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30)

ngo2002 2012. 5. 17. 10:02

`회사의 대통령` CEO는 어떻게 뽑나요
경영승계 성공한 기업은 리더십 갖춘 인재들을
장기적 안목에서 선발체계적으로 육성 관리
기사입력 2012.02.01 17:08:19 | 최종수정 2012.02.01 20:54:01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30) ◆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그래서 벌써부터 `다음번에는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로 온갖 얘기들이 오갑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인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는 그 나라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에서 대통령 격인 최고경영자(CEO)가 누가 되느냐는 기업에 정말로 중요합니다. 무능하고 욕심만 많은 CEO를 뽑으면 회사는 쇠퇴할 게 분명하니까요.

대통령은 선거로 뽑습니다. 그런데 CEO는 어떻게 뽑을까요? 삼성전자처럼 가족이 지배하는 기업은 가족 중에서 CEO가 나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이병철 전 회장의 아들입니다. 삼성전자의 차기 CEO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아들입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도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아들입니다.

가족이 지배하는 기업은 가족 중에서 똑똑한 사람을 CEO로 뽑는다지만 세상에는 가족이 지배하지 않는 기업이 훨씬 많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대기업이 특정 가족의 지배를 받는 경우란 거의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포스코 등 상당수 대기업과 은행 대부분은 가족이 지배하지 않습니다. 이들 기업은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CEO감을 찾아야 합니다. 차기 CEO 감을 골라서 CEO로 선임하는 과정을 종종 `CEO 승계`라고 부릅니다. 기존 CEO의 역할을 `승계`한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지요.

그러나 종종 CEO 승계를 두고 온갖 불협화음이 불거져 나올 때가 있습니다.

기존 CEO와 차기 CEO 후보 간의 다툼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010년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 회장과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 간 다툼이 그랬습니다.

당시 신한은행은 신 사장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신 사장은 라 회장으로부터 회장직을 승계할 차기 CEO로 인식되고 있었기에 충격은 컸습니다. 더구나 라 회장도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소되면서, 라 회장과 신 사상 모두 신한금융을 떠나야 했습니다. 라 회장 편에 섰던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 역시 물러났지요.

최근 하나금융의 김종열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매일경제신문 1월 12일 A1면 보도)했을 때에도 많은 사람들은 신한금융 사건을 떠올렸습니다. 김 사장이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CEO 승계를 둘러싼 갈등을 겪다가 물러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요. 물론 당사자들이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신한금융과 같은 다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CEO 승계에 개입하는 경우도 사회적 논란이 됩니다. 지금은 민영화했지만, 과거에 공기업이었던 KT 등은 아직도 CEO 승계 때 정부의 입김이 작용합니다. 국민은행이 모태인 한때 공기업이었던 KB금융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의 CEO 승계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요. 민간 기업의 경영활동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정부 권한 밖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등 선진국의 모범 기업들은 CEO 승계를 어떻게 진행하는 것일까요?

우선 미국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CEO 자리는 회사 내부 인재가 승계합니다. 회사에 큰 변화가 필요하고 내부 인재로는 그 같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가 없다고 생각할 때에만 외부 인재를 CEO로 영입합니다. 그래서 미국 기업은 내부 인재가 CEO가 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1892년 설립된 GE라는 회사는 단 한 번도 외부에서 CEO를 뽑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부 인재 중에 누구를 CEO로 뽑는 것일까요? 이는 정말로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과정입니다. 1년, 2년, 3년에 끝나지 않고 10년, 길게는 20년 이상이 걸리는 장구한 과정입니다.

생활용품 기업인 콜게이트는 입사 첫해부터 직원들의 리더십을 평가합니다. "인재를 일찍 찾아낼수록 CEO에 필요한 광범위한 경험과 지식을 쌓는 데 필요한 업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콜게이트의 설명입니다.

콜게이트는 `인재 리스트`를 작성해 계속 업데이트합니다. 부서장은 부서별 인재 리스트를 작성해 사업부 책임자에게 보냅니다. 사업부 책임자는 CEO가 멤버인 인사관리위원회에 리스트를 보내죠. 이 위원회는 해마다 리스트를 업데이트해 다시 부서장들에게 내려보냅니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경영진은 회사 곳곳에 어떤 인재들이 활동하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회사는 각각의 인재들에게 맞춤형 업무를 부여합니다. 인사 담당자와 경영진은 인재들과 장시간 대화하고 평가해서 인재들이 CEO로 성장하는 데 적합한 임무를 주는 것이지요.

이런 과정을 거듭하며 인재들은 계속 성장합니다. 최종적으로 소수 인재들은 CEO 후보 명단에 오릅니다. CEO 선임의 책임을 지는 콜게이트 이사회는 CEO 후보 명단에 오른 사람들을 계속 관찰하고 평가합니다.

GE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CEO를 선출합니다. 1993년에 CEO 후보 20명의 명단을 작성한 GE 이사회는 7년간의 관찰과 평가 끝에 2000년에야 최종 차기 CEO를 결정했습니다.

제대로 된 CEO감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모래 속에서 금을 찾는 것과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세계적인 경영 구루(스승)인 램 차란 박사가 밝혔듯이 1t의 원석을 제련해 1온스의 금을 얻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CEO 승계는 기존 CEO가 물러날 즈음에 후보감을 찾는 작업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CEO 개발`의 결과물입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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