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인 성과만으론 생존하기 어렵다…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오래산다."
"한국기업 지속가능경영 기업간 편차 커…자동차ㆍ가전부문 지수 상승폭 가장 높아"
"트위터ㆍ페이스북…소비자 의견 모아야…리스크 관리는 물론 혁신 수단으로 활용"
불과 10년 전만 해도 `녹색`이 기업을 혁신시키는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녹색경영과 이를 브랜드에 담아내는 `그린 브랜딩`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결정짓는 핵심 경쟁 요소로 자리잡았다. 녹색경영에 성공한 기업이 수익성도 좋고 주가도 높으며 소비자의 사랑도 받는 시장이 열린 것이다.
그린 브랜딩은 `근본적인 변화`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ㆍ유통ㆍ판매하는 과정 전반에 `녹색가치`를 심는 활동이다. 2011년 기업들이 왜 그린 브랜딩에 주목해야 하는지 닉 메인 딜로이트 지속가능경영부 글로벌 대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 정부가 시작한 녹색투자, "시장이 더 적극적"
-전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이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기업 중에는 사회적 책임이나 환경 영향(Environmental impacts) 평가를 성장보다 덜 중요시하거나 심지어 수익에 반하는 활동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기업의 미래 성장에 있어 이런 활동이 왜 중요한가.
"지속가능경영은 사업의 경제성이 환경, 사회적 책임과 함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개념이다. 경제적인 성과만으로는 더 이상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포천지는 매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을 선정하고 있는데 2007년에 뽑힌 상위 50개 기업의 평균 연령은 94세였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셈이다. 또한 스위스의 자산운용사 SAM(Sustainability Asset Management)이 2008년에 실시한 리서치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이 높은 회사가 주가 수익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이제 경제적 성과와는 별개로 환경ㆍ사회적 영향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이해관계자, 투자자들 역시 이 이슈에 대해 매우 민감해졌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환경 친화적인 기업들이 자금 조달이나 투자 유치 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왜 그런가.
"2009년 6월 미국의 에너지국은 포드에 59억달러를, 닛산과 신생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모터스(Teslar motors)에 21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고효율 에너지 기술 개발을 지원하며 대출을 해준 것이다. 이 사례는 과거 제너럴모터스(GM)나 크라이슬러 사례 같은 긴급 지원금이 아니라 신에너지 기술 노력에 대한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런 움직임에 자극을 받아 민간 부문 투자자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공할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됐다. 자본시장에서 환경친화기술에 대한 투자가 점차 증대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많은 사회책임투자(SRI)는 수익률이 높더라도 술ㆍ담배ㆍ무기 등을 만드는 기업이나 환경에 유해한 기업, 비윤리적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실제 북미와 유럽의 금융시장에서는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주요 투자은행과 보험사들도 저마다 여신관리에 환경리스크와 환경경영 성과를 반영하는 추세다. 클린테크(Clean Tech) 시장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전체 글로벌 인수ㆍ합병(M&A) 거래량 가운데 클린테크 분야 M&A 비율이 늘어나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 韓 철강ㆍ건설ㆍIT…지속가능경영 글로벌 톱 수준
-한국은 제조업 수출 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한국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이 작년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을 알 수 있다. DJSI는 글로벌 상위(유동자산 시가총액 기준) 2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DJSI월드와 아시아 지역 상위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DJSI아시아퍼시픽, 한국 상위 2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DJSI코리아로 나뉘는데, 이 지수에 편입되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사회 공헌과 미래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기업들의 2010년 평균 점수는 61.8점으로 전년 59.6점보다 3.7% 상승했다. 특히 높은 상승률을 보인 분야는 자동차로 33.8% 올랐으며 가전 부문도 24.6% 상승했다. 이 지수가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의 참여 역사가 짧은 사실을 감안할 때, 한국의 지속가능경영은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간 편차도 아직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25개 업종별 평균 점수를 글로벌 동종업계 1위 기업 점수와 비교해 보니 철강과 건설, 반도체, 전자부품은 글로벌 톱의 90%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명백하다."
-`그린 브랜딩`이 기존의 브랜드 전략이나 `그린 마케팅`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브랜드는 보이지 않는 기업의 자산이다. 브랜드가 기업 이익에 미치는 비중이 나날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자산가치를 늘리기 위해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하는`리브랜딩(re-branding)` 전략을 세우고 있다.
결론적으로 21세기 리브랜딩 전략의 지향점은 그린을 토대로 한 지속가능성이다. 소비 행태와 시장의 트렌드가 녹색경영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거나 타이밍이 늦을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에 엄청난 손실을 안겨줄 것이다. 지금 기업들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린(green)으로의 리브랜딩`, 즉 `그린 브랜딩`이다. 중요한 것은 그린 브랜딩이 결코 회사나 제품을 좀 더 `녹색으로 보이게 하려는` 단기적인 마케팅 해결책으로 간주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린 브랜딩은 회사의 슬로건이나 로고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제품개발에 관한 아이디어 도출부터 폐기되는 단계까지 제품의 수명주기(lifecycle) 전반에 걸쳐 `그린`을 고려해 기업의 차별성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그린 브랜딩으로 경쟁사와 구별되는 높은 진입장벽을 구축한다면 성장을 위한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 가운데 그린 브랜딩 성공 사례가 있나? 이 기업들은 어떤 점이 훌륭한가.
"글로벌 기업인 GE는 2003년 환경과 생태를 의미하는 `에코(eco)`와 기존 슬로건인 `imagination at work(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를 결합해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이는 고객들이 직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택한 새로운 친환경 성장 키워드로, 경제적 이익효과와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가치 모두를 개선시킨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의 삼성전자도 좋은 예다. 회사는 `플래닛 퍼스트(Planet First, 지구를 먼저 생각하자)`라는 모토를 통해 친환경 제품 출시, 친환경 활동 마크 인증, 친환경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이 같은 꾸준한 친환경 관련 활동으로 그린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고 초슬림, 초경량 디자인 혁신에 따라 자원을 64% 줄였다. 휴대폰은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충전하고 재생플라스틱과 재생종이 포장재를 사용해 자원 사용량을 줄였다. 삼성전자는 플래닛 퍼스트 활동을 통해 브랜드 가치가 17% 상승했다고 추산된다."
◆ SNS로 강력해진 소비자가 `녹색 혁신`의 주역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한층 강해지고 그 속도도 빨라졌다. 기업들이 브랜딩 전략을 세울 때 이 점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기업의 브랜드는 소비자뿐 아니라 정부기관, 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련돼 있다. 특히 환경과 사회적 책임의 조화를 강조하는 녹색경영에서 이해관계자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해당사자 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활성화될수록 녹색경영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반면 그린 브랜드 구축 전후로 이해관계자들과 적절히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한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소비자 의견을 수집해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한다면 브랜드 방향성 재정립, 효과적인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큰 도움이 된다.
트위터 기반 고객지원 서비스를 사용하는 델 컴퓨터부터 `마이 스타벅스 아이디어(My Starbucks Idea)`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디어를 선별ㆍ적용하는 스타벅스가 좋은 예다. 기업들은 소셜네트워크를 리스크 관리는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수익을 창출시키는 혁신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 He is…
세계적 금융컨설팅 회사 딜로이트의 글로벌 리더로서 저탄소ㆍ지속가능 경영자문 전문가로 명성이 높다. 2000~2005년 딜로이트 뉴질랜드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뒤 2005년엔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 기간 `뉴질랜드 지속가능경영 위원회` `기후변화 리더십포럼` 등 다수의 기후변화, 친환경 관련 공공ㆍ민간기관에 주요 멤버로 참여했다. 현재 딜로이트 글로벌 책임경영위원회 멤버로서 탄소거래 등 사회책임투자 선진 시장인 영국 런던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