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업 재정 대해부 (下)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돈은 13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한국전력공사는 7조원, 한국가스공사는 4조8000억원, 한국도로공사는 2조7000억원, 한국석유공사는 2조원이다. 이들 5개 공사가 발행한 회사채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만 30조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매일경제 레이더M이 27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재무지표를 분석한 결과 LH 단기성 차입금은 13조3156억원에 달했다. 단기성 차입금은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돈을 의미한다.
지난해 LH 매출액이 15조2600억원, 영업이익이 1조2921억원임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이를 갚는 것은 어렵다. 또다시 회사채를 발행해 차환하는 방법 외에는 도리가 없다. 올해 역시 공기업 빚잔치가 벌어질 게 뻔한 것이다.
한전이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돈은 7조60억원이다. 지난해 순손실 6850억원을 기록한 점을 비교해 보면 자연적으로 빚을 갚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시 차환으로 빚을 갚을 수밖에 없다.
가스공사는 4조8379억원, 도로공사는 2조6688억원, 석유공사는 2조65억원어치 회사채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웬만한 대기업 연간 매출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역시 다시 회사채를 발행해야 빚을 갚을 수 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이들 공사는 현재 수익성과 영업 현금흐름으로는 빚을 갚을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또다시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분을 메우는 차환 수요가 늘어나 올해 채권시장에서 여전히 큰손 노릇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남동발전ㆍ가스공사 유동성 위험
당장 유동화가 가능한 자산과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비교해 보면 공기업 유동성 위험 정도를 알 수 있다. 민간기업 기준으로는 단기 금융자산이 단기 차입금보다 적으면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분류되며, 단기 차입금 대비 단기 금융자산 비중이 20% 미만이면 유동성 위험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남동발전은 이 비중이 2%로 유동성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국가스공사 역시 3%로 매우 낮았다. 한국도로공사는 5%로 집계됐고 대한석탄공사와 한국동서발전이 각각 8%에 그쳐 `유동성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 밖에 단기 금융자산 비중이 단기 차입금 중 100% 이내인 공기업은 한국지역난방공사(24%), 한국전력공사(31%), 철도공사(31%), LH(33%), 한국중부발전(32%), 한국남부발전(50%), 한국수력원자력(55%), 수자원공사(56%), 한국석유공사(68%), 조폐공사(71%), 한국서부발전(72%), 여수광양항만공사(78%) 등 모두 17곳에 달한다.
대한석탄공사는 전체 차입금 중 80% 이상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게 돼 있다. 이미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는 것이다. 총차입금 중 단기 차입금 비중은 한국동서발전 46%, 한국남동발전 31%, 한국서부발전 27%, 한국가스공사 24%, 여수광양항만공사 20%로 집계됐다. 유동성 위험을 완화하려면 만기를 장기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 부채비율, LH 468%ㆍ가스공사 347%
주요 평가 재무지표 가운데 부채비율 측면에서는 LH,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석탄공사, 방송광고공사가 투기등급을 받았다.
레이더M의 재무지표 평가 기준에 따르면 부채비율이 200% 이상일 때 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재무지표 분석에 따르면 공기업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서 재무구조가 현격하게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LH는 468%로 공기업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으며, 가스공사 348%, 지역난방공사 232% 순이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이들 공기업이 현재 부채비율도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더 무서운 것은 부채가 증가하는 속도"라며 "정부 지원 가능성이 반영되기 때문에 빚을 차환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유동성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0년 공기업ㆍ준정부기관 경영실적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레이더M이 투기등급으로 분류한 한국전력공사는 경영실적이 양호한 A등급으로 평가를 받았다.
27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재무지표 분석에서 레이더M은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LH공사, 석탄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등 6개 공기업을 투기등급으로 평가했다. 한전 외에 역시 투기등급으로 분류된 한국가스공사는 B등급으로 다소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지역난방공사, LH공사, 대한석탄공사는 C등급을 받았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2011년 신설된 공기업으로 2010년 평가에서는 제외됐다.
한전과 가스공사 사례처럼 재무상태와 기업평가 내용이 따로 노는 경우가 매년 어렵지 않게 확인되고 있다.
[최승진 기자 / 김혜순 기자 /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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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업 재정 대해부 (下) ◆
현재와 같은 부채 증가 속도가 이어진다면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앞으로 3년 내 더 이상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물자원공사는 5년 이후면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여력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들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광물자원공사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이 최근 3년간 발행한 회사채를 감안하면 각각 3년, 5년 내에 발행 한계에 닥치게 된다. 매일경제 레이더M 분석에 따르면 지역난방공사가 앞으로 추가로 발행할 수 있는 회사채는 1조1753억원이다. 지역난방공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1조5853억원어치로 발행 가능한 회사채 금액의 절반을 넘어선다. 2010년 초 지역난방공사의 사채 발행 잔액은 6970억원이었지만 2010년 말 1조2354억원으로 5000억원이 넘게 증가했다. 이 금액은 1년 후인 2011년 말에 다시 3500억원가량 늘어난 1조5853억원으로 불어났다. 최근 3년간 연평균 4000억원 이상이 늘어난 셈이다. 광물자원공사는 추가로 발행 가능한 회사채 한도가 1조4691억원이다. 지금까지 발행된 회사채는 8613억원 수준으로 감당하기 벅찬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증가 속도가 문제다. 광물자원공사는 최근 3년간 사채 발행액이 연평균 3000억원가량씩 증가했다. 앞으로 5년이면 회사채 한도에 육박하는 것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현 추세대로 증가 속도가 이어진다면 지역난방공사는 3년 내에 회사채 발행 한도를 채우게 된다"며 "더 이상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게 되면 유동성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조달 여력` 항목은 해당 공기업의 회사채 발행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눠 집계한다. 한국신용평가가 공시한 공기업 평가방법론에 따르면 이 비율이 200% 이상이거나 완전 자본잠식일 때 투기등급으로 분류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자금조달 여력 비율이 210%에 육박해 조사 대상 26개 공기업 중에서 가장 높았다. [최승진 기자 / 김혜순 기자 / 정지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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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업 재정 대해부 (下) ◆ 여수광양항만공사가 현재 내는 이익으로 빚을 갚으려면 무려 80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광물자원공사는 52년이 소요됐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1년간 벌어들인 이익을 다 합쳐봐야 이자비용의 60%에 불과했다. 광물자원공사는 한 해 이익이 이자비용의 80%로 턱없이 부족했다. 레이더M 분석에 따르면 이자비용 부담 능력은 광물자원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도로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4곳이 투기등급으로 분류됐다. 세전ㆍ이자지급전이익(EBITDA)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가 2 이하면 투기등급에 해당한다. 1 이하라면 그해 벌어들인 이익이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0.6으로 그해 낸 이익으로는 이자비용의 60%만 부담할 수 있는 상태였다. 광물자원공사는 0.8로 이자비용의 80%만 부담할 수 있고, 대한석탄공사는 아예 마이너스로 이자비용조차 부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도로공사는 1.9였다. [최승진 기자 / 김혜순 기자 / 정지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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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공사 재정 대해부 ◆
지방 도시개발공사 15곳 중 13곳이 사실상 투기등급에 해당할 정도로 경영 상태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지방 공사는 정부 보증을 등에 업고 높은 신용등급을 누리며 마음 놓고 `빚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매일경제신문 레이더M이 충남도시개발공사를 제외한 전국 시ㆍ도 단위 지방 도시개발공사 15곳 재무 상태를 분석한 결과 이 중 13곳은 사실상 투기등급으로 분류됐다. 투기등급에서 제외된 2개 개발공사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대전도시공사였다. 대전도시공사는 간신히 투기등급을 면했다.
레이더M이 도시개발공사 성격에 가장 근접한 건설업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광주도시공사, 인천도시공사, 전남개발공사, 강원도개발공사, 대구도시공사는 모든 평가 항목에서 투기등급(BB와 B등급)이 나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짧은 기간에 빚더미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다음 세대로 이 부담이 전가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내고 있는 이익으로 빚을 갚으려면 인천도시공사는 무려 464년이 걸리며 울산도시공사는 282년, 전남개발공사는 148년, 강원도개발공사는 110년 소요된다.
매출 규모 측면에서는 광주, 울산, 충북이 가장 영세한 B등급을 부여받았다. 또 영업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영업효율성 측면에서는 광주, 인천, 대구, 전남, 울산, 강원, 경북이 최하 등급인 B를 받았다.
금융비용 부담 능력 부문은 특히 심각한 수준이다. SH공사를 비롯해 경기, 부산, 인천, 대구, 전북, 전남, 울산, 강원, 충북, 경북, 광주 등 12곳이 가장 나쁜 상태인 B등급이었다. BB등급을 받은 경남까지 합치면 15곳 중 13곳이 차입 등으로 인한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금 의존도는 경남, SH공사, 부산, 인천, 전북, 울산, 강원 등이 최하 등급인 B에 해당했으며 광주, 경기, 대전, 대구, 전남, 충북 등도 투기등급인 BB로 분류됐다.
차입금 상환 여력 부문을 들여다보면 참담하다. 광주, 경남, SH공사, 경기, 부산, 인천, 대구, 전북, 전남, 울산, 강원, 충북, 경북 등 13곳이 가장 열악한 B등급을 부여받았다.
■ 지방공사 부실해도 신용 `최우수`
지방도시개발공사는 광역자치단체 산하 16개사를 포함해 모두 30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공사는 각종 건축과 도시 개발, 택지 개발, 산업단지 조성, 공공시설물 관리ㆍ운영, 공공기관 위ㆍ수탁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지방도시개발공사 신용등급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가능성을 감안해 최상위 등급으로 매겨진다. 그러나 정작 지자체에 대한 신용평가는 따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방도시개발공사 신용등급을 실제 재무 상태보다 높게 평가할 명분도 없는 셈이다.
지방공기업법에서는 `지자체가 지방공기업이 발행한 사채의 상환을 보증할 수 있고 사업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우 보조금을 교부하거나 자금을 장기 대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사시 지자체의 지원 가능성을 바탕으로 지방도시개발공사들의 실제 신용등급은 AA부터 AAA까지 최상위 등급에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에 대한 신용등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의무는 국채나 지방채 등에 적용되지 않는다.
지방도시개발공사의 또 다른 문제점은 회사채를 발행할 때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공사별로 기간별 채권 발행 내역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인천시가 공무원 임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하는 등 지자체의 재무 상황이 나빠지면서 지방공기업도 부도가 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경하기 위해 현재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승진 기자 / 김혜순 기자 /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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