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대한민국은 피로하다] 평생 과열 경쟁…디지털 강박감까지

ngo2002 2012. 5. 31. 10:25

[대한민국은 피로하다] 평생 과열 경쟁…디지털 강박감까지
기사입력 2012.05.21 09:10:34 | 최종수정 2012.05.21 09:24:04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경기도 분당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 김진수 군은 일주일 내내 꽉 찬 학원 스케줄을 소화한다. 학교에서 돌아와 영어, 수학, 피아노에 체육학원까지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각은 밤 12시다. 친구들도 비슷하게 학원에 매여 있어 신나게 놀 시간이란 없다.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면서 모든 토요일이 ‘놀토(노는 토요일)’로 바뀌었지만 학교를 가지 않을 뿐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실제 학원가는 주말에도 수업을 듣는 초등학생들로 붐빈다. 학원이 문을 닫으면 온라인 수업이라도 듣는 게 요즘 현실이다. 엄마는 어른이 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10살짜리 진수는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한국인의 피곤함은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 시절부터 시작한다. 좋은 학교에 진학해야 성공한다는 논리에 어린이는 학원에서 유년 시절을 다 보낸다. 성인의 경쟁논리가 부모를 통해 어린이 사회에도 파고든 것이다. 이런 세태는 어린이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라는 성적표로 이어진다(한국방정환재단 조사). 그것도 벌써 3년째 같은 순위다.

1. 한국 특유의 경쟁문화 입시부터 평생을 ‘싸워 이기자’

피로란 한마디로 몸과 마음이 지쳐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다. 정상적이라면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몸이 회복되고 왕성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간다. 그런데 현대인은 피로를 달고 산다. 의학계는 일상생활의 50%밖에 활동할 수 없는 기간이 6개월 이상 이어질 때 만성피로라고 정의한다. 한 병원의 설문조사 결과 20~30대 직장인의 25% 이상이 6개월 이상 피로감을 느낄 만큼 심각했다. 만성피로와 과로로 쓰러지는 직장인은 매년 10%씩 꾸준히 늘어난다는 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분석이기도 하다.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의 한병철 교수는 현대사회를 누가 강요하거나 시키지도 않는데 죽도록 일하면서 피곤에 찌들어 가는 성과사회라고 규정한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남을 이겨야 한다는 특유의 경쟁문화는 한국인을 피로하게 만드는 제1 요인이다.

어린아이를 학원 보내는 것에서 시작된 경쟁은 평생을 두고 이어진다. 중·고등학교에선 명문대 진학을 위한 교육 경쟁에 시달리고 막상 대학에 들어가도 학점, 어학연수 등 좋은 스펙을 만들어 취업전장에 나설 태세를 갖춰야 한다. 물론 여기가 끝이 아니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기업에 입사하면 적잖은 업무가 기다린다. 성과에 대한 부담감이나 승진 경쟁이 만만찮고 남성 위주 조직문화에 여성 직원이 겪는 피로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서 맞부딪히는 퇴직 압박도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경쟁은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원리인데 유독 한국인만 치열하게 경쟁하며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는 그렇게 판단할 여지가 있다. 외국 언론들이 한국인의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언급한 대목을 보면 그렇다. 지난해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이랬다. “한국인은 직업적 스트레스, 공부 압박에 시달리는 학생, 남성 위주 문화에서 업무 후 잦은 과음 등으로 자살률이 높다.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정신과 치료는 피한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사회가 유교 문화 영향권에서 현대 서구 문화로 옮겨가며 경쟁이 급속도로 사회에 만연하게 됐고 피로도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한국 경쟁 문화가 우울증과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며 체면 중시 문화가 정신건강을 주변에 털어놓지 않게 만드는 게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2. 노동시간 긴데 효율 떨어져 몸은 피곤한데 성과 없는 격

지난해 한국으로 와 서울의 한 외국계 금융사에 근무하는 재미교포 장 모 씨(39)는 한국인들의 업무 행태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업무상 만나게 된 한국 기업 파트너는 항상 바쁘고 퇴근이 늦었다. 처음엔 업무가 지나치게 많은가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 않다는 걸 곧 알게 됐다.

“업무 시간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인터넷 신문 뒤지고, 동료들과 커피 마신다고 30분, 점심 먹고 산책하는 데 1시간 30분, 또 잡담하며 30분을 소비해요.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니 일을 언제 하나 싶죠. 퇴근이 늦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회식 자리는 너무 많고요. 미국에서 근무할 때 현지인은 업무 시간 중 개인 전화까지 피할 정도로 일에 몰두합니다. 대신 출퇴근 시간을 정확히 지켜 남는 시간을 자신을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하죠.”

장 씨는 “업무 시간에 일을 느슨하게 하면서도 퇴근이 늦어 피곤하다는 한국인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효율성에 대한 논의는 뒤로하더라도 노동 시간만 놓고 보면 장 씨의 지적처럼 한국인은 ‘오랫동안’ 일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는 연평균 2116시간을 일했다. 이는 OECD 전체 국가의 평균 근로 시간(1749시간)보다 367시간이나 더 길다.

반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0개 국가 중 28위로 최하위권이다. 미국의 43%, 일본의 65%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를 풀이하면 일하는 시간이 길어 노동량은 많지만 생산성은 그 반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장기간의 노동 시간으로 피로가 쌓여 생산성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비효율적인 피곤한 일벌레’만 양산한다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의 폐해는 크다.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연구에 따르면 1일 11시간 이상 근무했을 때 심근경색(소위 심장마비) 발생 위험도가 3배 이상 증가한다. 국제암연구소는 주·야간 교대근무를 발암추정요인으로 분류할 정도다.

이런 이유로 하루 8시간이라는 규격화된 노동 시간에 반기를 들고 나선 기업이 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주5일, 40시간 근무라는 전제 아래 하루 4시간 근무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직원 스스로 업무 효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일하고 나머지 시간을 여가 활동에 활용해 개인 능률을 올리라는 취지다. 보리출판사는 지난 3월부터 오전 9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이라는 ‘6시간 노동제’를 들고나왔다. 야근이 만연한 출판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실험이다. 보리출판사는 6시간 근무제도가 생산성을 떨어뜨릴 것이라 판단하지 않는다. 노동 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생산성까지 높이자는 계산이다.

산업 현장도 피로하다

개인·조직 모두 탈진증후군 호소

“회사가 잘나가면 뭐하나요. 직원들은 죽을 맛인데요. 정말 밤낮 쉴 새 없이 일하는데도 직원들을 무시로 쪼아대요. 경력이 있는 직원들은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걸 수치스럽게 여기고 죄다 관리만 하려고 하죠. 경력이 일천한 신입직원들만 일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고, 조직이 융화가 되질 않아요.” (대기업 직원 D씨)

‘탈진증후군’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로사의 원인으로 업무 시간과 스트레스를 꼽는다. 신체적으로 고된 노동을 했는지보다 일에만 매진할 때 건강에 적신호가 올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탈진증후군에 빠진 직장인들은 소화기 질환 등 육체적 이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불안 장애, 우울증, 자살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개인의 피로가 조직의 피로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탁진국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는 “개인의 피로도를 합해보면 조직의 피로 또한 측정할 수 있다. 개인이 피로를 느끼게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사전에 파악해야 조직의 피로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조직이 피로해지는 원인에는 대인관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상사와 부하 직원과의 관계로 인해 개인뿐 아니라 조직까지도 피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범상 책임연구원은 “대인관계 갈등으로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이 상당히 많다. 이는 주로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서로에 대한 기대가 상이할 때 발생할 여지가 높다”고 했다.

또 하나는 회의 스트레스. 체계화된 매뉴얼이 없는 상황에서 한번 시작하면 1시간을 훌쩍 넘기는 회의를 일주일에 2~3번 하다 보면 업무를 처리할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퇴근 무렵에 갑작스러운 회의 소집이나 갈 필요도 없는 회의에 억지로 참석하라고 할 때 직장인들의 피곤은 가중된다. 우종민 교수는 “조직이 활력을 잃으면 의사결정 시스템의 속도가 느려지고 경직되기 일쑤다.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와도 밑에서는 유연성이 떨어져 하던 대로 하게 되고 바뀌질 않는다”고 했다.

“혁신에 대한 강박관념이 조직을 피곤하게 해”

회사가 혁신을 강조하면서 계속 변화를 추구할 때도 구성원들은 피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기업이 선진국의 성공 사례를 적용한다면서 한국 내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때 스트레스는 더 커지게 된다. 김정은 박사(한양대)는 “조직 구조가 경직돼 있으면 환경에 반응하는 게 어렵다. 환경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변화 관리가 필요한데 일상적인 업무 습관, 규정들의 관성이 이를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구성원들은 조직이 성과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자신을 이용한다고 느낄 때 조직은 신뢰를 잃게 되고 조직의 활기찬 모습은 점점 더 자취를 감추게 된다”고 말했다.

3. 너도나도 스마트IT 24시간 쉴 새 없이 이메일·SNS 교신

얼마 전 일주일간 휴가를 다녀온 A씨는 밀린 이메일을 확인하는 데만 몇 시간이 걸렸다. 일일이 답장을 하지도 못하고 그저 메일 내용을 모두 읽어보는 데 걸린 시간이다. 당장 처리해야 될 업무가 산더미 같은데 그렇다고 메일 체크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A씨의 마음은 복귀 첫날부터 답답하기 그지없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B씨는 실시간으로 이메일 확인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업무 시간이 끝났는데도 스마트폰으로 도착한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계속 일의 연장 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 이메일을 보낸 상대방은 즉시 확인했을 거란 기대감을 갖기 때문에 답장을 미룰 수도 없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런 ‘즉시성’이 개인의 피로도를 가중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는 “스마트폰이 없었으면 당장 확인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제는 눈 뜨자마자 이메일부터 체크해야 되는 부담감이 더해진다. 답장을 하는 순간 또다시 메일이 오면서 쉬는 시간 없이 일을 해야 되는 지경에 빠진다”고 말했다.

정보통신(IT)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업무의 효율을 높여주는 것 같지만 이에 못지않게 업무량이 늘어났다고 전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직장인들이 활용해야 할 IT 기기의 수도 늘어나면서 새로운 IT에 적응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조범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요즘 직장인들이 하는 일들의 대부분이 IT와 연결돼 있다. 그러다 보니 IT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쏟아붓는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직장인들을 피로에 젖게 만드는 것 같다. 젊은 세대들이야 이런 변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윗세대로 갈수록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라고 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붐이 일면서 SNS에 중독되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어났다. 이를 두고 ‘FTAD(Facebook Twitter Addiction Disorder·페이스북 트위터 중독)’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페이스북의 경우 약 3억5000만명 정도가 중독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하루라도 SNS를 안 하면 불안해한다. 누가 어떤 댓글을 달았는지 수시로 확인한다. 그러다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친구 요청이라도 하게 되면 승인을 해야 될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이를 ‘디지털 피로(Digital Fatigue)’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성낙환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해 상대방과의 대화에 집중을 못 하거나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사례를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장기간 불편한 자세로 보면서 나타날 수 있는 시력 저하, 목 디스크 같은 육체적 피로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정신적 피로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4. 생존을 위한 완벽 추구 개인의 결심만으로는 한계 있어

대기업에 근무하는 40대 남성 C씨는 동료 직원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인다. C씨는 회사 일만 감당하기도 벅찬데, 동료는 직장, 가정 일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완벽하게 해내기 때문이다. 취미 생활뿐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는 모습에서 자괴감까지 느껴진다.

사회 분위기는 점점 더 이런 완벽한 ‘슈퍼맨(?)’을 요구한다. 과거에는 직장에서 성공을 하면 가정에서 소홀히 했던 부분들을 보상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종민 교수는 “절대적으로 사람 구실을 하기 위한 기준선 자체가 굉장히 높아졌다. 문제는 완벽을 추구하는 게 더 잘하기 위함이 아니라 생존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더 잘하려고 완벽을 추구하면 긴장이 동반되지 않지만 생존을 위한 완벽은 전혀 다른 문제다”라고 했다.

조범상 책임연구원도 비슷하게 분석한다. “불안한 경영 환경이 이어지면서 기업뿐 아니라 그 속의 구성원들도 언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잖아요.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정년도 갈수록 짧아지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느 것 하나라도 남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직장인들의 머릿속에 있을 겁니다. 한마디로 생존인 셈이죠. 일 측면에서도 하나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업무를 잘해야 생존할 수 있고, 일 외적인 것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피로를 불러일으키는 겁니다.”

문제는 아주 뛰어난 사람이 아니고서는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잘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직장에서 퇴근해 가정에서 시간을 보낼 때에는 에너지가 남아 있어야 하는데 이미 직장에서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버린 탓이다. 김진영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의 결심이 있다 해도 가족 친화적인 기업 문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없이는 균형 있게 삶을 살 수가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를 능력 부족이라고 한탄한다. 개인들이 점점 더 지쳐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5. 삶의 비전을 찾기 어려운 세태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착하는 게 문제

“꿈이 사라졌어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면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 차이가 사람들을 피곤에 빠지게 한다. 일은 일을 낳을 뿐이다. 점점 더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기분이 든다. 요즘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꿈, 희망, 의미를 찾아야 하는데 도무지 일만 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과정을 간과한 채 결과 중심의 삶을 살아오면서 결과로 보상받지 못할 때 느끼는 허탈감과 실망감이 무척 큰 것 같다고 설명한다.

김진영 교수는 “힘들게 일해도 보상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으면 피로를 이겨낼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본인이 열심히 일해도 나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결정되는 부분이 너무 크다. 의욕이 사라지고, 일을 할수록 피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과정 하나하나에서 의미, 보람, 중요성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미 사회는 결과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 여전히 주류 사회는 어떻게든 경쟁에서 이겨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사람들을 대우해준다. 이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은 갈 길을 잃는다. 결과 지향적 사회인 셈이다. 점점 더 그런 가치가 강화되고 있다.

우종민 교수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내려올 것인지 아니면 안쪽 자리로 갈 건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서 개인들이 피로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김헌주 기자 donga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57호(12.05.16~5.22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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