS에 투자했다. 이 ELS는 103% 원금보장형 ELS로 최소 수익률 연 3%를 보장하면서 코스피가 1950~2330 정도에 머무르면 최대 연 10% 수익률을 주는 상품이다. 그가 은행에서 예금을 빼게 된 것은 예금 금리가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4억원을 연 3% 정기예금에 넣는다고 해도 월환산 이자는 85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억원당 21만원꼴이다.
김씨는 최소 수익률 연 3%를 보장하는 상품이라면 투자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아 2억원에서 연 8% 수익만 나도 김씨의 전체 월환산 수익은 155만원으로 훌쩍 뛰기 때문이다.
임주혁 한화투자증권 르네상스지점 마스터PB는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예금에서 갈아타는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특히 전세보증금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놓던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기예금금리 3% 붕괴는 보수적 투자를 일관하며 마지막 은행 고객으로 남았던 장학재단 등 공익재단들까지 변심하게 만들었다.
300억원대 자금을 굴리는 A장학재단에서 자금운용을 담당하는 김 모 국장은 금리 인하 소식이 나올 때마다 걱정이 늘어간다.
1년 단위 정기예금 위주로 운용해온 이 재단은 3~5년 전 은행 후순위채를 사들인 덕분에 평균 5%대 수익률을 내 왔다. 기금의 3분의 1을 후순위채에 투자했기에 망정이지 이런 투자마저 없었으면 장학금 지급을 축소해야 할 수도 있었다.
이 장학재단은 2008년 11월 한 시중은행이 발행한 수익률 7.75%짜리 후순위채에 80억원을 투자했는데 곧 돌아올 만기가 걱정이다.
김 국장은 "다시는 그런 고수익 안전상품을 구경하기 힘들 것 같다"며 "예전에는 은행 후순위채가 나오면 쏠쏠하게 투자를 했는데 이제는 그런 상품도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객 이탈은 장기적으로 은행 수신기반을 붕괴시키고 은행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솔직히 자금을 굴릴 데가 없어서 예금 유치에 소극적으로 나서겠지만 큰손들이 은행을 점차 외면하는 점이 두렵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증권사에 큰손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공익재단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정부 주무부서 담당자들에 대한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양한 투자상품을 파는 증권사에 한발 뒤졌다는 평이다. 삼성증권은 재단, 협회, 준정부기금, 공사 등 공익법인을 위해 `공익법인 재무전략포럼`을 매달 열고 있다. 이 포럼에 참석했던 한 장학재단 운용담당은 "포럼에서 5~10년 뒤에는 연 3% 금리도 상상하기 힘들어진다는 설명에 국공채 장기물에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금리를 낮춰가는 산업은행 상품과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14일 KDB다이렉트 정기예적금 금리를 연 2.95%로 기존보다 0.20%포인트 낮췄다. 파격적인 금리로 돌풍을 일으켰던 다이렉트정기예금 금리는 3%대 시대를 마감했다. 지난 6일 0.25%포인트를 내린 데 이어 8일 만에 또 내린 것이다. 그런데도 이 상품에는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은행이 저축은행 고객을 빼앗으며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 저축은행과 은행 간 예금금리 차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3월 말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 평균(신규취급액 기준, 1년)은 3.4%로 같은 기간 은행 금리인 3.04%에 비해 0.36%포인트 높았다. 은행과 저축은행의 금리는 2011년만 해도 1%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3월 말 금리 격차 0.53%포인트에 비해서도 낮아져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시리즈 끝>
[박용범 기자 / 이덕주 기자 / 석민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뚱딴지같은 이야기지만 최근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집은 있지만 은퇴한 후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이자 소득자들이 이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은행 고객을 빼앗고 있다.
은퇴 후 아파트 임대 수익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 박명수 씨(가명ㆍ58)는 최근 초저금리로 전세보증금에 대한 이자 수익이 크게 줄자 세입자와 협상을 했다.
전세계약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세자금대출 잔액과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모두 물어주기로 하고 1억6000만원짜리 전세임대차계약을 월세로 전환한 것.
세입자는 연 6%대 금리로 전세자금대출을 받고 매월 80만원 정도를 이자로 내고 있었는데 집주인인 박씨는 전세계약을 깨는 대신 은행 이자보다 더 싸게 연 5%로 월세를 받기로 했다. 세입자는 월 부담이 67만원 선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박씨는 은행 어딜 가도 5% 수익률 상품을 구경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는 장사를 했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은퇴 후 보유한 주택 두 채를 전세로 내주고 본인도 전세에 거주하는 김주한 씨(가명ㆍ55).
그는 최근 전세보증금으로 받은 4억원 중 절반을 은행 정기예금에서 인출해 모 증권사 원금보장형 ELS에 투자했다. 이 ELS는 103% 원금보장형 ELS로 최소 수익률 연 3%를 보장하면서 코스피가 1950~2330 정도에 머무르면 최대 연 10% 수익률을 주는 상품이다. 그가 은행에서 예금을 빼게 된 것은 예금 금리가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4억원을 연 3% 정기예금에 넣는다고 해도 월환산 이자는 85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억원당 21만원꼴이다.
김씨는 최소 수익률 연 3%를 보장하는 상품이라면 투자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아 2억원에서 연 8% 수익만 나도 김씨의 전체 월환산 수익은 155만원으로 훌쩍 뛰기 때문이다.
임주혁 한화투자증권 르네상스지점 마스터PB는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예금에서 갈아타는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특히 전세보증금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놓던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기예금금리 3% 붕괴는 보수적 투자를 일관하며 마지막 은행 고객으로 남았던 장학재단 등 공익재단들까지 변심하게 만들었다.
300억원대 자금을 굴리는 A장학재단에서 자금운용을 담당하는 김 모 국장은 금리 인하 소식이 나올 때마다 걱정이 늘어간다.
1년 단위 정기예금 위주로 운용해온 이 재단은 3~5년 전 은행 후순위채를 사들인 덕분에 평균 5%대 수익률을 내 왔다. 기금의 3분의 1을 후순위채에 투자했기에 망정이지 이런 투자마저 없었으면 장학금 지급을 축소해야 할 수도 있었다.
이 장학재단은 2008년 11월 한 시중은행이 발행한 수익률 7.75%짜리 후순위채에 80억원을 투자했는데 곧 돌아올 만기가 걱정이다.
김 국장은 "다시는 그런 고수익 안전상품을 구경하기 힘들 것 같다"며 "예전에는 은행 후순위채가 나오면 쏠쏠하게 투자를 했는데 이제는 그런 상품도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객 이탈은 장기적으로 은행 수신기반을 붕괴시키고 은행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솔직히 자금을 굴릴 데가 없어서 예금 유치에 소극적으로 나서겠지만 큰손들이 은행을 점차 외면하는 점이 두렵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증권사에 큰손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공익재단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정부 주무부서 담당자들에 대한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양한 투자상품을 파는 증권사에 한발 뒤졌다는 평이다. 삼성증권은 재단, 협회, 준정부기금, 공사 등 공익법인을 위해 `공익법인 재무전략포럼`을 매달 열고 있다. 이 포럼에 참석했던 한 장학재단 운용담당은 "포럼에서 5~10년 뒤에는 연 3% 금리도 상상하기 힘들어진다는 설명에 국공채 장기물에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금리를 낮춰가는 산업은행 상품과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14일 KDB다이렉트 정기예적금 금리를 연 2.95%로 기존보다 0.20%포인트 낮췄다. 파격적인 금리로 돌풍을 일으켰던 다이렉트정기예금 금리는 3%대 시대를 마감했다. 지난 6일 0.25%포인트를 내린 데 이어 8일 만에 또 내린 것이다. 그런데도 이 상품에는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은행이 저축은행 고객을 빼앗으며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 저축은행과 은행 간 예금금리 차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3월 말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 평균(신규취급액 기준, 1년)은 3.4%로 같은 기간 은행 금리인 3.04%에 비해 0.36%포인트 높았다. 은행과 저축은행의 금리는 2011년만 해도 1%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3월 말 금리 격차 0.53%포인트에 비해서도 낮아져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시리즈 끝>
[박용범 기자 / 이덕주 기자 /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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