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ㆍ미국ㆍ중국의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한 국면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면서 주요 상장사들도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매일경제신문이 4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상장사 50곳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54%(27명)가 "올 하반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지금보다 현금을 더 쌓을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상장사의 현금성 자산이 무려 54조원(2011년 말 기준)에 달한다.
현금은 쌓이고 있지만 성장 동력에 도움이 되는 인수ㆍ합병(M&A) 매물이 나오더라도 인수 검토(32%)보다는 시간을 두고 생각하겠다(68%)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다만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올해 상반기 어려웠던 경기가 2분기 말을 기점으로 서서히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기업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의 실적이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탄다는 얘기다.
응답자들은 올해 하반기 실적에 주목했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하거나 이보다 10% 안팎 좋아질 것으로 본 응답자들이 절대 다수인 90%를 차지한 것이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하반기 이상으로 보는 응답자가 82%를 차지했다.
A기업 CFO는 "이달 유럽 재정위기가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국내 기업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시장만 살아난다면 지난해 하반기를 웃도는 실적 달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요 기업 CFO들의 시선은 현재 유럽으로 향해 있다. 올해 하반기 실적의 최대 변수로 응답자들의 37%가 `유럽 재정위기 심화`를 꼽은 것이다. 다른 변수로는 `중국 경기 둔화 가능성`을 19.3%의 응답자가 꼽았으며 이어 `내수 소비 둔화(16.1%)`가 뒤를 이었다. 의외로 환율과 원자재값 등 대외 변수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은 적었다.
기업 실적은 올해 하반기 반등이 예상되지만 글로벌 경기의 반등은 내년 상반기 정도로 전망됐다. 글로벌 경기 상승 무드가 확인됨과 동시에 소비와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약간의 시차가 있는 셈이다.
응답자들은 세계 주요 경제엔진의 회복이 올해 완벽하게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들 경제권의 회복 시점을 놓고 가장 많은 의견이 수렴된 시점이 내년 상반기였다.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 경기는 38%, 중국은 40%의 응답자가 `내년 상반기 회복`을 꼽았다.
중국 경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이었다. 올 4분기에 바닥을 치고 올라설 것이라는 응답이 28%로 뒤를 이은 것이다. 반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기 반등은 내년 하반기에 이뤄질 수 있다는 응답이 38%에 달했다. 이에 따라 업종별로는 선진국 중심의 IT(정보기술)와 자동차보다는 중국의 매출 비중이 높은 산업소재 업황의 반등이 상대적으로 빠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환율 유가 등 대외변수에 대해 응답자들은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CFO들의 절반에 가까운 40%가 올 하반기 달러당 원화값이 1100~1150원 사이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조사 대상 기업의 예상 환율치 평균인 1090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원화값이 이보다 약세인 1050~1100원, 1150~1200원으로 응답한 비율은 각각 28%와 26%였다.
B기업 CFO는 "연초 원화값 강세를 기대했다가 최근 약세가 이어지면서 사업계획 조정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수출업체에는 호재지만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은 우리는 원화값 약세가 반갑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 유가 수준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100~110달러`라는 응답이 44%로 가장 많았다. 90~100달러와 80~90달러가 32%와 14%로 그다음을 이었다.
주요 기업은 무리한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져가는 데 중점을 두는 전략을 견지하고 있었다. 조사 대상 응답자 중 32%만이 `성장동력에 도움되는 매물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인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68%는 기업 인수ㆍ합병(M&A) 매물이 나와도 시간을 두고 생각하겠다고 답했다.하반기 경영의 방점을 내실 강화에 두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90%에 이르렀다.
C기업 CFO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사이에 좋은 매물이 싼값에 나올 것으로 보는 기업들이 많다"며 "이때를 대비해 오히려 적극적인 구조조정으로 현금성 자산을 늘리려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계획을 묻는 질문에 `둘 다 관심 있다`는 응답자는 1개 기업(2%), 배당 확대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응답자 역시 1개 기업(2%)뿐이었다.
▶ 설문에 응답한 상장사 50곳(가나다 순) CJ대한통운 GS건설 GS리테일 KT LG디스플레이 LG상사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이노텍 LG전자 LG화학 LS NHN OCI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TX 대림산업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대원강업 동부제철 두산 두산중공업 롯데쇼핑 만도 삼성SDI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기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신세계 아모레퍼시픽 에쓰오일 이마트 인터플렉스 평화정공 포스코 하이트진로 한진해운 한화 한화케미칼 현대건설 현대백화점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호남석유화학
[황형규 기자 / 이승훈 기자 / 김대원 기자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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