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3.0] 노력의 흔적은 기록으로 남겨야 | |
기사입력 2011.12.27 17:10:52 | 최종수정 2011.12.27 17:11:46 |
필자는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제청방패위원회(ICBS)` 대회에서 기조 연설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이날 각국을 대표해서 모인 참석자들은 일본과 아이티 대지진과 같은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서 박물관 소장품을 어떻게 대피시키고 복구할 것인지에 대해 각 나라 경험과 교훈을 나누었다. 또한 자연 재해에 준하는 무력 충돌 혹은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문화 유산 보호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발표를 이어갔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국적도 다르고 직업도 달랐지만 각자 본인이 속한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인류의 소중한 문화 유산을 보호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 고민에 대해 쉬운 해답을 찾기 어려운 것은, 문화유산은 보존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백하게 박제되거나 유리되어 있지 않고 동시대인의 삶 가까이에 닿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IT 업계에서 일하는 필자 관점에서 보면 아카이빙(Archiving)과 디지타이징(Digitizing)이 그 고민의 해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끊임없이 기록하고,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일이 선행되고 나면 그러한 자산들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바로 이어져야 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가령 산간 벽지에서 살고 있는 어린아이들도 인터넷을 통해서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모나리자`를 원본과 최대한 가깝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지금도 뮤지엄뷰(Museum View)와 같은 기술을 통해 상당 부분 현실화하기도 하여, 이미 사람들은 실제 박물관에서 관람하는 듯한 경험을 하고 있다. 기록과 보관은 그 분야를 막론하고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선 아직도 기록과 보관의 절박한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자연히 그에 따른 방법론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인 것 같다.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노력의 흔적들은 반드시 접근 가능한 기록으로 남겨져야 의미가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로 예를 들어보겠다. 변호사들은 공공서비스 차원으로 수임료를 받지 않고 1년에 몇 차례씩 개방된 공간에 모여서 상담을 하기도 한다. 바빠서, 돈이 없어서 변호사를 찾지 못했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그날 하루 변호사의 고객이 되는 것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상담 내용이 그날 하루, 그 자리에서 휘발되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부분만 적절하게 제어된다면 억울하거나 답답한 의뢰인 사연은 또 다른 누군가의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을 텐데, 비슷한 사연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변호사의 상담을 찾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세상에는 아직도 너무나 귀중한 정보들이 쉽게 소진되고 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막연했던 생각이 후일 `지식인 전문가 답변` 서비스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결국 정보와 자산을 축적하고, 그것을 디지털화하고, 또한 누구든 원할 때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사회적으로 좀 더 공론화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고급스럽고 희소한 자산과 정보일수록 효율적인 보관과 함께 공고한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 검색 포털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 대표로서, 새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한 해를 마감한다. 칼럼 연재를 마치면서, 이 부족한 글 또한 언젠가 미래의 누군가에게 사소한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한 자락을 살짝 덧붙여본다. [김상헌 NHN 대표이사 사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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