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경 MBA] 기아차의 질주는 디자인에서 시작됐다
`최우량 기업상` 받은 기아車 `정체성` 분석 현대차 합병은 정체성 위기…디자인·소통경영으로 극복 | |
| 기사입력 2012.08.24 14:37:16 | 최종수정 2012.08.24 18:00:53 | |
◆ 경영관련학회 통합학술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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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한 집안, 형만 한 아우 없다." "현대차와 같은 성능인데 더 싸다." "옛날 프라이드가 고장도 안나고 좋았다." 2000년대 중반 기아차에 대해 소비자들이 가졌던 이미지다. 기아차를 현대차의 `아류`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해외 시장에서 형님격인 현대차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유럽에서 강세인 기아차(회장 정몽구ㆍ사진)는 판매증가율, 판매량 부문에서 현대차를 추월하거나 대등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기아차가 제14회 경영관련학회 통합학술대회에서 최우량 기업상을 받은 이유다.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은 이와 관련 "2000년대 중반 기아차는 기업 정체성이라는 근본적인 취약점을 갖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러란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디자인을 비롯한 기업 문화, 기업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노력이 지금의 기아차가 있게 한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형제지간`이 된 것은 1998년 기아차가 부도나면서다. 이때 기아차와 국내 자동차 시장 1, 2위를 다투던 현대차는 부도 이듬해인 1999년에 재빠르게 기아차를 인수합병했다. 이 인수합병은 역대 한국 기업의 인수합병 중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낸 딜(deal)로 평가되고 있다. 합병 직후인 1999년부터 2005년까지 기아차는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판매대수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형근 부회장은 "기아차 외부로는 적자 전환, 판매 저조, 생산성 하락 등의 문제만 노출됐지만 실은 내부에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기아차 출신 임직원들이 현대차에 대해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고, 기아차만의 `무엇`이라고 할 만한 상품 차별화가 없었다. 노사 간 신뢰도 부족해 매년 극심한 파업이 발생했다. 이처럼 취약한 기업 문화와 기업 이미지 하락이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이 특히 좋지 않았던 것은 `기아차는 현대차의 아류`라는 이미지 때문이었다. 기아차가 현대차와 차별성을 갖지 못하다 보니 제값을 받기 어려웠다. 소비자로서는 현대차보다 비싼 돈을 주고 기아차를 살 이유가 없었다. 현대차보다 저렴하게 차를 구입한다는 생각으로 기아차를 구입하다 보니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현대차보다 낮을 수밖에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기아차는 비싼 돈을 주고 외부 컨설팅을 받았다. 외부 컨설팅 업체 역시 기아차의 문제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컨설팅 업체는 기아차의 문제점을 `3-less`로 요약했다. △내수를 비롯한 글로벌 전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이 취약해 안정적 판매시장이 없다는 것(Homeless) △그동안의 경쟁우위였던 가격경쟁력마저 악화됨으로써 핵심 경쟁우위가 사라졌다는 것(Edgeless) △조직 전체의 사기가 저하되고 기아차 고유의 기업문화가 상실됐다는 것(Spiritless)이 그것이다. 기아차의 성장은 이런 문제점을 자각하면서부터다. 형의 그늘에 가려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동생이 그렇듯이 기아차는 `튈`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바로 디자인이었다. 기아차는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불리던 피터 슈라이어 당시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책임자를 CDO(최고디자인책임자)로 영입했다. 당시 국내에 드물던 CDO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피터 슈라이어에게는 연봉 조건을 제외한 모든 디자인 관련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독자적으로 디자인 관련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은 기아차의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기 시작했다. 국내 자동차업체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일이었다. 일반 소비자가 기아차의 차별성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기아차가 각종 국내외 디자인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기아차는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및 굿디자인상 대통령상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레드닷, iF, IDEA를 수상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모든 국내업체들을 통틀어서 최초였다. 소비자들은 `외관 디자인이 수입차 같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디자인이라 자꾸 쳐다보게 되고 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기아차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동생이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 우뚝 서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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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기아차와 현대차의 합병은 기아차 입장에서 재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그러나 기업 정체성 측면에서 볼 때는 커다란 도전이었다. 당시 2위 업체였던 기아차가 1위 업체인 현대차와 합병하면서 기아차 임직원들은 패배주의에 사로잡혔다. 디자인 경영의 성공은 기아차가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자신감이 회복되고 창의적인 기업문화가 확립되면서 대외적인 브랜드 이미지도 젊고 역동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기아차가 스스로의 강점을 정체성 확립에서 찾는 이유다. ◆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전사적인 혁신 디자인 경영은 단순히 제품 외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기아차는 판매, 서비스 등 모든 고객 접점에서 기아 정체성이 담긴 디자인을 녹여냈다. 디자인을 중심으로 전사적인 혁신을 추진한 것이다. 그 결과 2007년까지만 해도 적자였던 기아차는 2011년 8.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눈부시게 좋아졌다. 8.2%의 영업이익률은 자동차업계 전체에서 보더라도 상위권에 해당한다. 판매대수로도 전 세계 10위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했다.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숱한 경영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디자인 경영 덕분"이라고 말했다. ◆ 원가절감 노력도 병행 기아차의 급격한 수익성 개선은 디자인 경영과 함께 비용절감 노력을 병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기아차는 3년 안에 재료비 20%를 절감하는 원가혁신 활동을 했다. 제품의 가치나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기아차의 시도를 가치 공학(VE: Value Engineering)이라고 부른다. 이 활동의 골자는 협력사와의 협력에 있다. 수입부품의 국산화를 통해 원가를 줄이고 협력사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글로벌 재고관리를 강화해 재고비용을 줄이는 활동도 시작했다. 특히 매년 되풀이돼 골머리를 앓던 노사 문제는 원칙에 따른 대응으로 노사 간 신뢰를 쌓으면서 풀어 나갔다. 파업을 하지 않는 해에는 무상주를 지급했지만, 그렇지 않은 해에는 무상주를 지급하지 않았다. 파업을 하면 파업을 하지 않는 경우보다 더 유리한 결과가 나타난다는 관념을 깬 것이다. 그 결과 2010년에는 20년만에 처음으로 무파업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 자부심과 열린 소통 높인다 2008년부터 기아차는 차별화된 기업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뉴 기아(New KIA) 캠페인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는 △소통을 장려하고(DOCㆍDesign Our Communication) △회사와 일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기며(DOFㆍDesign Our Feeling) △개인의 합을 넘는 시너지를 창출하는 팀을 만들고(DOTㆍDesign Our Team) △업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DOWㆍDesign Our Work) 4개 실천분야로 구분된다. 열린 소통을 위한 DOC 활동은 팀과 조직의 구분을 넘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만남의 자리를 주선한다. 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한 DOF 활동은 임직원을 넘어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자녀의 학교에 아빠가 방문해 일일교사로 활동하면서 기아차를 소개하고 간식을 선물하는 `아빠는 기아인` 프로그램도 임직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기획취재팀 = 문일호 기자 / 고승연 기자 / 용환진 기자 / 황미리 연구원 / 사진 = 박상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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