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매경 MBA] 생산-소비 넘나드는 유연성 키워라

ngo2002 2012. 9. 8. 11:02

[매경 MBA] 생산-소비 넘나드는 유연성 키워라
기사입력 2011.02.18 17:15:22 | 최종수정 2011.02.19 09:43:45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놀라움의 기간은 끝났다. 이제는 긴장과 경쟁의 연속이다.

2009년 11월 28일 애플의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된 지 1년 남짓 지났다. 경이에 가깝던 소비자들의 관심은 어느새 기업 간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졌고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는 시시각각 새로운 적(경쟁)과 동맹(협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스마트폰 출발선에서 뒤진 한국 기업들의 애플 따라잡기 노력은 눈물겨웠다. 해외 유수 기업도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다. 정상을 지키던 노키아는 최근 자신들의 운영체제인 `심비안`을 포기하며 궤도 수정에 나섰다. 도요타는 지난해 리콜 사태로 오랜 아성이 흔들린 뒤 뼈아픈 자성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국의 경우 토종 IT 첨단 기술조차 해외 시장 주도권 다툼의 승자로 다시 올라서기 위해 온힘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해법은 없을까. IT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꼽힌 마이클 쿠수마노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는 "오늘날 IT 시장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등 수많은 사업자와 개발자들이 함께 굴러가는 산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며 "생태계 구성원들에게서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 플랫폼을 만드는 자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하나의 위치를 고집하지 말고 `하이브리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조업과 서비스, 생산자와 소비자,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를 넘나드는 유연성이 핵심이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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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처럼 멋지게 섞어라 훨씬 뛰어난 기업이되리니
하이브리드 기업이 살아남는다
삼성전자의 2~4배 수익 구글ㆍ애플 비결은 `제조+서비스` 하이브리드
기사입력 2011.02.18 14:08:28 | 최종수정 2011.02.21 15:16:25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섞어라. 그러면 훨씬 강력해진다.`

로봇 만화영화에는 각자 뛰어난 능력을 가진 메카닉들이 `합체`를 통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적을 무찌르는 장면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지금의 글로벌시장도 업종과 영역, 기술의 종류를 뛰어넘어 합체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학계와 업계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융합, 하이브리드, 컨버전스, 퓨전, 크로스오버 같은 용어도 서로 다른 요소들을 결합해 `획기적인 성과`를 내는 것을 가리킨다. `하이브리드`가 기업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경쟁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런 추세는 오늘날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산업 생태계(Industry Ecosystem)`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아크로뱃(Acrobat)으로 유명한 어도비(Adobe)사는 텍스트와 그래픽 영역에서 고유한 플랫폼을 지녔지만 동시에 윈도와 매킨토시 컴퓨터, 다양한 스마트폰 입장에서는 훌륭한 보완재다. 구글 검색엔진도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인기 프로그램인 동시에 인터넷 서비스 회사와 컴퓨터 제조사들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잠깐 삼성전자, 애플, 구글의 2010년 경영실적을 들여다보자.

한국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3.3%인데 애플은 28.2%, 구글은 무려 52.3%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똑같이 1000원어치 제품을 팔아서 삼성은 133원을 벌었지만 애플은 282원, 구글은 523원이나 벌어들인 셈이다. 수익성을 따지면 애플이 삼성전자보다 2배, 구글은 4배나 높다.

김덕현 세종사이버대학교 융합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이 반도체, 휴대폰, TV, 냉장고 등 제품을 주로 팔지만 애플은 아이폰 단말기만 취급하지 않고 여기에 앱스토어같이 서비스를 얹어 돈을 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물건을 생산하는 제조업과 콘텐츠를 강조하는 서비스업 사이의 융합이 두드러지면서 둘 사이의 경계는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마이클 쿠수마노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영자들은 오늘날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이 곧 하이브리드 기업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명`제품의 서비스화`는 컴퓨터, 인터넷, 소프트웨어 등 전반적인 IT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달 한국후지쯔는 자체 개발한 유통ㆍ요식업 매장관리 솔루션인 `리테일 원`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ㆍSoftware as a Service)` 방식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SaaS는 사용자가 필요한 소프트웨어만 골라 필요할 때에 온라인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배포방식이다. 기존의 하드웨어 공급 중심에서 벗어나 서비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모바일 사업자들도 휴대폰은 사실상 공짜로 주면서 일정 기간 약정계약을 맺게 하고 있다. 어떤 회사들은 아예 넷북 컴퓨터를 서비스 이용 조건으로 무료 지급한다. 상품 하나를 팔고 끝내는 것보다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안정적이고 순환적으로 수익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서비스의 제품화`도 기업이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디자인하고 전달하는 매우 중요한 모델이다.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제품이나 신문 발간, 커머셜 뱅킹, 개인 자산관리 등은 이미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상품화`에 접어든 사업들이다. 이제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 사업 간 농밀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마이클 쿠수마노 교수는 "하이브리드 기업의 중요한 과제는 제품 사업부를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서비스 부문을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와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제2의 엔진`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익의 원천을 금융서비스에만 전적으로 의존했던 제너럴모터스(GM)는 `서비스화`를 잘못 이해하고 실수를 저지른 대표적인 사례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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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현대重·KT…제품 + 서비스 활용 늘려
하이브리드기업이 살아남는다
기사입력 2011.02.18 13:58:25 | 최종수정 2011.02.18 16:04:16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특별한 시너지를 내는 기업은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하이브리드`를 추진하지 않더라도 산업 생태계, 비즈니스 생태계 안에서 파트너를 통해 자사 제품을 핵심 서비스와 결합시킨 사례도 많다.

지난해 KT와 삼성전자는 유비쿼터스 자판기, U벤딩 등으로도 불리는 `스마트 벤딩머신`을 선보였다. 겉모습은 기존 음료수 자판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디지털 터치스크린과 무선통신 기능이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음료와 스낵을 뽑아 먹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광고와 뉴스를 시청하거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전자책(e북) 영화 음악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코카콜라와 공동으로 스마트 벤딩머신을 개발했는데 음료수 판매와 함께 광고 서비스, 길안내 서비스, 티켓예매 등 다양한 기능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뛰어난 디스플레이 기술이 제품의 서비스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삼성SDS가 선보인 `통합 출력관리 서비스(MPS)`는 프린터에 원격기술을 접목시켜 기업의 인쇄 복사 팩스 스캔 등 모든 출력환경을 통합 관리하고 출력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한다. 결과적으로 프린터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굴착기에 위성통신, 위치정보, 웹 솔루션 등 IT기술을 접목해 `하이-메이트(Hi-mate)`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굴착기 원격관리 시스템은 전 세계 건설기계의 가동시간, 가동추이, 고장 종류와 원인, 부품 교환 주기 등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웅진코웨이가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비데를 팔지 않고 빌려주면서 관리해주는 `코디 시스템`을 고안하고, 제휴 신용카드를 통해 정수기 사용료를 할인ㆍ적립해 주는 `페이프리(Payfree)`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기업이 상품에 새로운 가치를 입히고 미래 지속성을 확보하는 추세를 드러낸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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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외부변화에도 기업을 전진시키는 힘 `유연성`
기사입력 2011.02.18 13:57:06 | 최종수정 2011.02.21 16:05:38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최근 기업의 성공전략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는 바로 `유연성(Flexibility)`이다. 시장이 빠르게 변한다면 기업 체질도 변화에 발맞출 수 있을 만큼 유연해야 한다는 논리다. 마이클 쿠수마노 교수 역시 "기업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다양한 기술과 능력이 요구되지만 가장 핵심은 유연성"이라고 강조했다. 유연성이 도대체 기업에 어떤 이득을 안겨준다는 얘기일까.

◆ 공정관리 : 시장 반응을 듣고 그때그때 고쳐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7`을 예로 들어 보자. MS는 5년간 60억달러를 투자해 2007년 `윈도 비스타`를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좋지 않았다. 사용자들은 비스타가 생각보다 느리고 불안정하며 `보안기능이 너무 강해 오히려 짜증난다`, `차라리 애플 매킨토시로 바꿔버리겠다`, `예전에 쓰던 윈도XP를 다시 깔아달라`는 불평을 늘어놨다.

이 상황에서 MS의 유연한 `풀 시스템(Pull System)`이 빛을 발했다. 풀 시스템은 제품 생산공정을 실시간 시장 정보나 반응에 따라 조정해 나가는 기법으로, 세부적인 계획과 관리를 강조하는 `푸시(Push)전략`과 대조된다.

MS는 경영의 핵심 단계들을 시장과 연계해 수요 변화, 소비자 기호, 내부적 어려움 등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윈도7`이라는 작품을 내놨다. MS 측이 "소비자 피드백(feedback)이 제품개발 어젠더의 거의 전체를 이끌었다"고 밝힐 정도다.

◆ 기술 : 왜 따로 놀아? 부서 간 신기술 공유해야

전통적인 규모의 경제를 고집하기보다 부문 간 영역을 넓히는 `범위(Scope)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도 결과적으로 기업의 유연성을 끌어올린다. 경영자라면 서로 다른 사업 부문 간에 시너지를 찾으려고 할 게 아니라 같은 사업 라인 안에서 나눌 수 있는 역량과 자원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도요타라면 캠리와 렉서스, 하이랜더 SUV 엔지니어들이 함께 협력해서 새로운 시스템 개발이나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쿠수마노 교수는 "요즘엔 기술의 수명이 5~6년 정도이기 때문에 신기술을 공유하며 재사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이어 "만약 당신의 회사가 신기술과 전문지식을 여러 제품 간에 공유하지 않고, 각자 매출과 비용을 가지고 진흙탕 싸움을 하는 사업 부서들로 이뤄져 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전략 : 나보다 센 상대를 이기는 유도기술

유연성은 전략과 기업활동 전반에서도 강력한 원칙이 될 수 있다. 지난 1999년 아메리카온라인(AOL)에 인수되면서 지금은 명성이 바랬지만 1990년대를 풍미하던 넷스케이프(Netscape)의 유연성은 참고할 만하다. 이 기업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내비게이터`는 1994년 12월 출시된 뒤 두 달도 안 돼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했다.

무려 24개의 경쟁자가 있는 시장에서 넷스케이프를 승자로 만든 것은 다름아닌 `유도(Judo)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자기보다 크고 강한 상대와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유연성이 핵심이다. 넷스케이프는 인터넷 이메일, 인터넷 그룹웨어, 서버, 인트라넷 등 경쟁자들이 취약한 발생 초기 시장을 노렸다. 또한 시장 강자였던 MS의 기술을 받아들여 마치 내비게이터가 윈도 플랫폼의 보완물처럼 인식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가장 기발한 것은 경쟁자들의 역습을 어렵게 만든 전략이었다.

넷스케이프는 기술등록, 즉 제품의 특허를 중시한 MS의 전략을 비판하고 자신들은 `열린 기준(Open Standard)`을 가졌다고 선전했다. 실제로 내비게이터는 윈도는 물론 유닉스, 애플, 자바에서도 실행되는 호환성을 자랑했다.

쿠수마노 교수는 "흔히 경영진은 유연성이 가지는 불확실성을 두려워 한다"며 "그러나 짧은 기간 안에 생산시스템을 쉽게 조정하고 제품 디자인을 프로젝트별로 바꾸고 경쟁 전략을 수정하면서 얻는 전략적 이득은 단점을 능가한다"고 단언한다. 특히 유연성은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지속력`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쿠수마노 교수는 "언제 전략과 행동을 변화시킬지 너무 늦지 않게 깨닫는 것이 지속력의 핵심"이라며 "경영자는 언제나 판단력을 날카롭게 가다듬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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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쿠수마노 MIT슬론스쿨 교수 "하이브리드기업이 살아남는다"
IT분야 글로벌 영향력 큰 50인 마이클 쿠수마노 MIT슬론스쿨 교수, 한국에 몇가지 충고
기사입력 2011.02.18 14:05:40 | 최종수정 2011.02.21 15:15:20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도요타 리콜 사태는 2010년에 터졌지만 개인적으로는 훨씬 전부터 위기를 직감했어요. 제 차가 도요타 타코마(Tacoma)인데 회사에서 부식 가능성이 있으니 차값의 150%로 되사주겠다고 `은밀히`제안을 해 왔거든요."

마이클 쿠수마노 미국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도요타가) 오랜 세월 잘 지켜오던 품질에 대한 원칙을 무시하면서부터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30년 동안 도요타 사례를 연구해 온 까닭에 안타까움이 더 큰 눈치였다. 그는 "도요타를 비롯한 기업들이 지속력(Staying Power)을 가지려면 6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플랫폼 리더 되기 △제품의 서비스화 △실질적 능력 확보 △시장의 반응 반영 △기술의 재활용 △유연성 등을 제시했다.

IT, 자동차 업계 분석 전문가인 데다 성균관대와 MBA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많았다. 그는 "미래에는 한국의 IT기업들이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낼 것"이라면서도 "일본처럼 이공계 대학 투자가 미흡한 채로 시간이 흐르면 신성장산업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고 따끔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 노키아, 유연성 부족으로 시장에서 뒤처져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진 노키아가 최근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고 있다. 휴대폰 시장을 주무르던 세계적인 노키아가 모바일폰 산업에서 뒤처져 마이크로소프트에 급하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노키아는 예나 지금이나 값싼 피처폰(스마트폰이나 PDA폰이 아닌 일반 휴대폰)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였다. 결국 1등을 하는 비즈니스에서 다른 쪽으로 방향을 쉽게 틀지 못했던 것이다.

둘째, 노키아는 예전 휴대폰에 포켓용 컴퓨터 기능을 추가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전화와 이메일 장비를 결합한 `노키아 커뮤니케이터`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시장은 포켓용 컴퓨터가 아니라 소비가전제품같이 더 작고 더 우아한 휴대폰을 원하고 있었다.

셋째, 노키아가 개발한 휴대폰 운영체제(OS) `심비안(Symbian)`은 한때 모바일시장을 호령했지만 급속히 진화하는 고성능의 그래픽과 미디어 기능들을 수행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와중에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고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공유하자 노키아는 점점 더 뒤처지고 말았다. 참고로 캐나다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리서치인모션(RIM)은 보안성이 높은 이메일 기능이 필수적인 기업인들을 상대로 기업시장을 접수해 성공을 거뒀다."

-한국은 세계적인 IT강국이지만 하드웨어 제조 부문이 강하고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분야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런 산업구조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까.

"휴대폰, 컴퓨터 같은 소비가전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바로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다. 하드웨어는 상대적으로 복제하기 쉽지만 소프트웨어는 보다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치에 내장돼 있거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긴밀하게 결합돼 있는 경우가 그렇다. 한국 IT기업들은 두말할 것 없이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한국이 글로벌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OS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그냥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OS를 반드시 새로 개발해야 할 이유는 없다. 사전 준비 없이 OS를 만드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 그 대신 아주 핵심적인 애플리케이션이나 OS 최상단에 놓일 만한 독자적인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층(layer)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예를 들어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휴대폰용 OSㆍ미들웨어ㆍ운용프로그램을 한데 묶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인데 바로 이런 기술이 한국 IT 회사들에 가장 필요한 기술이다. 한국 기업들의 능력을 감안하면 마이크로프로세서나 OS의 가장 상단에 독자적인 층을 구축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미래에는 한국의 IT기업들이 차세대 장치를 위한 새로운 OS를 개발해 낼 기회가 있을 것이다."

-현대차, 기아차 등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의 `빅3`나 도요타 등 경쟁자들이 휘청이면서 오히려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에 대한 조언을 해달라.

"우선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3대 자동차 기업들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결코 자동차산업에서 이들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도요타 역시 회복 중이며 여전히 글로벌 리더다. 그렇다고 해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부상은 정말 놀랍다. 미국시장에서만 보더라도 한국 자동차기업들은 더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만 알려져 있지 않다. 이제는 신뢰성과 디자인, 품질도 높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지금 당장에 프리미엄시장에 집중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프리미엄시장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작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도 일본이 그랬듯 점진적으로 위를 목표로 올라가는 것이 낫다."

-스티브 잡스의 병세가 다시 악화되면서 애플의 승계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애플의 힘은 놀랍지만 스티브 잡스라는 최고경영자(CEO) 한 명에게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가. 잡스 이후의 애플을 어떻게 예상하나.

"`히트 상품`은 왔다가도 간다. 하지만 수많은 회사들이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는`산업 플랫폼`은 대체하기 매우 어렵다. 애플 역시 아이튠스, 앱스토어, 아이북스(iBooks) 등 `애플의 서비스 생태계`가 애플을 지탱시킬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와 오피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뤄진 `MS 생태계`가 건재하듯이 말이다. 애플의 기술력도 이런 플랫폼을 바탕으로 앞으로 수년간 진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이 애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그는 획기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를 발견했고 직원들이 위대한 제품을 만들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조너선 이브가 이끄는 잡스의 디자인팀은 여전히 잘 굴러가고 있지만 만약 잡스가 단기간 안에 회사를 떠나게 된다면 그의 추진력을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애플도 몇 년 이후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 잡스 대신 조직에 동기를 부여하고 `다음 대박`을 터뜨리기 전까지 말이다."

◆ 일본은 신시장 개척 유연성 떨어져

-최근 신용평가사인 S&P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시켰다. 이는 중국과 같은 수준이다. 실제로 일본 경제는 거의 20년 동안 침체를 겪으며 기업들도 예전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 업계에 대한 전망과 한국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들려달라.

"일본 기업 중에서도 도요타, 닛산, 혼다, 소니, 샤프, 파나소닉, 캐논 등 소위 `위대한 기업`들은 여전히 아주 좋다. 하지만 일본은 몇 가지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먼저 경쟁자들이 일본식 생산방식과 엔지니어링, 품질관리 기술을 배우고 제품들을 대부분 복제해 경쟁이 극도로 심화됐다. 단적인 예로 이제는 거의 모든 기업들이 도요타의 JIT(Just-in-time)시스템과 공정 품질관리를 이해하고 있다. 둘째, 일본은 저축률이 너무 높고 소비는 그만큼 이뤄지지 않은 탓에 막대한 돈이 쌓였다. 이로 인해 통화가치가 올라갔고 오랜 엔고로 일본 내 비용(cost)은 너무 비싸졌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정치는 수십 년간 정체상태다. 그리고 일본 인구의 거의 절반이 비효율적인 공공기관이나 그 자회사 등 어떤 형태로든 공공부문에 고용돼 있다. 이들은 농업, 유통, 시스템, 서비스, 건설, 에너지, 화학, 금속 등 산업 전방위에 걸쳐 있다.

게다가 일본은 소프트웨어, 생명공학, 신소재, 통신공학 등 `뜨는 산업`의 원천이 되는 대학 연구기관 투자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미흡하다. 이에 따라 다른 국가들이 일본의 기존 산업을 빠르게 따라잡는 동안 신성장동력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이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최소한 한두 세대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는 고령화와 함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부족과 이로 인한 문제는 한국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최근 지속 가능 성장성(Sustainability)과 녹색경영(Green Management)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ITㆍ자동차 기업들도 저마다 2차전지,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녹색`이 글로벌 업계 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시대 모든 학생들은 기업 전략과 제품 아이디어, 생산 시스템 등 무엇이든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있다. `녹색경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모든 기업과 정부 업무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제는 어떤 기업도 환경을 해친다는 평판을 듣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인도나 아프리카 국가 등 개발도상국들의 가장 큰 도전은 정부의 비효율성이나 국민들의 빈곤이 아니라 바로 `친환경ㆍ지속 가능 경영` 문제다. 중국은 미래 환경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이 문제를 경제적으로 해결할 방법들을 찾는 선봉에 있다. 모든 개발도상국들도 향후 10년 동안 중국의 이런 생각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IT와 자동차를 포함한 산업 전반에서 중국과 인도가 약진을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률뿐만 아니라 산업별 헤게모니도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 이머징 국가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지 관심이 많다. 이에 대한 의견은.

"최소한 첨단기술 분야에 있어 산업 주도권의 힘은 대학의 과학기술연구소, 이들 연구기관과 기업, 정부와의 파트너십에서 나오고 민간 벤처캐피털에 의해 활성화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국고가 넉넉하고 정부가 과학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대학들의 예산이 풍족하다는 점에서 인도를 앞선다. 유럽은 좋은 대학들이 많지만 기업과 벤처 업계와의 연계가 부족하다. 반면 미국은 산학연계가 매우 활발하다. 따라서 나는 당분간 미국이 많은 첨단산업을 계속 리드해나갈 것이라고 본다. 단, 다른 나라들과의 기술 차이는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 "

■ <용어설명>

▷ 플랫폼(Platform) = 컴퓨터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응용 프로그램이 실행될 수 있는 기초를 이루는 컴퓨터 시스템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MS-도스나 윈도 같은 운영체제는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가 실행될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

▷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 사용자들이 컴퓨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설계 내용을 뜻한다. 과거에 도스 운영체제에서는 키보드로 명령어를 직접 입력해 작업을 수행하는 텍스트 유저인터페이스였고 오늘날 윈도에서는 사용자가 마우스로 아이콘이나 메뉴를 선택해 작업을 수행하는 그래픽 유저인터페이스가 이용되고 있다.

■ 마이클 A 쿠수마노는…

MIT 슬론스쿨 교수로 기업전략과 제품개발 분야 전문가다. 특히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자동차, 소비가전 분야에 강점을 지녀 2009년 실리콘닷컴에서 IT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으로 선정됐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뒤 하버드 비즈니스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GE, 포드, 후지쓰, IBM, 도시바 등 전 세계 90개가 넘는 회사를 컨설팅했으며 `스테잉파워(Staying Power, 2010)` 등 총 9권의 책을 내놓았다. 이 중 `소프트웨어 비즈니스(The Business of Software)`는 2004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톱 경영서적 중 하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밀(Microsoft Secrets, 1995)`은 14개 언어로 번역돼 15만부 이상 판매됐다. 현재 인도 파트니컴퓨터시스템스와 미국 엘리자코퍼레이션 디렉터, 일본 픽스스타스 자문을 맡고 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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