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기업과 B기업은 홍보팀에 5명, 마케팅팀에 5명, 총 10명의 직원을 두고 있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찾아오면서 피치 못하게 각 부서에서 1명씩 감원해야 되는 상황이 됐다. A기업은 각 팀에서 1명씩 정리해고를 해 팀당 인원을 4명으로 만든 뒤 위기를 헤쳐 나갔다. 위기가 끝나고 직원들의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시 1명씩을 채용했다. 하지만 B기업의 대응은 달랐다. 우선 가장 성과가 좋은 직원 2명과 성과가 안 좋은 2명의 직원을 두 팀에서 선정해 성과가 나쁜 2명은 정리해고 하고 가장 우수한 2명은 `별동대`처럼 꾸려 상황에 따라 마케팅팀과 홍보팀을 오가게 만들었다. 위기가 끝난 뒤 감원했던 만큼의 2명을 다시 채용했다.
위기상황에서의 경영전략 전문가로 통하는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이 같은 사례를 들며 "똑같이 2명을 해고한 상황이었고 위기가 끝난 뒤에 다시 2명을 늘렸지만 두 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A기업은 팀별로 5명씩 나눠 하던 일을 4명이 맡아 하며 겨우겨우 생산성을 유지했거나 낮아졌을 것이고 위기 이후 충원을 한 뒤에 위기 이전의 생산성을 회복하는 데 그쳤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B기업은 2명의 `별동대원`이 양 부서를 오가면서 상황에 따라 마케팅팀이 혹은 홍보팀이 위기 이전 상황과 같은 인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 생산성을 유지했고, 두 팀 사이에 소통은 강화됐으며 부서 간 업무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위기 이후 다시 충원을 한다면 한발짝 발전한 상태가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신이 경영자라면 A기업의 사례와 B기업의 사례 중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또다시 위기다. 위기는 기회다. 비록 상투적인 말이지만 언제나 옳다. 그렇다면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글로벌 위기를 진짜 기회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김수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부학장은 "이제 경제위기는 교과서에 나오는 경기순환론에 따라 나타나지 않는다"며 "대기업은 큰 틀에서의 시나리오를 갖고 대응해야 하며, 중소기업은 오히려 특유의 민첩성과 탄력성을 살려 그때그때 적절한 대처를 하는 `임기응변`이 위기 돌파의 방법일 수 있다"고 말한다. 위기가 더 이상 언제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다 보니 기업들은 `항시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남규 교수는 "언제든지 인원과 조직을 줄이고 늘릴 수 있는, 군대의 `5분 대기조`처럼 감원과 조직개편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를 해놔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서 다른 그 무엇보다 `경쟁사 대비 생산성 우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위기가 왔을 때 최고의 장점은 변화와 혁신에 대한 합당한 당위성이 마련된다는 것"이라며 "평소에 하기 힘들었던 걸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또다시 기업 사례로 보면, 만약 비용절감을 하기 위해 어떤 기업이 야유회비를 5만원에서 3만원으로 줄이라고 했다면 이건 말 그대로 비용만 조금 절감한 것이 된다. 물론 생산성의 변화는 조금도 없다. 그런데 다른 기업이 아예 발상을 바꿔 직원들이 근무하는 시간을 조정한다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5명 중 1명을 한 시간 늦게 출근시키고 점심시간에 근무하도록 한다면, 조직은 동일한 인건비를 쓰고 있지만 점심시간에도 고객응대를 하고 업무가 돌아가는 상황이 된다. `Lunchtime deadlock`(점심시간 업무마비)이 없어지는 것이다. 투입은 같은데 매출은 달라지기 때문에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위기가 왔다고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동안 못해 왔던 혁신과제를 수행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기회로 삼으면 될 뿐, 괜한 공포심에 사로잡혀 당황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나 비효율적인 요소를 청산하고 강한 기업으로 변신을 꾀할 수 있는 적기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위기의 본질적인 속성은 `언젠가는 반드시 끝난다`는 것"이라며 "지금의 위기란 몇몇 기업이나 특정 산업의 위기가 아니라 국가적이고 전 세계적인 것이기 때문에 `위기를 이겨내는 게임`이 아니라 `경쟁자를 이겨내는 게임`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위기는 또다시 찾아오기 마련인 법. 평시에 어떤 위기에도 견뎌낼 수 있는 강한 기업을 만들 수 있도록 혁신을 통해 기업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IBM 등이 불황 때 사업모델을 재정비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거나 애플과 구글이 차세대 혁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는 것은 성공적인 위기경영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고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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