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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개발과 안정적인 품질관리"가 중시되던 일본 기업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은 니시다 아쓰토시 회장. 그와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교한 논문이 나올 정도로 그는 경영학계와 일본 산업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지난달 제12회 세계지식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니시다 회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혁신경영 철학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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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을 지나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말조차 어색하지 않게 된 일본 경제. 1980년대 전 세계를 석권했던 일본 첨단 제조업체들은 삼성ㆍLG 등 한국 기업에 프리미엄 전자기업이라는 지위까지 일부 내준 채 거품이 붕괴된 일본 경제 속에서 지난 20년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던 자동차 기업 도요타마저도 최근 대량 리콜 사태로 위기를 겪었고, 소니를 비롯한 최고 기업들도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일본 기업들 저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잠들어 있던 일본 최고 기업들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2005년 도시바 총괄사장으로 임명돼 5년 가까이 혁신을 진두지휘한 뒤 2009년부터 회장직을 맡아 고문 역할을 하고 있는 니시다 아쓰토시 회장이 있다.
이란 여성과 결혼해 1973년 이란 지사로 입사했고, 2년 뒤 본사에 재입사하는 등 독특한 이력을 가진 니시다 회장은 도시바가 한때 실패를 맛봤던 미국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에 재진출하기 위해 입사 10년 만에 미국 LA로 떠난 도시바 3인방 중 한 명이다.
그는 천부적인 미래 예측 감각으로 1992년에 이미 노트북컴퓨터 판매량이 십 수년 안에 데스크톱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의 예측은 2005년에 현실로 나타났다.
그는 2003년 전무로 재직하던 시절 142억엔(약 2040억원) 적자를 기록하던 도시바 PC사업부를 1년 만에 84억엔(약 1200억원) 흑자로 돌려 놓는 경영수완을 발휘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그가 2005년 총괄사장에 취임한 후 보여준 혁신 행보는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도시바는 물론 다른 일본 기업들과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 `이단아적 기질`이 모범생 일본 기업에 던진 충격 니시다 회장은 일본 사회에서나 기업에서나 `이단아`로 통한다.
최고 엘리트였지만 일본의 전형적인 `모범 인생`을 살지 않았다.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도쿄대 법학ㆍ정치학 석사를 받는 등 당시 특급 엘리트 코스를 밟던 그는 일본에 유학와 있던 이란 여성과 결혼해 1973년 이란으로 건너갔다.
일본 산업 전문가인 이철규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당시 일본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엘리트가 선택하기 아주 어려운 길을 간 것"이라며 "니시다 회장이 이후 도시바에서 근무하는 동안 자주 보여준 혁신적인 사고와 과감한 결단에는 그가 보유한 이런 `이단아` 혹은 `혁신가` DNA가 숨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2007년 긴자 거리에 있는 유서 깊은 도시바 본사 건물을 팔아치우는 과감함, 수백억 엔 이상을 쏟아 부은 제품 개발마저도 향후 기업에 부담이 될 것 같으면 곧바로 접어버리는 결단, 이런 모든 측면이 `신중함`과 `전통과 관행`을 중시하던 일본 기업 경영자들과 산업계에는 큰 충격을 몰고왔다.
특히 오직 최첨단 기술 개발에만 집착하던 일본 기업 전통에서 벗어나고 과거와 단절하는 모습이 일본사회와 산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 장기 비전과 단기 수익, 두 마리 토끼 잡는 수완 니시다 회장은 `극도의 이윤추구형` 기업가로 분류된다.
이철규 교수는 "모든 CEO가 이윤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지만, 기업문화 유지ㆍ형성에 큰 비중을 두는 CEO도 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그 어느 곳보다 강조하는 기업가도 있는데, 니시다 회장은 거의 모든 기업 역량을 `수익 창출`에 쏟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니시다 회장은 수익을 위해서는 한꺼번에 모든 걸 바꾸는 리더십을 보였다"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3남이면서도 회사를 이어받아 기존 조직문화를 존중하면서 변화를 시도한 것과는 대조적인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니시다 회장은 단기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장기 비전을 놓치지 않는다. 에너지산업에 대한 미래 성장성을 내다보고 과감하게 원전 사업 등에 뛰어든 게 대표적인 사례다.
황래국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웨스팅하우스 인수전에서 향후 50년을 내다보고 예상가 20억달러에 비해 두 배가 넘는 50억달러를 투자한 것이 니시다 회장 특유의 공격적이면서도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 니시다, 도시바 그리고 일본 니시다 회장이 도시바 총괄사장으로 5년간 일하며 보여준 공격적인 경영은 도시바뿐 아니라 일본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하며 경쟁력을 상실한 일본 기업에 도시바의 공격적인 경영은 새로운 변화 방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 전문가인 이형오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때 세계를 석권한 일본 기업들은 목표를 잃고 안정적 경영만을 해오다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크게 힘을 잃었다"며 "니시다 회장이 도시바를 혁신하며 진행했던 공격적인 경영과 외국 진출 노력 등이 일본 기업들에 주는 메시지가 큰 의미를 가지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강다영 기자 / 고승연 기자 / 조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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