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디자인`은 단어가 추상적인만큼 기업인들이나 디자이너 등이 각자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조금씩 의미가 달라진다. 혹자는 디자인이 예쁜 물건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감동할 수 있는 광고를 하거나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디자인해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이 곧 감성 디자인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든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감성 디자인을 등한시해서는 결코 글로벌 생존 경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감성 디자인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향후 감성 디자인 이후를 이끌 화두는 무엇인가. 디자인 경영을 이끌어갈 인재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이 같은 문제는 기업은 물론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
매일경제 MBA팀은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감성 디자인 대가(Guru)인 도널드 노먼 박사와 지난 19일 융복합 과정으로 창의적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는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을 만났다.
노먼 박사는 소비자의 구매결정에 가장 크고 즉각적인 영향을 끼치는 `감정`을 움직이는 디자인이 감성 디자인이고 이는 단순히 물건의 외양이 아름답게 디자인됐다고 해서, 제품의 기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기업들이 감성 디자인 전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각 디자이너나 기술자, 경영자가 각자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뛰어넘어 상호 소통하고 장점과 아이디어를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우리는 매우 복잡한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복잡한 것들이 잘 정리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디자인의 힘이라고 주장했다.
김준영 총장은 "산업현장에서 이 같은 통합적 기업 경영, 디자인 경영 전략이 창출되려면 그에 앞서 대학에서부터 학문 간 융복합 과정으로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정환 매일경제 기업경영팀 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대담은 성균관대 총장실에서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우선 노먼 박사에게 묻겠다. 공학자였는데 디자인 전문가가 됐다.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애플 부사장 경험이 아무래도 컸다. 처음에는 로봇과 같이 `지능을 갖춘 기계(inteligent machine)`에 관심이 많았다. 그 기계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연구하다보니 기계의 모델이랄 수 있는 사람의 뇌와 심리는 어떻게 작동하고 사람들이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가를 알고 싶어졌고 심리학을 공부하게 됐다. 그러던 중 정부 요청으로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조사하러 갔다가 발전소 내부의 설계가 엉망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황에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됐다. 자연스레 내 관심도 순수 학문에서 산업현장으로 옮겨갔고 1993년부터 애플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디자인이 무엇이고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을 갖게 됐다. 공학이나 심리학, 경영학 그리고 디자인은 결국 함께가야 하는 것이다."
-노먼 박사의 1980~1990년대 저서를 보면 사용자의 감정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오직 제품의 유용성과 사용의 편리성, 그리고 기능과 형태만을 강조했다. 2006년에 `감성 디자인`이라는 저서를 집필하면서부터 심미성과 인간 감성에 대해 강조하기 시작했는데 생각이 변한 이유는.
"생각이 변한 게 아니고 기술의 발달에 따라 더 높은 단계로 관심이 옮겨갔다고 봐야 한다. 기술 발달의 초기에는 기계나 제품이 잘 작동하는 것 그 자체가 중요했다. 설사 기계나 제품이 잘 작동한다고 해도 그 사용법을 익히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는 휴대폰이 별탈없이 돌아가고 다루기 쉬워야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오히려 그보다는 제품을 사용하는 게 즐거워야 하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줘야 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 생활에서 디자인은 지속적으로 진화해왔다. 디자인은 우리 생활에 왜 중요하고 어떻게 진화해왔나.
"이제 디자인은 한 회사와 다른 회사를 차별화하는 핵심이다. 위대한 회사일수록 위대한 디자인을 창출해낸다. 삼성이나 LG도 최고의 디자이너들을 고용하고 있고 애플이나 필립스는 말할 것도 없다. 지금 최고의 회사가 되려면 예전처럼 잘 작동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는 불충분하고 사람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최고의 회사는 최고의 디자이너를 고용해야 하는 이유다. 아직 한국기업들이 엔지니어 중심으로 돌아가는 점은 좀 아쉽다. 기능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감성 디자인`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사람들이 무엇이 중요한지, 중요한 일이 맞는지 결정하고 판단하도록 하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학자나 기술자,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이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인지과학 연구를 해보면 사람들은 감정적이고, 또 감정에 따라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내가 말하는 세 종류의 디자인이 있다. 본능적으로 좋은 느낌을 갖게 되는 디자인과 좋은 기능과 사용의 편의성으로 인해 좋아하게 되는 디자인 그리고 제품을 써보면서 얻은 경험과 제품을 생산한 회사와 자신이 맺은 인연 등을 회고하고 생각하면서 좋아하게 되는 디자인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고려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감성 디자인이다."
만족보다 행복하게 만드는 제품 -매력적인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가. 애플이나 아이디오(IDEO) 등이 디자인에 강한 이유와 함께 말해달라.
"모든 것을 다 갖고 있어야 한다. 최고의 디자인을 가진 제품은 일단 보기에 좋고 느낌이 좋다. 그 제품에 대해 생각했을 때 행복해지는 모든 요소를 다 가지고 있다. 애플의 경우 `사람들을 위한 제품`의 개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고 `소비자 중심 경영`이 무엇인지도 세계 어느 회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단순히 아름답고 좋은 기능이 잘 작동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들이 애플 제품을 쓰는 것에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 아이디오는 디자인을 하는 회사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다. 특히 기업이 자신이 생산해서 판매하는 제품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소비자는 물론 내부직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까지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애플이나 아이디오 외에도 감성 디자인을 자신들의 서비스나 제품에 잘 구현하고 있는 회사가 있나.
"필립스, 삼성, LG 모두 스스로 `감성 디자인`을 하겠다고 했다. BMW만 해도 운전자가 가장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서 옆자리와 뒷자리에 타는 사람들 역시 차를 타보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들뿐 아니라 지금은 많은 회사들의 `대세`다. 세무회사에서 감성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면 믿겠나. 소득세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였는데 `사람들이 세무 업무 자체를 너무 싫어한다`며 `감성 디자인을 적용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디자인 경영`을 내세우는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감성 디자인`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CEO가 혼자 떠드는 것으로는 `디자인 경영`이나 `감성 디자인`은 이뤄지지 않는다. LG에서 아무리 디자인을 강조한다고 해도 상사와 부하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모두가 즐기는 분위기여야 하고 자유로워야 한다. 엔지니어나 경영진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디자이너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회사 시스템 개선도 필요한데, 삼성이나 LG는 각각의 제품이 다른 부서에서 고안되고 출시돼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애플이 여러 주변기기와 잘 조화를 이루는 것과 대조된다. 현대자동차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미국시장에서 드디어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기아차와 현대차가 좀 더 차별화될 필요는 있겠다. 현대차는 부드러운 디자인으로, 기아차는 좀 더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 싶다."
-현재 감성 디자인의 키워드, 감성 디자인 이후의 디자인 트렌드는 무엇인가.
"현재의 키워드는 `즐거움`(pleasure)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만족스러운`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다. 행복을 주는 제품을 산다. 필립스도 최근 기능이 훌륭해서 만족스러운 제품보다 재미있고 즐거운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미래는 `경험 디자인`이 될 것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경험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은행에서 항상 자기가 선 줄이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느껴서 불쾌하지 않았나. 여기에 공정한 순서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경험을 주는 것이 경험 디자인의 출발이고, 디즈니랜드에서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것이 또 경험 디자인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설문지를 돌리는 건 안 된다. 직접 관찰하면서 소비자를 잘 이해하는 기업이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다."
`융복합과 통섭` 없이 감성 디자인 없다 -감성 디자인이든 미래의 경험 디자인이든 융합적이고 통섭적인 사고를 하는 인재들이 함께 모여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이를 토대로 경영전략이 짜여져야 할 것 같다.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과 노먼 박사는 각각 어떤 제안을 해줄 수 있나.
"(김준영 총장) `융합원`을 설치할 것이다. 융합원은 하나의 플랫폼이다. 인문과 자연을 연계하는 기초융합원, 사회과학과 공학의 창의융합원, 의학ㆍ약학ㆍ생명을 하이브리드하는 생명융합원을 설립하고자 한다. 학문 간 융합과 통섭이 이뤄지는 플랫폼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다. 학문 간 융복합 없이 창의적 인재 배출은 불가능하다."
"(노먼 박사) 동의한다. 항상 대학교가 문제였다. 산업현장에서는 그룹으로 일하고 항상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는데 대학교는 각 분과 학문들이 좁고 깊게 자기영역에만 집중할 뿐 함께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학교의 본질인 사회를 위한 기여에 대해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융합연구를 통해 얻은 성과를 충분히 보상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진짜 디자인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할까.
"(노먼 박사) 한국은 `실패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비결은 실패가 용납되는, 아니 장려되는 바로 그런 분위기에 있다. 실패한 경험이 바탕이 돼야 성공할 수 있는데 한국은 실패를 용납하지도 않고 다들 무서워하기만 한다. 미국에서 사업하려다 실패하면 다들 좋은 경험을 얻었다며 기뻐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에서 현장으로, 현장에서 대학으로 인적 교류가 이뤄지면서 지식과 노하우가 쌓여가야 할텐데, 어떤 일을 해왔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를 추진할 것인지.
"(김 총장) 산학협력을 위해 10년 전부터 많은 일들을 추진해왔다. 삼성, LG 등과 함께 창의교육에 기반한 산학형 맞춤형학과, 트랙과정을 운영해왔고 많은 지원을 해왔는데 기업에서 전문가들이 와서 교육과정을 같이 개발하기도 한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도 산학협동연구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교육-R&D-고용 연계 모델링 구축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노먼 박사) 맞는 방향이다. 학문적 의미에서의 과학과 산업현장의 기술이 융합하는데 대학이 기여할 필요가 있다. 다만 대학교가 기업체의 부속물이 되는 건 막아야 한다."
[대담 진행 = 위정환 기업경영팀 부장 / 정리 = 고승연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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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일선에 복귀하면서 가장 먼저 서초동 디자인센터를 찾았다. 지난달 초에도 예고도 없이 "디자인센터로 가자"며 발걸음을 돌려 직원들이 상당히 당황해했다(?)는 후문이다. 비단 삼성뿐 아니라 대다수 국내외 기업들이 업종을 불문하고 디자인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래 성장을 이끌 `차별화`의 답을 디자인에서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트렌드는 이미 십수년 전에 예고됐다. 197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영학자 허버트 사이먼 교수는 "모든 조직이 혁신을 한다며 모든 것을 바꿔 보지만 결국 근본적인 차별(difference)은 없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바로 디자인 혁신"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현재 디자인 경영의 주류는 `감성 디자인(Emotional Design)`. 이는 시장의 변화, 소비자의 변화, 그리고 가치의 변화와 맞물린 꽤 심오한 흐름이다. ◆ 감성을 울리는 껍데기를 원한다 = 제품의 디자인은 스타일에서 기능으로, 이후 감성적 니즈(Emotional Needs)를 중시하며 발전해 왔다. 남에게 얼마나 멋지게 보이느냐, 품질이 얼마나 훌륭한지가 과거의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오감을 자극하고 즐거운 상상을 불러일으키며 특별한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디자인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감성 디자인은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마케팅의 대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그의 책 `마켓 3.0`에서 소비자를 이성뿐 아니라 감성과 영혼을 지닌 전인적인 존재로 정의했다. 오히려 이성보다 감성과 영혼이 갖는 힘이 더 커지면서 `감성공감시대`가 도래했고 기업에는 `브랜드 소울(Brand Soul)`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문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감성 디자인이 각광을 받는 이유로 기술의 발달과 세계화를 꼽는다. 그는 "기술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발달했고 시장이 하나로 개방된 마당에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제품의 껍데기, 그것도 감성을 울리는 껍데기"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자신들의 제품이 어째서 좋은지 주절주절 설명하지 않는다. IT기기나 통신 서비스 회사들이 강조하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정(情)이고 어려움을 극복해 낸 감동과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다. 디자인 역시 갈수록 직관적, 인간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광고 기획사 이노션의 김근한 디자인 소장은 "과거엔 금속적이고 직선적이며 복잡한 디자인이 첨단으로 불렸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고 편안함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직관적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쉬운 디자인이 첨단 디자인"이라는 얘기다. ◆ 감성 디자인, 직관의 과학
= 애플의 `아이맥(imac)`은 감성 디자인의 현주소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모니터와 본체를 하나로 연결한 이 컴퓨터는 사용자들을 심란하게 했던 수많은 연결 선들을 모두 없애고 파워코드 딱 하나만 연결하도록 디자인됐다. 모니터에는 음량이나 화면밝기 조절버튼은 물론 전원버튼조차 없다. 전원버튼은 모니터 뒷면 아래에 잘 숨겨져 있다. 아이맥은 소비자들이 어떤 감정적 거슬림도 없이 단번에 제품의 단순함과 순수함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스토리가 있는 디자인이 각광받는 것도 감성 디자인 트렌드와 상통한다. 이탈리아의 디자인 거장 알렉산드르 멘디니는 자신이 디자인한 와인 오프너에 아내 `안나(Anna)`의 이름을 붙였다. 실제 이 와인 오프너의 모양은 영락없이 가는 목에 치마를 입고 춤추듯 팔을 늘어뜨린 여인과 닮아 있다. 이 디자인에는 웃지못할 스토리가 담겨 있다. 코르크를 뽑기 위해 여인의 목을 돌릴수록 양팔은 마치 항복하듯 하늘로 들려 올라간다. 말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아내가 자신에게 항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멘디니의 욕구를 다른 남성 소비자들도 직관적으로 느끼지 않을까? 솔직하고 사실적인 이야기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공감을 일으키고 구매 욕구로 이어진다. 이처럼 스토리, 감정 등 직관적인 단어로 도배된 감성 디자인은 사실 첨단의 인지과학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지과학에 기반을 두고 감성 디자인을 연구해 온 도널드 노먼 박사에 따르면 본능적으로 욕망하는 것과 필요한 것, 일상생활에서 있으면 유용한 것을 넘어서는 것이 감성 디자인이다. 뇌에서 벌어지는 고도의 사고행위에서 형성된 기업과의 관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등이 감정을 불러일으켜 순간적으로 제품이든 서비스든 선택하게 만드는 것, 이 모든 과정이 인지과학ㆍ뇌과학을 통해 분석될 수 있다. ◆ 다음은 경험ㆍ서비스 디자인 = 최근 감성 디자인을 대표하는 용어는 `유저 익스피리언스(UX)`, 즉 사용자 경험을 이끌어내는 디자인이다. 김근한 소장은 "UX 디자인은 사용자가 디자인을 통해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소 거창한 목적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하나같이 UX 디자인을 강조한다. 삼성전자 디자인팀의 이성식 상무는 "스마트폰의 외관 디자인이 점점 심플해짐에 따라 UX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며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느냐가 휴대폰 디자인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스마트폰, 태플릿PC 등 스마트 기기 산업은 점점 더 사용자들이 쉽고, 편리하고, 직관적이며 친근감을 느낌 수 있는 UX 디자인 쪽으로 갈 것"이라며 "단순한 휴대폰이나 PC가 아닌 사용자가 원하는 다양한 기기로 사용될 수 있는 디자인 제품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UX 개념의 창시자인 도널드 노먼 박사도 "감성디자인 다음의 트렌드는 경험 디자인이 될 것"이라며 단순히 라이프스타일에 개입하는 것을 넘어서 소비자ㆍ사용자들에게 공통의 경험을 제공하는 디자인과 전략이 성공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클라우드앤드컴퍼니(Cloud and co.) 디자인 스튜디오 공동대표 유영규 디자이너는 "감성 디자인은 필연적으로 `경험`, `관계`, `서비스`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경험 기반의 단순한 UX디자인을 넘어 이제는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제품을 구경하고 사용후기를 읽고 제품을 선택ㆍ구입하면서 자신도 사용기를 올리고 고장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애프터 서비스를 받으면서 감동을 받는다는 말이다. 이후 그 제품을 버리는 과정까지 일체를 회사와의 소통 속에서 구현한다는 것이다. 그는 "감성 디자인을 구현한 데 그치지 않고 `경험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으로 발전시킨 한국 사례가 하나 있다"고 제시했다. 바로 현대카드M의 디자인이다. 전 세계 최초로 네모난 카드에 디자인을 입혔다. 유 대표는 "해외출장 다니면서 내 카드를 꺼내면 해외 디자이너들조차 놀란다"며 "그냥 예쁜 디자인이 아니라 카드를 쓰게 만드는 효과, 과시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카드 디자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혜택을 맞춤형으로 집어넣고 이걸 디자인으로 이미지화함으로써 감성 디자인이 됐다는 얘기다. 유 대표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가는 데 이것이 서비스 디자인 혹은 경험 디자인이다. 슈퍼콘서트, 슈퍼토크 등 회원들끼리 함께 문화를 창출하는 과정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팔고 공유시키는 과정이고 감성 디자인에서 감성브랜딩으로 가고 있는 것이며 이것이 곧 감성 서비스, 서비스 디자인 혹은 경험 디자인이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 고승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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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디자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두 회사가 바로 애플과 디자인 기업인 아이디오(IDEO)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고객에게 단지 예쁜 디자인의 제품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삶, 생활양식을 바꿀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말 그대로 디자인으로 혁명을 이룬 대표적인 기업이다.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애플이 말하는 `혁신`은 새로운 제품을 발명하거나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애플의 혁명은 단순히 아이팟이라는 MP3플레이어의 디자인이 아니라 아이튠스에서 시작됐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기만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아이튠스를 디자인하면서 성공을 이룬 것이다.
아이폰5 역시 아이폰 사용자들끼리 공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장착하기로 해 큰 이슈를 낳기도 했다. 물론 단말기 자체 디자인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에서 동그라미 버튼까지 애플은 인간의 곡선을 디자인에 심어 놨다.
미국에 본사를 둔 디자인 전문기업 아이디오는 어떤가. 아이디오의 슬로건은 `휴먼 센터드 디자인(Human Centered Design)`, 즉 인간 중심 디자인이다. 디자인 기업 아이디오는 애플의 초창기 컴퓨터 마우스부터 통증 없는 백신 주사기, 자전거 등 고객사들의 의뢰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였다. 업계에서 아이디오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 니즈를 채워주는 혁신 파트너로 명성이 높다. 일례로 아이디오가 디자인한 백신 주사기는 상처가 남거나 아픔을 주지 않는다. 디자인을 통해 많은 사람을 주사 공포증에서 구하고 백신에 대한 이미지까지 바꾼 것이다.
컨설팅그룹이기도 한 아이디오는 모든 것을 디자이너 눈으로 본다. 차, 바이오테크놀로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자기기, 일반 제품, 헬스케어, 교육, 에너지, 금융, 음식, 정부, 스포츠 등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는 아이디오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디자인 컨설팅으로 해결해 준다.
최근 싱가포르 정부 내 `취업비자` 담당부서와 함께 일한 아이디오는 복잡하고 짜증나는 취업 비자실을 경쾌하고 효율적인 공간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모든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고 불필요한 과정을 줄이고 새로운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했다. 늘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민원처리실을 깔끔한 VIP 공항 라운지 같은 공간으로 만들었고 고객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손쉽게 모든 작업을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벽에 붙은 컴퓨터들은 뒤에 사람들이 줄을 서더라도 엉키지 않게 디자인돼 있다.
아이디오의 고객들은 GE, 블랙베리, 유니레버, 포드 등 대기업들은 물론 병원, 중소 가구업체, 비정부기구(NGO) 등 매우 다양하다.
아이디오는 기업 규모나 매출에 상관없이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혁신을 지향한다.
가구업체가 새로운 의자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하면 인체공학을 고려하고 가방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으며 움직이기도 간편한 아름다운 의자를 내놓는다. GE나 블랙베리에도 제품의 장단점을 파악해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식으로 인간을 고려한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 충고한다.
[황미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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