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동산3大 메가 트렌드
중산층, 교외의 '쾌적함'보다 도심의 '편리성'을 선택한다
도심, 1980~90년대 이후… 재개발로 중산층 유입…
금융 등 고소득 업종 포진… 자연스레 집값 상승시켜…
서울 강남 등 일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치솟는 반면 지방에서는 완공된 새 아파트조차 빈집이 속출하고 있다. 임대시장도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치솟고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집주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역과 상품에 따라 주택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정부는 강남 등 특정지역의 집값이 치솟자 그 원인이 투기, 세금제도, 지역별 교육여건의 차이에 있다고 보고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양극화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정책이 실패한 것은 이런 현상이 한국만의 특유한 현상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의 양극화 현상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현상이며 경제발전에 따른 고소득자 증가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시장은 궁극적으로 경제구조·인구구조의 반영인데, 한국 경제가 글로벌화된 선진국형으로 급속도로 전환하면서 주택시장도 선진국 패턴을 따라가는 것이다.선진국 사례를 보면 인구구조 변화도 주택시장 판도를 변화시킨다. 한국의 경우도, 1인 가구의 비율이 1990년 9%에서 현재 20%를 넘어서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겪으면서 교외지역의 대형 평형 인기가 급락하고 있다. 1등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경제의 글로벌화도 최고의 인재들이 몰리는 실리콘밸리 등 특정 도시의 성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국 부동산시장의 미래가 될 선진국 부동산의 3대 메가트랜드를 살펴본다.
■주택가격 양극화는 소득양극화의 결과
컬럼비아대 피터 마르쿠제(Marcuse) 교수는 〈글로벌화되는 도시(Globalizing Cities)〉라는 책을 통해 '선진국에서의 주택가격 양극화는 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른 소득 양극화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1970~1980년대 선진국의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일본, 한국 등으로 이전하면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 선진국들은 공장의 해외이전으로 실업률이 치솟는 등 경기침체에 시달리자 제조업 대신 IT·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금융, 법률, 서비스, 관광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했다. 이에 따라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고액 연봉자들이 급증하는 반면 제조업체에 종사하던 중산층은 서비스 분야의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특히 스톡옵션제, 성과급제도 등이 보편화되면서 초고액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고액연봉자의 증가와 중산층 붕괴로 인한 소득 양극화 결과, 중산층 주택의 가격은 정체하는 대신 부유층이 거주하는 주택의 가격은 치솟았다.
- ▲ 집을 판다는 안내문이 곳곳에 나붙은 미국의 교외주택단지. 1960~70년대 도심 대탈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산층의 교외 이전이 붐을 이뤘다. 그러나 상황이 역전돼 교외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도심이 인기 주거지로 각광받고 있다. / 블룸버그 뉴스
마르쿠제 교수는 "'교외에 있는 전통적인 부유층 주택과 달리, 초고액 연봉자들은 뉴욕의 배터리 파크시티, 상하이 푸동, 도쿄 롯폰기힐스 등의 초고가 주상복합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지역별 주택가격 격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가령, 부유층이 선호하는 뉴욕주 롱아일랜드 사가포냇의 평균적인 주택가격은 2009년 442만1458달러로(50억7000만원), 미국 평균 17만4100달러(2억원)보다 26배 높다.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 등 부유층의 별장이 몰려 있는 플로리다 주피터 아일랜드는 평균가격이 362만310달러나 되지만 작년 한 해 집값이 19.4% 상승했다. 미국 전체 집값은 하락했지만, 부자들의 수요가 있는 일부 지역의 집값은 여전히 초강세이다.
■인구구조 변화와 주거지 판도
서울 도심 재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도심 주거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도심재개발이 1980~90년대 본격화되면서 중산층의 도심유입 현상이 급증했다. 1960~70년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도시의 몰락'(The death of cities)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도심 주거지 인기가 급락했다. 당시 도심에 거주하던 중산층은 흑백갈등, 악화된 교육환경 등을 이유로 교외로 대거 이주했다. '도심 대탈출 현상'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당시 교외 주택단지는 균일한 소득과 사회적 배경을 갖춘 중산층 백인들의'폐쇄적 도시'(Gated city)였다.
■도시의 집중화 심화
1990년대 후반 인터넷 혁명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입지의 소멸(Death of Distance)'이 화두로 등장했다. IT(정보통신) 혁명 덕분에 인터넷과 영상 전화로 업무를 처리하게 됨에 따라 입지선택의 장벽이 허물어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개인과 기업이 비싸고 비좁은 도시를 떠나 저렴하고 쾌적한 전원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입지소멸론이 오히려 소멸되는 형국이다. 하버드 대학 마이클 포터(Porter) 교수는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혁명 등으로 입지의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는 '입지의 모순론(The paradox of location)'을 폈다. "글로벌화로 기술, 자본이 전 세계 어디로든 움직이는 시대다. 당연히 글로벌화로 입지가 중요하지 않고 더 이상 투자의 장벽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입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입지는 단순히 교통이 좋다든지 주변에 천연자원이 많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실제 뉴욕, 런던, 실리콘 밸리 등은 집값과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기업과 개인들에게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과 인재들이 그런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몰리고 있다. '클러스터(cluster·집적단지) 효과' 덕분이다. 전 세계를 휩쓸 첨단기술과 상품이 최고의 기술자와 과학자들이 몰려 있는 클러스터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그런 지역에 기업들이 더 몰린다는 것. 마이클 포터 교수는 "기업이 밀집하는 현상으로 인해 부자지역이 더 부유해지는 시대"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각종 수도권 규제를 강화했지만, 수도권의 경제적 집중이 크게 완화되지 않는 것도 이런 클러스터 효과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어떤 도시 발전 전략이 필요할까.토론토대학 리처드 플로리다(Florida) 교수는 "정보화시대의 지역개발 전략은 인재 유치가 핵심"이라며 "문화적 다양성과 다문화적인 특성을 갖는 지역이 인재를 끌어들일 것"이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