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63)[경제신문은 내친구] 복지정책 늘면 나라살림 `빨간불` 왜

ngo2002 2013. 1. 31. 14:11

[경제신문은 내친구] 복지정책 늘면 나라살림 `빨간불` 왜
예산은 그대로인데 돈 쓸곳 계속 늘어…적자 메우려 빚내거나 세금 더 거둬야
기사입력 2013.01.23 17:12:22 | 최종수정 2013.01.23 17:53:17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63) ◆

초등학교 6학년인 주영이는 요즘 신문에서 "복지 공약이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기사를 많이 읽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층에게 정부가 지원을 많이 해 주면 좋은 일이 아닐까요? 그런데 왜 국가 재정을 이유로 복지정책을 남발하면 안 된다고 할까요?

우리나라도 스웨덴이나 덴마크 같은 북유럽 복지국가들처럼 정부가 국민의 복지를 모두 책임져 주면 좋을 텐데요. 도대체 복지공약과 국가 재정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한 나라의 재정도 집에서 엄마들이 작성하는 가계부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재정에서는 수입을 `세입`으로, 지출은 `세출`로 부릅니다. 세입보다 세출이 더 많으면 집안 가계부처럼 국가 재정도 적자가 됩니다. 예를 들어 작년 말 국회에서 정부가 342조5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정부 지출이 더 늘어나게 되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거나 나랏빚인 국가보증 채권을 발행해야 합니다. 추가경정예산은 예산이 편성된 이후 부득이한 사유로 추가로 편성되는 예산을 가리킵니다.

가장 좋은 상태는 국가 수입이 더 많거나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를 `건전재정`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작년 상향된 것은 국가재정 상태가 양호했기 때문입니다. 신용등급이 좋으면 해외 자본 유치에 더 유리하고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도 유리한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지요.

최근 복지공약이 문제가 된 이유는 쓸 돈(예산)은 뻔히 정해져 있는데 돈 쓸 곳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안 살림으로 따지면 일정한 월급을 받는 아빠가 가격이 비싼 생활용품을 계속 사들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정부가 세금 수입과 국채 발행을 감안해 매년 예산 계획을 세우는데 정치인들이 선거 공약이라며 수십조 원, 수백조 원대 예산 지출 계획을 추가시키면 나라 재정은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정부는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국가보증 채권을 발행하거나 세금을 더 거둬야 합니다. 채권을 발행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빚을 지는 겁니다. 정부가 보증한 채권은 나라가 망하기 전에는 떼일 염려가 없습니다. 하지만 채권 발행을 남발하면 빚이 많은 국가로 낙인이 찍혀 국제사회에서 신용력이 떨어집니다. 우리나라도 예산회계법 제5조에 "국가의 세출은 국채 또는 차입금 이외의 세입으로써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단서에는 국채와 차입금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금을 무작정 더 거둘 수도 없습니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 기업이나 국민이 세금 인상을 반가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세금을 올리려면 관련 조세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 통과 절차가 복잡합니다. 국세청을 동원해서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역시 한계가 있는 대책입니다.

물론 국가 재정이 언제나 균형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서는 팽창적인 재정정책과 긴축적인 재정정책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경기가 좋지 않으면 재정적자를 감내하면서 적자 예산을 운영해 경기 회복을 유도하고, 경기가 회복되면 흑자 예산을 운영해 재정적자를 보완하는 방식입니다. 재정 균형에만 집착하지 말고 유연하고 탄력적인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재정의 경기회복 기능을 강조한 얘기입니다.

문제는 적자재정이 만성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복지 예산은 한번 돈을 지출하면 다시 줄이거나 삭제하기 매우 힘든 예산입니다. 전문 용어로 `경직성 예산`이라고 부릅니다. 경직성 예산이 늘어나면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재정 상황은 악화일로로 빠져듭니다. 우리나라는 스웨덴이나 덴마크 등 북유럽 복지국가와 달리 조세(세금) 부담률이 높지 않습니다.

특히 빠른 속도의 고령화 추세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복지 지출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을 간과한 채 복지공약들이 대거 늘어나게 되면 나라 곳간 살림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스와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에 직면한 것도 비슷한 경로입니다. 이 남유럽 국가들은 무분별한 복지지출이 발목을 잡아 국가재정이 파탄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국민도 "정부가 돈을 주는데 일을 왜 하느냐"며 근로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일하는 사람이나 약자층에만 복지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체제를 만들지 못하고 무상 복지정책을 남발한 결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암이나 심혈관질환 등 큰 병은 100% 국가 재정에서 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받는 기초노령연금도 현재보다 2배 인상해서 20만원씩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대통령이 선거 때 내건 공약을 잘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사회적 약자층을 배려하겠다는 선거 공약의 취지를 잘 살리면서 나라 살림도 안정적으로 운영해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채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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