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불확실성 시대, 유연한 `인스턴트式 공장` 이 답이다

ngo2002 2012. 9. 1. 12:52

불확실성 시대, 유연한 `인스턴트式 공장` 이 답이다
조지 스토크 보스턴컨설팅그룹 수석고문 인터뷰
기사입력 2012.08.31 15:13:14 | 최종수정 2012.08.31 15:16:04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중국인들은 공장을 볼펜과 같은 것으로 여긴다. 망가지거나 잉크가 떨어지면 새로 사면 된다는 식이다."

중국을 비하하는 발언이 아니다. 사실 그 반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공장 건립 허가를 받고 실제 준공하기까지 2~3년이 걸리지만, 중국에서는 6개월 정도면 공장 하나가 뚝딱 세워진다. 고도로 자동화된 시설이 아니라 기초적인 공법과 건설 기술만 가지고 세운 가건물 같은 공장들이다. 기존 글로벌 기업들을 위협하기 시작한 중국 기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조지 스토크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수석고문은 이 같은 `한시적 공장(disposable factory)`에 주목했다. 기존 공장들은 규모의 경제를 최대한 살리면서 어떤 주문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건설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중국 기업들은 이 같은 관념을 깼다. 빠르게 공장을 건립해 현재 시장 수요를 발 빠르게 소화한 다음, 시장 수요가 변하면 공장을 해체하고 다시 건립한다. 스토크 수석고문은 중국 기업의 급성장에는 이 같은 기동성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는 대만 기업 홍하이도 한시적 공장을 활용해 성공한 사례로 꼽았다. 그는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은 요즘에는 이 같은 가건물 형태의 공장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매경 MBA팀은 최근 한시적 공장, 한시적 전략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스토크 수석고문을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당신은 `지금 실행해야 할 미래전략 5가지`에서 불확실성의 시대이니 규모의 경제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잘못된 조치를 취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이 투자가 성공해 얻을 수 있는 효익보다 큰 경우가 많다. 시장이 이미 투자된 생산능력보다 더 커지면 매출이 시장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다. 시장이 이미 투자된 생산능력보다 작으면 생산능력 과잉으로 인한 비용으로 수익성이 감소하게 된다. 변동성이 클수록 규모의 경제는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반대로 유연성이 가지는 중요성은 커진다.

최소한의 규모의 경제를 가지면서 언제든 가건물처럼 철거할 수 있는 공장을 한시적 공장이라고 부른다. 시장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한시적 공장의 가동을 멈추면 된다. 큰 시설투자를 하지 않은 공장이기 때문에 가동률을 낮춰도 큰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시장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 한시적 공장을 없애고 제대로 된 공장을 지으면 된다. 한시적 공장은 철거비용도 얼마 들지 않는다.

-그래도 자동차나 철강 등은 규모의 경제를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 아닌가.

▶수요의 예측 가능성이 높고 변동성이 크지 않은 경우라면 규모의 경제는 큰 이점을 가질 수 있다. 제지,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산업 등이 이러한 경우에 속했으나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변동성이 크지 않은 경우에 속하는 기업이 현재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내가 아는 어떤 기업도 경영 환경의 변동성이 낮지 않다.

변동성이 높은 환경에서 규모의 경제가 가지는 이점을 추구하는 방법이 있다면, 생산능력이 항상 수요 수준보다 낮도록 의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이는 잠수함을 해저 깊은 곳으로 충분히 잠수시켜 해수면에서 심하게 출렁이는 물결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이렇게 `깊게 가는(running deep)` 접근 방식을 취하려면, 호황일 때 시장 점유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 기업이 한시적 공장을 많이 활용한다고 했다. 추종자 전략 대신 선도자 전략을 실시하려는 한국 기업에는 한시적 공장이 적합하지 않은 전략이 아닌가.

▶한시적 공장은 시장에 빠르게 진출해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킨다. 안정 궤도에 들어서면 기존 공장을 처분하고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공장으로 이를 대체한다. 대형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한시적 공장을 활용하는 것이 빠르다. 한시적 공장 전략은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기업이라면 선도자든 추종자든 상관없이 적절하다.

-당신은 생산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시설 투자 대신 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예상보다 경기가 안 좋으면 대량 감원이 불가피하다. 고용 시장이 유연하지 않은 비 영미권 국가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운 방법이 아닌가. 선진국의 경우 인건비도 비싸다.

▶인건비가 고정비용에 가깝고 비싸다는 사실이야말로 한시적 공장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강력한 요소다. 만일 당신이 운영 인력 100명이 필요하고 하루에 1000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을 지었는데, 실제 수요는 하루 700t에 그쳤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당신은 100명의 인력에게 인건비를 지출해야 하고, 300t의 초과생산능력 부담을 갖게 된다. 그런데 운영 인력 30명이 필요하고 하루에 250t을 생산할 수 있는 한시적 공장을 지을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수요 변화에 따라 한시적 공장을 1개씩 늘려 나간다면 750t을 90명의 인력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초과생산능력 부담은 50t에 불과하고, 인건비도 90명분만 지출하게 되니 이득이다. 만일 수요가 하루 750t 규모로 안정화되면 이 한시적 공장을 단일 대형 공장으로 대체할 수 있다.

물론 한시적 공장도 약점은 있다. t당 인건비가 단일 대형 공장보다 더 높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비용이다. 이보다 훨씬 파악하기 어려운 비용은 수요가 생산능력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발생하는 비용이다. 많은 기업들이 과잉 생산능력으로 인한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한시적 공장 대신 곧바로 대형 공장을 짓고 있다. 경영의 불확실성을 감안하지 않은 어리석은 결정이다.

-한시적 공장이 가건물 같은 개념이라면, 한시적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은 영구 시설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떨어질 것 같다.

▶제품의 품질은 설계와 프로세스 통제와 관련된 것이지 규모의 경제와 관련된 사항이 아니다. 한시적 공장을 활용한다고 해서 설계나 프로세스 통제를 무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시적 전략으로는 애플의 아이폰처럼 기존 산업 패러다임을 뒤엎는 획기적인 비즈니스가 어려울 것 같다. 전형적인 `저위험, 저수익` 전략이 아닌가.

▶아이폰은 휴대폰 기기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애플이 대만의 홍하이(Honhai)와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추진한 큰 모험(big bet)이었다. 아이폰은 리스크가 매우 높은 사업이었지만, 현재는 수익성이 매우 높은 사업이 됐다. 휴대폰 제조를 해본 적이 없었던 홍하이는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를 늘리고 자본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큰 유연성을 실현했다. 신제품 시장에서 한시적 공장 전략을 시도해 성공한 것이다.

당신이 지적한 것처럼 한시적 공장은 제품의 품질만 보장할 수 있다면 기존 패러다임을 뒤집을 수 있는 신제품에 있어서 완벽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제품이야말로 수요의 예측성이 가장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약 산업을 대상으로 10여 건에 달하는 신제품에 대해 연구를 수행했더니 예상 수요와 최종 수요 차이는 마이너스 50%에서 플러스 200%에 이르렀다. 예측이 빗나가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대형 공장을 지을 이유가 전혀 없다.

■ He is…

조지 스토크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수석고문(Senior Advisor)이다. 10년 넘게 일본에 거주하면서 무엇보다도 시간에서의 우위가 일본 경쟁력의 관건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시간 활용을 경쟁적 무기로 생각하는 BCG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인물로 평가된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스토크는 BCG가 전자 상거래 전략, 가격책정 방식의 혁신 등의 분야로 진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채널 간 갈등 관리, 경쟁 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 광대역 무선의 활용, 전자상거래 그리고 가격 전략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탁월한 견해를 제시해왔다. 현재는 자꾸만 커져 가는 중국의 위협과 기회를 고객의 경쟁 전략으로 통합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스토크 저서로는 `지금 실행해야 할 미래전략 5가지(5 future strategies you need right now)` `시간과의 경쟁(Competing Against Time)` `가이샤 일본 기업(Kaisha:the Japanese corporation)` `타협을 거부하라(Breaking Compromises)` `BCG의 경영 전략(BCG Perspectives on Strategy)` `피도 눈물도 없이 경영하라(Hardball)` 등이 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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