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내 순위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아요. 라이언사가 생활용품 기업으로는 2위일 수 있지요. 하지만 오럴케어 분야에서는 1위입니다."
그는 생활용품업계에서 1위로 올라가려는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때로는 나무를 봐야 한다`는 선문답으로 응수했다.
"크게 보는 것보다는 작은 것 하나하나를 살피고 사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거나 성장하고 있는 사업 분야에서 1위를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게 우리 전략이지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면.
"치약 분야를 예를 들어봅시다. 이미 치약 분야에서는 1위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시장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도전 목표가 생깁니다. `치주 질환 관련 치약에서 1위를 해야겠다`거나 `어린이 치약 분야에서 1위를 해야겠다`는 목표 말입니다. 1위가 아닌 분야라면 시야를 좁히면서 보다 빨리 달성 가능한 목표를 만들 수 있지요. `전체 세제 분야에서 1위를 하겠다`는 목표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액체 세제 분야에서 1위를 하겠다`는 목표는 실현할 수 있는 속도가 빠를 테지요."
-또 다른 전략이 있나.
"예, 또 다른 주요 경영전략은 중점화입니다. 많은 분야에 손을 뻗치기보다는 이미 잘하고 있는 분야를 더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라이언사에는 연간 100억엔(약 13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단일 브랜드가 8개 있습니다. 총 8개 브랜드가 라이언사 전체 매출에서 60%를 차지하고 있지요. 이 브랜드들에 집중해 더 강하게 키워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실행 방법은 무엇인가.
"끊임없는 혁신이지요. 우리는 120년 된 회사지만 지난해 매출 중 53%는 최근 3년간 출시된 제품에서 나오고 있어요. 신선한 제품을 계속 내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혁신을 위해서는 타깃층을 설정하는 게 먼저지요."
◆ 유럽ㆍ미국 진출? 아시아에서도 할 일 많다
세계 생활용품 기업을 줄 세우면 라이언사는 항상 10위 안에 들지만 엄밀히 말해 그들은 `글로벌 기업`이라기보다는 `아시아 기업`에 가깝다. 이들이 진출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홍콩 중국 말레이시아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 총 8개국으로 모두 아시아 나라들이다. 어느 국가도 아시아 대륙을 넘어서지 않는다. 더욱이 국외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 중 약 20%로 높은 편이 아니다.
-외국 진출이 주로 아시아에 집중돼 있는데, 유럽이나 미국 등 타 대륙으로 확장할 계획은 없나.
"아시아가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시아에 주력 중입니다. 아직 이곳에도 개척해야 할 곳이 많습니다. 기존에 진출한 시장 내에서 지위를 향상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이 중에서도 태국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이 시장을 키우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라이언사만의 외국 진출 전략이 있다면.
"우리는 외국에 진출하기 위해서 먼저 현지에서 유력 파트너를 찾습니다. 파트너와 협력하면서 현지화를 꾀하지요. 기술이나 생산은 라이언이 제공하고 영업과 물류는 현지 파트너가 전담하는 식으로 운영합니다. 협조와 협력이 현지 진출 초반에는 가장 중요하니까요. 또한 진출 시 현지 국적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겼지요."
라이언사가 한국에 들어올 때도 이 방침은 그대로 적용됐다. 라이언은 1991년 CJ주식회사 생활화학부문과 기술제휴 협악을 체결한 후 2004년 CJ주식회사에서 분사한 생활화학 분야 지분을 인수해 `CJ LION`을 출범했다. CJ LION에서 라이언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81%로 실질적 소유자다.
-사실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는 라이언도 굉장할 텐데, 현지 브랜드명을 함께 쓰고 있는 이유가 있나.
"한국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지요. CJ라는 브랜드는 우리가 이곳에 진출하기 전부터 있었던 브랜드지요. 이미 많은 고객에게 굉장히 친숙한 브랜드입니다. 그간 이 브랜드가 쌓아온 안정감이나 친밀감과 같은 이미지도 있죠. 물론 라이언도 일본 내 넘버원 브랜드기 때문에 브랜드 자체에 많은 이들이 큰 신뢰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 중 하나를 버릴 수가 없는 이유지요. 일본 기술력과 라이언사가 가지고 있는 신뢰감, CJ가 한국에서 가지고 있는 좋은 이미지를 모두 활용할 예정입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현지 브랜드에 맞춰 제품을 출시하는 건 아니다. 후지시게 사장은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세제 `비트`와 이들이 판매하는 치약 `시스테마`를 들고 설명을 이어갔다.
"현지화를 중요시하지만 현지 브랜드와 라이언사 고유 브랜드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도 우리 방식입니다. 비트는 한국 고유 브랜드지요. 이 제품을 만드는 데도 라이언 기술력이 들어갔지만 현지 브랜드로 씁니다.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에서는 `Top`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합니다. 하지만 시스테마는 한국에서도 `CJ LION`이 아닌 `LION Japan`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붙여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우리 제품 기술력을 제대로 보여주려는 생각입니다. "
◆ 시장 규모 정체 불구 가치 높여 성장 지속
일본 기업들은 기술력과 품질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이들 모국은 25년 이상 장기 침체에 빠져 있다. 저출산ㆍ고령화도 이미 한국보다 수십 년 앞서 겪고 있으며 이에 따른 생산인구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제로 금리 상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장기 침체는 일본 소비자 지갑을 더욱 열기 어렵게 한다.
-일본은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국가다. 오랜 침체기를 견디려면 체력 관리가 중요할 것 같은데.
"일본이 오랜 침체를 겪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저성장도 문제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게 기업에는 더 큰 문제입니다. 구매층이 줄어드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가 바라보는 생활용품업계 성장률은 긍정적입니다. 매년 2%씩 성장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우리도 건실하게 성장하고 있고요."
-시장이 커지는 이유가 시장파이가 커지기 때문은 아닐 것 같은데.
"물론 그렇습니다. 큰 이유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게 시장이 성장하는 주요한 요인입니다. 보다 건강에 좋은 것, 보다 품질이 좋은 것을 사려고 하는 트렌드가 성장을 가져오지요. 치약을 예를 들어보자면, 과거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치약 가격이 평균 200엔(약 2700원)이었다면 지금은 500엔(약 6800원) 이상인 제품이 전체 시장에서 3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소수만 찾던 `프리미엄` 제품이 가장 대중적인 상품이 됐다.
"그게 지금 일본 시장 트렌드입니다. 가격이 조금 더 높더라도 기능성과 품질 등 좋은 가치를 지닌 제품을 구매하려는 욕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Volume)는 커지지 않지만 가치(Value) 부문에서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도 이 트렌드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더 이상 가치 추구는 소수만을 타기팅한 전략이 아닙니다. 한국도 곧 이런 트렌드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준비를 해야 해요."
라이언사도 처음부터 프리미엄 시장에서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7년 전 라이언사 역시 30년째 오르지 않는 치약 가격 때문에 애를 먹었다. 당시 라이언 경영진은 "30년간 즉석 우동 가격은 3.8배 올랐지만 치약 가격은 고작 20% 올랐을 뿐"이라며 시장 성장에 대한 염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프리미엄 상품 개발에 나섰다. 그들이 쓴 전략은 타깃층을 보다 세분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온 가족이 쓰는 치약`이라는 기존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충치가 쉽게 생기는 사람용`이라는 새로운 타깃층을 설정해 이들만을 위한 고가 상품을 내놓는 식이다. 이 전략은 성공했다.
후지시게 사장이 말하는 `일본 소비 트렌드`는 한국에서도 꾸준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KOTRA도 최근 발간한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를 통해 일본 소비시장 특성 중 하나를 마음에 드는 가치를 가진 제품은 가격이 높더라도 선뜻 구매하는 `프리미엄 소비`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여기에 `편의성 소비`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일본은 장소에 상관없이 품질이 균일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어디서나 품질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가져다주는 소비 방식이라고 KOTRA 측은 설명했다.
■ He is …
2004년 3월부터 7년째 라이언사 대표이사 사장 겸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47년생으로 1969년 게이오기주쿠대학(게이오대학) 상학부를 졸업하자마자 스물네 살에 라이언 유지 주식회사에 입사해 현재까지 42년째 한 기업에 근무해온 `라이언 터줏대감`이다. 1996년 3월 국제사업 본부장(이사), 2000년 3월 가정품 영업본부장을 거쳐 2002년 대표이사 전무를 맡았으며 2004년부터 최고경영자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이새봄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