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의 옵션전략` 비즈니스에 접목한 인텔
큰 펀치 前에 잽 먼저 날린다 다수의 벤처에 지분출자 시장성 보이면 제휴 강화 가능성 없으면 투자 중단, 미래의 리스크 크게 축소 | |
| 기사입력 2012.08.31 15:12:06 | 최종수정 2012.08.31 15:15:35 | |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이를 `실물 옵션`이라 설명했다. 미래를 모르는 상황에서 시장에 일찍 뛰어들어 게임에 참여할 역량을 확보하되 성급한 풀 베팅만큼은 자제하는 단계적 투자 전략이다. 커다란 기회를 포착할 가능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실패 리스크도 줄이는 게 실물 옵션 전략의 장점이다. 인텔은 공장 신설에도 신중했다. 반도체 생산 장비는 주문 후 공급받기까지 2~3년이 소요된다. 그 사이에 시장 상황이 달라진다면 반도체 생산 장비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하면 공정거래 위반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인텔은 반도체 생산 장비업체에서 실물 옵션을 구매했다. 만약 해당 장비가 필요 없어지면 구매 계약을 취소한다는 조건을 추가하는 대가로 장비업체에 미리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실물 옵션은 기술 발전이 매우 빠르지만 발전 과정이 불연속적인 제약 산업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신약 개발은 로또 복권 당첨만큼이나 성공 확률이 낮다. 이 때문에 글로벌 선도 제약업체들은 유망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한 다수 벤처 기업에 전략적 지분 출자를 한다. 신약 개발 과정에 따라 투자를 조금씩 높이거나 중도에 투자를 포기하는 실물 옵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실물 옵션은 금융시장에서 활용되는 옵션 아이디어를 실물 부문에 적용한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높을수록 옵션 가치가 높아지는 것처럼, 실물 옵션도 실물 투자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그 가치가 커진다. 기존 실물 투자는 주로 현재가치법(NPV)에 따라 이뤄졌다. 미래에 대한 일정한 가정을 전제로 해 복수의 투자 대안 중 하나를 선정하고 투자를 집중한다. 가정이 잘못됐을 때 `몰빵` 투자했기 때문에 큰 손해를 보기 쉽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1~2년 앞도 내다볼 수 없는데 20~30년 후 현금 흐름까지 감안해서 현재 가치를 계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금까지 기업들과 컨설팅기업이 해온 투자 타당성 분석이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실물 옵션을 통해 투자 의사를 결정할 때는 처음부터 한 가지 대안을 확정하기보다는 일단 여러 대안을 갖고 동시에 소규모 투자를 행한다. 각 대안에 대해 보다 잘 파악하고 역량을 확보한 뒤 단계적으로 각 대안의 성공 가능성과 예상 수익률을 재점검해 투자 확대ㆍ지속ㆍ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도 실물 옵션 전략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동기 교수는 "경영자들이 불확실성이 높다고 투자를 동결하거나, 무턱대고 모험을 하는 사례가 많은데 둘 다 바람직하지 않다"며 "실물 옵션을 통해 체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재용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모방자에서 창조자로 거듭나기 위해 원천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는데, 모든 원천기술을 자체 개발할 수는 없다. 국내외 유망 벤처기업들에 전략적 지분 출자를 하거나 대학과 산ㆍ학 연계를 하는 등 실물 옵션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용환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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