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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사람]본래 순하디 순한 땅, 순천

ngo2002 2012. 6. 22. 13:41

[길에서 만난 사람]본래 순하디 순한 땅, 순천

ㆍ순천만에서 만난 철새 박사 김인철씨

삶은 그 터의 기운을 받는다고 했다. 그래 순천 사람들은 때 묻지 않고 순박한 인상이 푸근하고 천연스럽다. 욕심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살림살이 그대로, 자연이 준 그대로의 소박한 심사로 그저 그렇게 천연스럽게 살아온 것이다. 그 덕택인지 순천의 땅은 손을 많이 타지 않았다. 우리 땅 어디 어디의 강을 막고 큰 둑을 쌓고, 굴뚝이 높은 공장을 세울 때에도 순천 사람들은 일 없다는 듯이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며 살아왔다.

수많은 철새들이 겨울을 나는 순천만에서 새들의 비상을 볼 수 있다.

영 순한 하늘 아래 터에, 그렇게 천연스러운 사람들이 순박한 심사로 욕심 없이 살아가는 땅이 바로 순천(順天)이다. 순천역 앞 아랫장에서 만난 순천 토박이 김씨 할배는 순천의 한자풀이를 ‘하늘의 거스름 없이 순하게 살아간다’는 순리의 의미로 풀이한다. “딴 디는 지명에 내 천(川)자를 쓰잖어. 우리 순천은 하늘 천(天)자를 쓰제. 늘 하늘 아래 편하게 살라는 뜻이여. 그래서 사람들이 순하고 편하게 살제. 영 억지 쓰면서 살아봤자 허당잉게 맹 순리대로 살라는 것잉게. 여기서 나고 육십년쯤을 살았는데, 딴 동네처럼 번잡하지 않어서 참 살만 허고 좋구먼.”

살아있는 생태의 보고, 순천만
그런 순천의 순한 기운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곳이 바로 순천만이다. 순천만은 우리나라 남해안 중앙에 위치한 항아리 모양의 만으로 육지 깊숙이 숨고 또 숨어 있는 연안습지다. 드넓은 갈대밭과 광활한 갯벌, 그리고 점점이 섬 사이로 바닷물과 강물이 서로 밀고 당기며 어우러지는 곳이 바로 순천만이다. 특히 순천만은 아름다운 해안생태의 경관을 아낌없이 보여주는데, 황금빛 갈대밭과 붉은 칠면초 군락, 그리고 해질녘 S자형 수로 등으로 살아 있는 자연 그대로의 순수미를 뽐낸다. 그리고 그런 축복받은 생태적 환경에서 모든 자연의 요소들은 서로를 보듬어 안으며 하나의 생태로 어우러져 살아간다.

철새 박사 김인철씨.
“저 갯벌과 갈대숲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생태의 보고입니다. 갯지렁이류와 각종 게류, 조개류 등 다양한 갯벌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갈대 군락은 새들에게 은신처, 먹이를 제공하여 철새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국제보호조인 흑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와 같은 조류 외에도 저어새, 황새, 흑부리오리, 민물도요 등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마다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와 먹황새,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한 흰목물떼새, 방울새, 개개비, 검은머리물떼새 등 희귀조류와 120여종의 조류가 해마다 순천만을 찾아옵니다.”

2011년에는 이미 지난 10월 21일에 시베리아 등지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철새들이 순천만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3월까지 가창오리와 두루미 등 수많은 철새들이 이곳 순천만에서 새 가족을 꾸리며 겨울을 나는 것이다.

순천만 탐조대에서 새벽 일출 시간에 비상을 관찰하던 김인철씨(40·순천시 덕월동)가 철새들의 군무를 바라보며 개체수를 확인하고 있다. 김씨는 순천만의 생태환경과 철새 서식지 등을 관리하고 둘러보며 매일같이 철새들의 안부를 챙기는 철새 박사다. “작년에 찾아왔던 흑두루미 가족들이 올해(2011년)도 다시 찾아왔습니다. 사람의 얼굴이 다르듯이 새들 역시 깃털의 색과 무늬에 따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이곳에서 가족을 꾸렸던 철새들이 다시 찾아오는 것은 순천만의 서식환경이 그만큼 좋다는 것입니다. 새들이 이제 우리 순천만을 진정으로 믿게 된 것이지요. 해마다 점점 그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연이 믿어 의심치 않는 순천만
사실 순천만이 이렇게 생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의 주민들과 순천시의 오랜 노력의 결과다. 그도 그럴 것이 1990년 후반까지만 해도 지역민들 역시 환경생태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순천만이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들의 사진촬영지로, 또 결혼식 후 피로연 등을 하는 일종의 놀이광장이었습니다. 또 순천만의 경관이 아름답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잠든 밤까지 폭죽을 터트리며 고함을 지르고, 장구치고 꽹과리를 치며 놀기도 했습니다. 참 부끄러운 과거였지요.”

하지만 이제 순천만의 생태는 다시 살아났다. 이는 지역민과 시민단체들, 그리고 무엇보다 순천시가 아름다운 순천만의 생태적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서로 공감하며 생태계 보전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순천만은 2003년 국토해양부 지정 습지보호지역으로, 또 2006년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되며 세계 5대 연안습지로 지정되었다.

자연에 대한 존중과 예의
특히 순천만의 갈대숲은 겨울에 보아야 제대로다. 하늘을 향해 하얗게 꽃을 피우는 갈대들, 안개 가득한 포구, 그리고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철새가 떼지어 날아오르는 광경은 그자체로 아름답고도 장엄하며 숙연하다.

순천만 갈대밭을 둘러보고 있는 관광객들.

“자연을 제대로 대하는 법은 자신을 낮추는 것입니다. 특히 순천만은 사람이 주인이 아니고, 새들과 모든 자연생물체들의 공간입니다. 목소리도 낮추고, 마음가짐도 겸손히 낮춘다면 어쩌면 자연의 목소리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 자연인으로서의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순천만은 육지 쪽으로 마치 항아리 모양의 형태로 위치하고 있는데, 탐조유람선이 출발하는 대대포에서 갈대숲 사이로 나무데크로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그리고 가장 전망이 좋은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순천만을 대표하는 S자 물길을 내려다볼 수 있다. 소설 ‘무진기행’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그곳에 지금 많은 연인들과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갈대밭은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되어 순천만에 이르기까지 약 4㎞에 걸쳐 광대하게 펼쳐집니다. 바람이 부는 날, 갈대밭에 서면 어떤 이는 갈대의 노래를 듣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스스로 갈대가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자연과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지요.”

철새 박사 김씨는 새해를 맞이하며 순천만을 찾는다면 S자 물길 깊숙한 곳에서 힘찬 용의 승천하는 기운을, 또 아침 일출과 함께 비상하는 흑두루미의 날갯짓에서 가족의 안녕과 축복의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세계에 뽐내어도 좋을 친환경생태도시
이제 순천은 대한민국 생태수도란 이름으로 불린다. 순천시는 순천만의 생태를 그대로 보전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친환경 생태도시의 면모를 완전히 갖추기 위해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순천만에서 본 일출.

“정원박람회는 도심에 생태의 축을 조성하는 주춧돌 역할을 할 것입니다. 6개월 동안 개최되는데, 순천만의 생태를 해치지 않으면서 도시 곳곳이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글로벌 생태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순천만을 중심으로 ‘생태의 축’ 안에 문화적인 속살을 채워가겠다는 의미다. 그래서 순천만과의 축을 경계로 정원박람회장과 국제습지센터, 저류지를 중심으로 친환경 축이 형성될 예정이다. 생태가 그대로 숨쉬고, 삶과 문화의 공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운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삶의 터전, 하늘 아래 자연스럽게 그대로.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의 꿈은 모두가 살맛나는 세상이다.

글·사진|이강<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leegh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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