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PA(Public Affairs:공공관계 활동)란 개념이 다소 생소하다.
"맞다. Public Affairs는 비교적 생소한 개념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기업과 단체의 활동에 큰 영향을 주는 공공정책이나 법안 그리고 규제로부터 비즈니스와 활동을 보호하고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펼치는 전략적인 소통활동을 PA라고 말한다."
-한국 기업들은 국내에서 성공하고 해외에서도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이들 기업에 PA가 왜 중요한가.
"한국 기업들은 지금까지 수출 시장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제는 사업을 글로벌하게 구축하고자 하는 시점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하려면 PA가 중요하다. 실제로 모든 전문가들이 인정하듯 아직까지 한국의 기업들이 강세를 보여준 부분은 하드 파워다. 아직까지 미흡한 부분은 다름 아닌 소프트 파워다. PA는 대표적인 소프트 파워로 대한민국 기업들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 키워야 할 역량이다."
-그런데, PA라 하면 그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사람들마다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 PA를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로비를 생각하는데, 한국의 경우 로비는 불법이다. PA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
"PA는 시장이나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의 PA전략을 지원하는 플레시먼힐러드도 국가별 PA활동 범위가 다르다. 로비가 법적으로 용납되는 국가에서는 로비도 시도하지만, 한국처럼 법적으로 불법인 나라에서는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한국의 경우 변호사법에 의해 변호사만 로비를 할 수 있다. 따라서 PR회사가 로비를 할 수 없다. 한국의 경우 일 추진 과정의 투명성이 더욱 요구되고, 여론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대중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다. 따라서 대중의 심리를 읽고 이슈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우 우리는 대중의 의견을 수렴해서 변호사들을 교육하기도 한다. 변호사법에 의거해 변호사들이 로비를 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로비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로비와 PA는 어떻게 다른가.
"방금 말했듯이 각 나라와 지역에 따라 로비와 PA활동이 다르다. 미국 워싱턴DC의 경우 로비가 합법적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통적 방식의 로비 활동은 힘을 잃고 있다. 워싱턴에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반발을 살 수 있는,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은 내용은 얘기를 하지 말고, 이미 대중에게서 합의가 된 사항은 로비를 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경우 중국 등 아시아 기업들이 진출할 때 워싱턴의 미국 중앙정부 차원의 입장과 개별 주정부의 입장에는 차이가 있음을 이해하는 게 도움이 된다. 주정부나 시에서는 투자가 도움이 되어 적극 환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국 기업도 지역 정부와 지역 커뮤니티에서 먼저 신뢰를 쌓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다. 즉 미국의 경우 전략적 캠페인이 중요한 시장이라고 보고 로비보다는 정부와 지역사회에 신뢰를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
반면 유럽의 브뤼셀에서는 로비가 많다. 유럽에서는 전문성에 근거한 비즈니스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자료 제시가 당연해 로비 활동 역시 당연하게 생각한다. 2012년부터는 ECI(European Citizens` Initiative)라고 해서 EU 가입 국가의 시민들 1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청원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정책 어젠더를 제안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활발하게 ECI를 활용하겠다는 기업과 NGO가 벌써 나오고 있어서 한국 기업들도 ECI가 어떤 영향을 초래할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영국의 경우는 정부기관, 규제기관에 투명한 방식으로 진출해 아시아 기업들이 영국 경제에 투자, 일자리 창출, 새로운 기술을 통해서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 구축이 필수적이다. 미디어를 통해서 이런 이미지를 적극 구축해 정치권에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게 도움이 된다. 타 아시아의 경우는 아직 관계를 중시하는 모델이다. 이는 중국이든 한국이든 일본이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또한 바뀌고 있다. 일본은 과거에는 누구와 술을 마셨느냐가 중요할 정도로 관계 중심적 사회였는데 지금은 이런 일본마저도 바뀌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 중국 기업들이 서로 파트너십을 추구하고 지나친 자존심 경쟁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비를 제외하고 PA를 생각하다 보면 PR(홍보)와 개념이 애매모호하다. 어떻게 다른가?
"Public Relations(PR)는 상당히 광범위하다. 대중의 이해를 이끌어 내는 활동에서 PA를 보면 공공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 즉 입법, 행정기관, 규제기관을 대상으로 소통에 집중한다. 따라서 PA는 PR보다는 좀 더 좁은 범위를 다룬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Public Affairs 활동 사례로 어떤 것이 있는가?
"지난주 중국 다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했다. 참석했던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정부와 사회로부터 단순히 제약사가 아닌 `헬스케어 파트너`로 인식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PA활동을 전개해왔다. 가격, 경쟁, 지적재산권만 가지고 비즈니스를 풀어 나가기는 힘들다. 오히려 기업 측에서 중국 정부가 필요로 하는 사회적 어젠더의 도전과제를 인지하고, 중국 정부가 필요한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는 파트너가 되는 방향으로 접근한 것이고 물론 이는 매우 바람직한 전략으로 중국 정부는 물론 대중에게도 우호적인 기업으로 자리잡은 좋은 사례다. 이 사례를 보면, CSV(Creating Social Value)의 개념에서 최고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PA를 하는 데 최고경영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A활동을 총괄하는 최고책임자를 두고 있는 기업들도 있는가.
"(조앤 웡) PA에는 이슈, 산업, 지역에 대한 전문성과 관련 분야 리더들과의 인맥,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 모두를 요구한다. PA가 중요해짐에 따라 C-level 임원진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 포천 100대 기업 임원진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소통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에 PA트레이닝을 포함해 진행한 적이 있다. 이는 인맥만 좋은 고위 관료 출신이나 법에 정통한 변호사들이 소통 전문가는 아니다는 의미다. 단순히 말만 잘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대정부, 국회 청문회 등에서 소통하기 위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관련 부처 고위 당국자들을 만난 적이 있어서 명함을 모두 갖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슈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빠르고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가 있어야 하고, 평소에 준비하고 훈련되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상황에서 전략적인 PA 필요를 경험하면 CEO가 직접 법무, 대관업무(GR), PR(홍보), CSR(사회공헌활동) 등 통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율에 적극 관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 시장의 상황은 어떠한가?
"(박영숙 대표) 기업의 비즈니스에 대한 우호적 환경 조성도 Public Affairs 영역이고, 정부와의 갈등 사안이나 사회적 임팩트가 큰 정책에 대해 국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공공교육 캠페인도 역시 PA 영역이다. 플레시먼힐러드 한국지사는 방폐장, 저출산 고령사회 대응, 노동관계법 개정, 경기도 GTX 녹색 성장, 기후변화 대응, G20 비즈니스 서밋 등 국내외 소통 업무를 맡았다. 공공정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들을 위한 Public Affairs 영역에서도 개별 기업과 협회 차원에서 다양한 PA 컨설팅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PA활동 사례를 제시해 준다면.
"국내에 투자한 유럽계 백신회사(C사)의 생산시설이 위치한 곳에 지자체의 지역 개발 계획이 추진됨에 따라 공장을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지역 주민들한테 알박기 기업으로 비난받기 시작하고 국제기구 고객사에 백신 공급 중단 시 비즈니스 중단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에 플레시먼힐러드는 국가적 어젠더와 지역 어젠더의 갈등 사안에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적 메시지 구축, 로펌과 메시지 및 통합적 소통 전략 조율, 협회 등과 연대해 여론 형성, 영향력 그룹 대상 백신 생산 특수성과 사업 가치에 대한 교육자료 개발, 협상 소통 트레이닝 등 종합적 PA자문 활동을 했다. 결과적으로 자칫 외교적 이슈로까지 불거질 위기 상황에서 지혜롭게 대체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백신 생산의 지속적인 비즈니스 보호를 받고, 수출을 늘리며 기업 신뢰도도 높일 수 있었다. 적극적인 PA활동을 통해 서로가 승리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해 사업을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해외에서 문화적인 차이가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데 이 같은 장벽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인재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훌륭한 인재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다. 네트워크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여러 지역에 지사 네트워크를 갖추었다고 해서 훌륭한 네트워크 협력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플레시먼힐러드는 현재 톱200 클라이언트 중 3분의 2가량이 지역 단위로 함께 일하고 있으며, PA 서비스에서의 협력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팀워크는 우리의 커다란 경쟁력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각국 정부의 규제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데 기업들 입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기업이 잘못된 행동으로 만든 상황을 단순히 커뮤니케이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는 기업의 책임경영과 윤리성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특정 산업이나 기업만 정부의 규제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기업이 정부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PA는 비즈니스를 할 때 방패나 헬멧과 같은 방어막이 될 수 있다. 독점 이슈 등이 빈번한 상황에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 He is…
데이브 시네이 회장은 198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플레시먼힐러드 본사 소비자마케팅 분야 담당 AE로 입사했으며, 이후 27년 동안 다양한 프랙티스(practice)그룹의 리더 역할, 세인트루이스주지사의 총책임자이자 미 중서부, 캐나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 사장을 역임했다. 2005년부터 국제 무대에서 회사 성장을 책임지는 플레시먼힐러드 최고경영진 위원회 공동의장을 역임해 왔으며, 회사의 장기 계획 수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시네이 회장은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경영학과 커뮤니케이션 학위를 취득하고 국제 마케팅 분야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플레시먼힐러드의 모기업인 세계 최고 커뮤니케이션 지주회사인 옴니콤(Omnicom)을 대표하여 하버드 경영학부(Harvard School of Business Faculty)와 밥슨대학이 공동으로 제공하는 `Omnicom 최고경영자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최근에는 2011년 칸 국제 광고제(Cannes Lions) PR부문(PR Lions) 심사위원단장을 역임했다.
[대담=위정환 기업경영팀장 / 정리 = 황미리 연구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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