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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3.0] 애플 중독증?

ngo2002 2012. 3. 19. 10:29

[디지털 3.0] 애플 중독증?
기사입력 2012.01.31 17:27:51 | 최종수정 2012.01.31 17:39:22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나는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고, 집과 학교에서는 각각 아이맥과 맥북프로로 작업하며, 항상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갖고 다닌다. 사람들이 왜 나를 `애플홀릭`이라 생각하는지 알 것 같다.

1980년대 초반에 나는 컴퓨터 사용을 꺼렸다. 과도하게 복잡해 보이는 그 난해한 기계에 압도되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IBM 지옥이었다. 윈도는 자꾸 다운됐고, 바이러스에 걸려서 소프트웨어를 계속 재설치해줘야 했다. 인터페이스는 투박했고, 마의 파란 화면이 뜰 때도 종종 있었다. 디자인 관점에서 보자면 컴퓨터는 흉물스러웠다.

1984년에 애플은 아름다운 디자인의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진 맥킨토시를 출시했다. 그러자 갑자기 어떤 라이벌 의식이 생겨났다. 바로 힙스터 대 괴짜 간 경쟁이었다. `안녕, 나는 맥이에요`라는 애플 광고 시리즈는 이러한 차이를 이용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예술 분야 종사자들은 모두 맥 컴퓨터만 사용했다. 당시 나는 선도적인 클레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윌 빈튼 스튜디오(현 Laika)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회계 담당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맥으로 작업했다.

내 첫 번째 컴퓨터는 귀여운 로봇 상자 모양으로 된 오리지널 맥킨토시였다. 그 컴퓨터가 구식이 되자, 나는 맥킨토시2를 구입해 처음으로 집에 컴퓨터를 마련했다. 그 이후에는 달걀 모양으로 된 오리지널 아이맥으로 바꿨다. 색깔이 다채로웠던 아이맥은 속도가 매우 빨랐고,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할 법한 미래적인 디자인이었다.

새로 구입한 파워북 G3를 들고 2001년 초반 한국에 왔을 때는 아무도 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알던 그 누구도 맥을 사용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내 노트북에 감탄했다. 그것은 그저 컴퓨터의 한 종류였을 따름이지만,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컴퓨터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애플이 한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까지는 몇 가지 이유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먼저 한국 웹사이트들은 악명 높은 액티브X와 윈도 기반이어서 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많다. 게다가 애플 제품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비싸다. 기계를 만지기 좋아하는 컴퓨터 마니아들은 확장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한편 소비자들은 AS센터에 대해 불평했고 한국 사람들은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춰진 국산 제품을 선호했다.

하지만 작고 멋진 제품 하나가 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시장에 이미 많은 MP3 플레이어가 있었지만, 애플은 2001년 아이팟을 출시했고 이를 통해 한국에서 자사 제품을 대중화하는 데 성공했다. 2009년 11월에 한국 정부가 2년 반 동안 미뤄온 아이폰 국내 출시를 마침내 승인하자, 애플 마니아들이 전국을 휩쓸었고 프리스비나 컨시어지, 윌리스 같은 애플 공인 판매점들이 확산됐다. 하지만 한국에는 일본에 7곳, 중국에 5곳이나 되는 공식 애플 스토어가 아직 개장되지 않았다. 왜 그런 것일까?

애플은 전 세계적으로 열광적인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렇게 종교와도 같은 지위를 누리고 있는 브랜드는 할리 데이비슨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만큼 매우 드물다. 브랜드 충성도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 중 90%는 다음번에도 아이폰을 구매할 것이라 답한 반면 안드로이드 사용자 중 약 30%는 아이폰으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요즘 내 학생들은 컴퓨터 구매 시에 항상 맥을 고른다. 휴대폰이나 태블릿 구매 시에도 90%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선택한다. 이는 내 영향 때문일지 모른다.

[장 풀로 건국대 예술문화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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