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EKEND 매경] 美 `재정절벽` 글로벌 경제 충격은…
민주·공화 연내 합의 못하면 1조2천억달러 재정삭감 현실화 "내년 상반기 -0.5% 성장" 우려 세계 경제도 동반 추락…IMF 전망치 3.6%보다 낮은 내년 1.5% 성장에 그칠듯 | |
| 기사입력 2012.10.26 17:06:39 | 최종수정 2012.10.26 17:16:51 | |
◆ 왜 재정절벽인가 지난해 8월 미국 의회는 2013년까지 1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정부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미국 재정적자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 국가 재정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8.7%로 유럽 재정위기국 스페인(8.5%), 이탈리아(3.9%)보다 훨씬 높다. 이처럼 높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민주ㆍ공화 양당은 슈퍼위원회로 불리는 초당 기구를 만들어 어떤 부분에서 얼마만큼 지출을 줄이고 증세에 나설지 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부자 증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양당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민주당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부자 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공화당은 부자 증세보다는 정부지출 삭감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문제는 올해 말까지 양당이 과도하게 불어난 미국 재정적자를 어떻게 그리고 얼마만큼 줄일지 합의하지 못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자동으로 정부지출이 삭감되고 각종 감세조치가 폐지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증세와 정부지출 삭감으로 마치 미국 재정지출이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것처럼 확 줄어들고 미국 경제도 그 충격으로 급강하할 것이라는 점에서 버냉키 의장이 재정절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 재정절벽은 미국판 긴축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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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절벽이 현실화하면 증세와 재정지출 삭감이 불가피하다. 현재 유로존에서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긴축조치와 똑같은 내용이다. 오바마 정부가 지난 4년간 펼쳐온 대규모 재정지출과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셈이다. 재정 건전성보다는 재정지출 확대, 양적 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보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같은 케인시언들에게 재정절벽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재정절벽이라는 긴축조치로 인해 총수요가 줄면 경기가 회복되기도 전에 고꾸라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정절벽이 현실화하면 `부시감세`로 불리는 소득세 감면 혜택이 없어진다. 부시 대통령 재임 때인 2001년,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한 소득세 감면 혜택을 그동안 매년 연장해왔는데 양당이 올해 말까지 재연장 합의를 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자동 폐기된다. 근로자들의 급여세(payroll tax, 급여에 부과하는 세금)에서 떼는 사회보장세 감면 혜택(2%)도 종료된다. 이처럼 각종 감세조치가 폐지되면 미국 납세자들은 내년부터 평균 3500달러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차를 바꾸고 TV를 사는 등 소비에 써야 할 돈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그만큼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비가 위축되면 상품이 안팔리고 기업들은 공장 가동시간을 줄이며 사람을 자르는 구조조정에 나서게 된다. 그러면 다시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가 감소하는 악순환의 덫에 갇힐 수밖에 없다. 국방비도 내년부터 10년간 5000억달러가량 삭감될 수밖에 없어 국방관련 기업 일자리도 위태로워진다. 이 같은 재정절벽이 초래하는 증세와 재정지출 삭감액은 5000억~6000억달러 내외로 추정된다. 미국 한 해 국내총생산 규모가 15조달러 수준이라고 보면 재정절벽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4%가 쪼그라드는 리스크가 생기는 셈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재정절벽이 현실화하면 내년 상반기에 미국이 0.5%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재정절벽이 초래하는 불확실성 재정절벽 때문에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불확실성이다. 재정절벽으로 미국이 리세션에 빠질 것이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리세션이 얼마만큼 심각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학습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과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불확실성이다. 미국 기업들이 신규투자나 고용을 보류하고 현금을 꽉 쥐고 있거나 소비자들이 지출을 꺼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JP모건에 따르면 S&P 500 기업의 사내 유보 현금이 지난해 대비 14% 급증해 1조5000억달러(1660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고수준이다. 앤드류 리버리스 다우케미컬 CEO는 최근 CNBC 방송에 출연해 "생산 축소에 들어간 것은 재정절벽 때문"이라며 "기업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인데 우리는 지금 (재정절벽 때문에)원치 않는 불확실성 속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절벽 때문에 경영전략마저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기업인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재정절벽 대책을 세우라며 들고 일어섰다.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보잉, GE 등 미국을 대표하는 80여 개 대기업 CEO들은 지난 25일 의회에 재정절벽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증세든 재정지출 감소든 간에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양당이 빨리 합의해 불확실성을 없애 달라는 주장이다. ◆ 재정절벽 피할 수 있을까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합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도 "국민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진단했다. 모건스탠리자산운용은 재정절벽 보고서를 통해 "대다수 의원들이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어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든 증세와 지출 축소를 완화하거나 연기하는 합의점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재정절벽 이슈는 1999년 말 지구를 떠들썩하게 했던 Y2K 문제와 비슷하다"며 "Y2K와 마찬가지로 재정절벽 문제도 나중엔 별일 아닌 일로 치부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당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11월 6일 대선이 끝난 뒤 새로운 의회가 구성되는 1월까지 합의가 늦춰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기업들이 앞으로 3개월 정도 더 불확실성 속에서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버핏 회장이 "결국 양당이 합의를 하겠지만 일시적으로 재정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경험을 할 가능성이 꽤 크다"고 분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용어설명> 재정절벽(fiscal cliff) : 대규모 정부지출 감소와 세금 인상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발생하는 경제충격.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서울 = 한예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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