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37)

ngo2002 2012. 5. 17. 10:13

[경제신문은 내친구] 수능 따라 춤추는 강남 전셋값
자녀교육 위한 이사 몰리며 상승…최근엔 수능 쉬워지면서 하락세
기사입력 2012.05.09 17:05:55 | 최종수정 2012.05.09 19:30:47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37) ◆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윤성이네 부모님은 요즘 `학군` 이야기를 자주 하세요. 내년에 중학교에 진학하는 윤성이 때문에 이사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친구들 가운데는 벌써 전학 간 친구도 있다보니 어머니는 강남으로 이사해야 한다고 아버지께 자주 말씀하셨어요. 그러던 어머니가 요즘 "수능시험이 쉬워져서 이사를 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한발 물러나셨어요.

도대체 `학군`은 뭐고, 수능시험이 쉽고 어렵고에 따라 이사를 할지 말지 결정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윤성이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수능시험 때문에 전셋값이 오르락내리락한다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요.

윤성이네뿐 아니라 여러분 부모님도 `학군`에 관심이 많을 거예요. 우선 학군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볼까요.

`학군(學群)`은 교육 정책에서 사용하는 말인데요, 구역 내에 있는 여러 개 학교를 합쳐 구성한 학교의 군(群)을 말해요.

서울을 예로 들어볼게요. 서울은 1999년부터 11개 기본 학군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1학군은 동대문ㆍ중랑구, 2학군은 마포ㆍ서대문ㆍ은평구가 포함돼요. 어른들이 자주 얘기하시는 8학군은 강남ㆍ서초구를 말해요.

부모님들이 강남 8학군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건 명문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교가 많기 때문이에요. 강남구나 서초구는 학원가도 발달돼 있어 그곳으로 이사하면 `내 자녀도 명문대에 갈 수 있겠지`라고 기대하는 부모님이 많은 거예요.

이렇게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교육을 목적으로 명문 학교가 많고 교육 환경이 좋은 학군으로 이사했거나, 이주 계획이 있는 수요`를 `학군수요`라고 해요. 학군을 고려해 이사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을 `학군 수요가 많다`고 표현해요.

학군 수요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어요.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해양부가 2년 단위로 주거실태조사를 하는데 2010년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한 이유가 자녀교육 때문이라고 대답한 집이 40만8491가구나 됐어요. 전체 가구(346만가구)의 11.8%에 해당하는 수치인데요, 100집 중 12집은 교육 때문에 이사했다는 뜻이에요. 또 교육 목적으로 이사한 학군 수요의 41.3%는 8학군(강남ㆍ서초)과 6학군(강동ㆍ송파)에 집중돼 있어요.

이제 학군과 전셋값 관계를 알아볼 차례예요. 작년에 강남구에 있는 학교로 전학 온 학생 수는 1635명인데, 강남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학 간 학생 수는 177명뿐이에요.

전학 온 학생 수가 1458명 더 많으니까 학생 수는 1458명 늘었겠죠. 학생 1458명이 강남으로 옮겨왔다면 가족도 함께 이사했을 것이고, 살 집도 필요할 거예요. 수요가 늘어난 만큼 집값이 오를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죠.

2000년대 중반까지는 집값이 계속 오르던 시기라 학군 수요로 이사할 경우 집을 사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집값이 떨어지고 있어 이사하더라도 굳이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로 살려는 사람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요즘은 학군 수요가 집값보다는 전셋값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답니다.

보통 학군 수요는 여름ㆍ겨울 방학에 집중되기 때문에 이때 집값이나 전셋값이 큰 폭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요. 2010년 11월 24일 A26면 `수능 이후 대치동ㆍ목동 전세 시장 꿈틀` 기사를 보면 이런 분위기가 잘 나타나 있어요.

하지만 올해는 전세 시장이 잠잠했어요. 4월 24일 A29면 `강남 전세 시장은 아직 동면 중` 기사에는 명문 학군이라는 강남구와 양천구 전셋값이 올봄에 오르지 않은 이유가 설명돼 있어요. 교육 정책 변화와 쉬운 수능이 학군 수요 감소를 불러왔다는 것이죠.

수능이 쉽고 어렵고에 따라 강남 집값이 움직인다는 것은 무슨 얘기일까요.

대입 수시전형이 다양해지고, 수시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능보다는 내신성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요.

상위 성적 학생이 많거나 학생 정원이 적은 명문 학군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내신 경쟁도 더 치열해졌죠. 상위권 학생이 많은 A학교에서 50등 정도인 학생이 상대적으로 학군이 좋지 않은 B학교에 다녔다면 10등은 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내신을 위해서는 A학교보다는 B학교가 유리하겠죠?

강남으로 이사한 학생은 여전히 많지만 예전에 비해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예요.

실제로 강남으로 이사하는 고등학생은 2005년 452명에서 2006년 276명, 2007년 245명, 2010년 376명, 2011년 168명으로 줄었어요.

수능시험과 아파트 가격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분석한 연구도 많아요.

한국조세연구원이 최근 10년간 전국 1만4835개 아파트 단지의 매매ㆍ전세 가격과 인근 고등학교 수능 점수를 분석한 결과 특정 고등학교의 수능시험 평균 점수가 오르면 가장 인접한 아파트 가격이 덩달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수능 외국어 성적이 1점 상승하면 가장 인접한 아파트 가격은 같은 동 다른 아파트와 비교해 3.3㎡당 최고 5438.4원 올랐다는 거예요. 전셋값은 1점당 최고 3111.9원 올랐대요. 수능이 어려웠던 1995년과 1997년, 2002~2004년에는 강남 집값이 올랐지만, 수능이 쉬웠던 1998~2001년에는 강남 집값이 하락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입시제도 이외에도 학군 수요가 줄어드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어요. 바로 학생 수 감소예요. 서울을 기준으로 학생 수는 2000년 159만명에서 2011년 122만명으로 23.2%나 줄었어요. 학생 수 자체가 줄었으니, 학군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죠.

[이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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