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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3.0] 어정쩡한 기업, 남 꽁무니만 쫓는다

ngo2002 2012. 3. 19. 10:30

[디지털3.0] 어정쩡한 기업, 남 꽁무니만 쫓는다
기사입력 2012.02.14 17:48:48 | 최종수정 2012.02.14 19:31:19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중간 위치에서 중도를 자처하기가 어려운 세태다. 선거를 앞둔 정치는 끊임없이 이슈를 부각시키며 편 가르기를 종용하고, 표를 가진 우리는 각자 이해득실로 나뉜다. 그리고 유사한 성향을 가진 끼리끼리의 SNS를 통해 주장과 편은 더욱 공고해진다. 마음에 맞는 정보만 듣고 보길 원하여 이견에 대한 의견을 참지 않는다. 이쯤 되니 왕따를 모면하려면 침묵하는 다수로 안주하지는 못할 형편이다.

우리 유교 정서에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되는 `중용` 사상도 피난처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중용을 물리적이나 산술적 또는 논리상 얼추 중간쯤으로 간주하거나, 문제에 대한 적당한 절충과 타협으로 생각하는 것은, 역사학자 토인비가 동양의 지혜라 극찬하고 사서 중 최고봉으로 불리는 중용에 대한 명백한 오해라는 것이다. 도올 김용옥은 저서와 강의에서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닌 중용의 길을 걸어가겠다 호언하는 자는 회색분자도 못 되는 소인배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이도저도 아닌 우유부단한 머뭇거림의 비겁한 방편을 제시하는 말장난`이라고까지 얘기했다.

이러한 오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얘기하는 `Golden Mean`, 즉 비겁과 만용과 같은 극단적인 두 악덕 사이에 존재하는 용기와 같은 미덕을 지칭하는 중용 개념 간 혼선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반면 유교의 중용은 항상(庸) 정확(中)하기 위하여, 변화와 흐름을 읽고 능동적인 판단과 지속적인 실행을 권장하는 자아 실현 생활지침이다. 백조가 물 위에 우아하게 떠 있는 것이나 체조선수가 평균대에서 아름답게 균형 잡은 모습은, 쉽게는 보이지 않는 부단한 대응과 노력의 결과며 이를 통한 평형(Equilibrium)이 중용 상태라 할 수 있겠다.

적극적인 선도가 아닌 어정쩡한 유지가 낭패를 불러온 사례는 부지기수다. 국정 변화와 국민 변심의 핵심을 모르는 전통 보수의 좌클릭과 집권여당의 어설픈 복지정책은 기존 지지자들조차 발 돌리게 하고 있다. 오히려 진일보하는 진보에 끌려가는 모습이 처량하다. 백색라면 돌풍으로 20년 라면왕국을 위협받는 농심, 스마트폰에 대한 늦은 대응으로 국민 기업 칭호를 반납한 LG전자, 아이폰 상륙으로 모바일 생태계 절대강자 자리를 내놓은 SK텔레콤, SW 포퓰리즘에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IT서비스 대기업 등은 모두 끌고가지 못해 끌려가고 있는 최근 사례다.

국내 네티즌 70%가 인터넷 관문으로 삼고 있는 막강 네이버에도 서서히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세상 모든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검색엔진 기술 개발을 최우선시하는 구글과 달리 방대한 자사 전용 내부 데이터 축적에 심혈을 기울이고 이에 기반한 검색 중심으로 검색 결과를 개선하는 폐쇄적 전략이 네이버의 역동적인 발전을 저해할까 염려된다. 페이스북 사용자에 의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데이터가 그간 인류가 만든 모든 저작물 용량의 2배에 해당하는 100페타바이트라고 하니, 2003년 대주주의 자금난에 휩싸인 싸이월드 매각 제안을 거절한 네이버가 지금은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경쟁우위는 끌고가는 경주의 산물이고, 끌려가서는 유지하기도 어렵다. 자전거는 달려야 서 있을 수 있고, 돌은 굴러야 이끼가 끼지 않는다. 골목 상권을 위한 스마트폰 쿠폰이 등장하고 게임을 잘하면 은행에서 우대금리도 받는 시대다. 정치인은 죽기 살기로 선명한 신념의 노선으로 국민을 끌고 가야 하고, 기업인은 혁신과 개방으로 시장을 끌고 가야 하며, 개인은 `스마트 디바이드` 계곡을 뛰어넘은 곳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끌고 가야 한다.

중용의 핑계도 없어진 마당에 끌려가고 싶지 않으면 끌고 가야 하니, 피곤한 세상이다.

[임춘성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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