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신시장 개척 유연성 떨어져
-최근 신용평가사인 S&P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시켰다. 이는 중국과 같은 수준이다. 실제로 일본 경제는 거의 20년 동안 침체를 겪으며 기업들도 예전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 업계에 대한 전망과 한국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들려달라.
"일본 기업 중에서도 도요타, 닛산, 혼다, 소니, 샤프, 파나소닉, 캐논 등 소위 `위대한 기업`들은 여전히 아주 좋다. 하지만 일본은 몇 가지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먼저 경쟁자들이 일본식 생산방식과 엔지니어링, 품질관리 기술을 배우고 제품들을 대부분 복제해 경쟁이 극도로 심화됐다. 단적인 예로 이제는 거의 모든 기업들이 도요타의 JIT(Just-in-time)시스템과 공정 품질관리를 이해하고 있다. 둘째, 일본은 저축률이 너무 높고 소비는 그만큼 이뤄지지 않은 탓에 막대한 돈이 쌓였다. 이로 인해 통화가치가 올라갔고 오랜 엔고로 일본 내 비용(cost)은 너무 비싸졌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정치는 수십 년간 정체상태다. 그리고 일본 인구의 거의 절반이 비효율적인 공공기관이나 그 자회사 등 어떤 형태로든 공공부문에 고용돼 있다. 이들은 농업, 유통, 시스템, 서비스, 건설, 에너지, 화학, 금속 등 산업 전방위에 걸쳐 있다.
게다가 일본은 소프트웨어, 생명공학, 신소재, 통신공학 등 `뜨는 산업`의 원천이 되는 대학 연구기관 투자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미흡하다. 이에 따라 다른 국가들이 일본의 기존 산업을 빠르게 따라잡는 동안 신성장동력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이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최소한 한두 세대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는 고령화와 함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부족과 이로 인한 문제는 한국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최근 지속 가능 성장성(Sustainability)과 녹색경영(Green Management)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ITㆍ자동차 기업들도 저마다 2차전지,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녹색`이 글로벌 업계 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시대 모든 학생들은 기업 전략과 제품 아이디어, 생산 시스템 등 무엇이든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있다. `녹색경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모든 기업과 정부 업무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제는 어떤 기업도 환경을 해친다는 평판을 듣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인도나 아프리카 국가 등 개발도상국들의 가장 큰 도전은 정부의 비효율성이나 국민들의 빈곤이 아니라 바로 `친환경ㆍ지속 가능 경영` 문제다. 중국은 미래 환경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이 문제를 경제적으로 해결할 방법들을 찾는 선봉에 있다. 모든 개발도상국들도 향후 10년 동안 중국의 이런 생각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IT와 자동차를 포함한 산업 전반에서 중국과 인도가 약진을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률뿐만 아니라 산업별 헤게모니도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 이머징 국가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지 관심이 많다. 이에 대한 의견은.
"최소한 첨단기술 분야에 있어 산업 주도권의 힘은 대학의 과학기술연구소, 이들 연구기관과 기업, 정부와의 파트너십에서 나오고 민간 벤처캐피털에 의해 활성화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국고가 넉넉하고 정부가 과학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대학들의 예산이 풍족하다는 점에서 인도를 앞선다. 유럽은 좋은 대학들이 많지만 기업과 벤처 업계와의 연계가 부족하다. 반면 미국은 산학연계가 매우 활발하다. 따라서 나는 당분간 미국이 많은 첨단산업을 계속 리드해나갈 것이라고 본다. 단, 다른 나라들과의 기술 차이는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 "
■ <용어설명>
▷ 플랫폼(Platform) = 컴퓨터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응용 프로그램이 실행될 수 있는 기초를 이루는 컴퓨터 시스템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MS-도스나 윈도 같은 운영체제는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가 실행될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
▷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 사용자들이 컴퓨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설계 내용을 뜻한다. 과거에 도스 운영체제에서는 키보드로 명령어를 직접 입력해 작업을 수행하는 텍스트 유저인터페이스였고 오늘날 윈도에서는 사용자가 마우스로 아이콘이나 메뉴를 선택해 작업을 수행하는 그래픽 유저인터페이스가 이용되고 있다.
■ 마이클 A 쿠수마노는…
MIT 슬론스쿨 교수로 기업전략과 제품개발 분야 전문가다. 특히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자동차, 소비가전 분야에 강점을 지녀 2009년 실리콘닷컴에서 IT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으로 선정됐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뒤 하버드 비즈니스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GE, 포드, 후지쓰, IBM, 도시바 등 전 세계 90개가 넘는 회사를 컨설팅했으며 `스테잉파워(Staying Power, 2010)` 등 총 9권의 책을 내놓았다. 이 중 `소프트웨어 비즈니스(The Business of Software)`는 2004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톱 경영서적 중 하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밀(Microsoft Secrets, 1995)`은 14개 언어로 번역돼 15만부 이상 판매됐다. 현재 인도 파트니컴퓨터시스템스와 미국 엘리자코퍼레이션 디렉터, 일본 픽스스타스 자문을 맡고 있다.
[이소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