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사 해외 프로젝트에 왜 은행이 따라가나요?
외국 발주처 "공사비 구해오라" 우리기업 해외사업 수주 위해 수출입銀·産銀 등서 지원 | |
| 기사입력 2012.04.04 17:03:29 | 최종수정 2012.04.04 17:08:30 | |
◆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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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인 최동혁 군의 아버지는 은행원입니다. 하지만 최군의 아버지는 다른 은행원과 많이 다릅니다. 은행 지점에 앉아 예금을 받는 일이 없습니다. 대신 은행 업무와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해외 프로젝트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합니다. 어느 날 최군은 아버지에게 "외국 나가서 발전소 짓는 일이 왜 아빠와 관련이 있어요? 아버지는 건설회사 직원도 아니잖아요"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최군의 아버지는 잠시 생각하다 스크랩해놓은 매일경제신문 기사 `금융 뒷받침 안 돼 21조달러 해외 플랜트 놓칠 판(1월 20일자 A1면)`을 찾아 최군에게 보여줬습니다.
최군은 그래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 "외국에도 은행이 있지 않나요? 한국 건설회사에다 프로젝트를 의뢰한 외국 회사가 은행에 돈을 빌려서 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물었습니다. 최군의 아버지는 "공장이나 발전소를 짓는 해외 프로젝트 사업은 우리 돈으로 적게는 몇천억 원에서 많게는 몇조 원이 필요한 대형 사업이란다. 사업을 발주하는 외국 기업도 그 많은 돈을 수중에 갖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단다. 그래서 아빠가 다니는 은행이 발주처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란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발주처가 직접 돈 빌릴 은행을 찾아다니지는 않습니다. 사업을 수주하는 한국의 건설업체나 중공업회사에 돈을 빌릴 은행까지 알아보라고 요구합니다.`우리가 발주하는 사업을 수주하려면 조건이 있다. 우리에게 사업비를 빌려줄 은행을 찾아와야 한다`는 식입니다. 사업을 수주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솔직히 억울한 면도 있습니다. `발전소ㆍ플랜트 등을 지어주기만 하면 그만이지, 왜 돈까지 구해오라고 하는 거야`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돈을 빌릴 은행은 발주처가 구해라`는 자세로 나가면 사업을 수주할 수가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업을 수주하고 싶은 경쟁자가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발주처가 사업비가 부족하다면 우리나라 은행에 요청해서 돈을 빌려주겠다. 대신 프로젝트가 끝난 뒤 그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돈으로 은행에 빌린 돈을 갚아달라`고 제안합니다. 외국 경쟁자들이 이렇게 나오니까 한국 기업들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사업처에 돈을 빌려줄 은행을 찾아다녀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 은행들은 외국의 글로벌 은행들보다 달러 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입니다. 한국 은행들은 외국 발주처가 원하는 낮은 금리로 달러를 빌려주기가 힘듭니다. 한국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 은행들 스스로가 달러를 구하기 위해서는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는데 어떻게 발주처에 낮은 금리로 빌려줄 수 있느냐"고 반문합니다. 실제로 한국 은행들은 달러를 조달하는 데 미국ㆍ유럽ㆍ일본의 경쟁 은행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듭니다. 미국 은행을 예로 들어 보죠. 미국 은행들은 자국민으로부터 달러로 예금을 받습니다. 한국 은행들이 원화가 풍부한 것만큼이나 미국 은행들은 달러가 풍부합니다. 그러다보니 미국 은행들은 발주처에 달러를 저금리로 빌려줄 수가 있습니다. 유럽과 일본 은행들도 한국 은행들보다는 훨씬 유리합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용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한국 은행들보다 저금리로 달러 조달이 가능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대기업들도 아예 국내 은행에 의존하지 않고 외국 은행의 문을 두드리기도 합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달러 조달 능력이 뛰어난 외국 은행들은 좋은 프로젝트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꽤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한국 속담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이 일본과 유럽 은행들은 자국 기업부터 먼저 지원합니다. 특히 일본 기업과 일본 은행들의 유대관계는 돈독하기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이 외국 은행에 의존해서 사업을 수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등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해외 사업 수주를 지원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국책은행들은 민간은행들보다 신용도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달러 조달 비용이 저렴합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0년까지 세계 플랜트ㆍ인프라스트럭처 시장은 무려 21조달러에 이릅니다. 이렇게 엄청난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 은행들의 신용도가 더욱 올라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김인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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