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3.0] 당신은 지식인인가 | |
기사입력 2011.12.06 17:11:10 | 최종수정 2011.12.06 17:13:01 |
흔히 지식인은 `교육받은 사람`이나 `많이 아는 사람`이라는 통념이 있지만 다변화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지식인의 기본 소양은 자기가 맡고 있는 사회 영역에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 말처럼 지식은 오직 고도로 전문화되었을 때만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놈 촘스키는 지식인의 책무를 `중대한 의미를 갖는 문제에 대한 진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단순히 학식과 경륜으로 무장한 전문가를 넘어서 지식인 역할은 이를 이해당사자와 사회에 알려야 하는 참여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급한 지식인의 소양과 역할보다 중요한 것은 지식인의 이상으로서, 촘스키 표현에는 `진실`이라는 단어로 나타나 있다.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에 따르면 지식인은 독립적인 사회ㆍ경제적 권력을 지니지 못해 왕권이나 부르주아의 비호 아래 그 뜻을 펼쳐왔지만, 진리와 진실을 위해서는 서민과 프롤레타리아 편에 서야 하는 이중적 신분을 갖고 있다. 더욱이 저변에 유교이념이 깔려 있는 우리에게 지식인은 선비와 일맥상통하며 선비정신은 진리에 대한 의리, 즉 불편한 진실에도 흔들림이 없는 것이 최우선 덕목이다. 지식인의 이상과 역할이 진실 추구와 대중 표출이라는 점에서 언론은 지식인의 무대이기도 하거니와 지식인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빌 코바치가 제시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첫 번째도 진실에 대한 것이다. 현대 언론이 기업화ㆍ상업화하면서 사실보도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세대 다수가 지식과 정보의 채널로 전통 언론을 택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팩트를 외치는 신문기사와 방송뉴스를 저버리고, 세상의 관문이라는 뜻을 가진 포털의 호기심 유발성 기사 제목에 낚여 세상을 보고, 감정적이고 끼리끼리인 SNS 메시지로 세상을 판단하는 세태가 되고 있다. 포털에도 시장지배사업자가 존재하고 국내 스마트폰 보급이 2000만대를 훌쩍 넘긴 작금에 무책임하고 음모적인 사이비 지식이 넘쳐나고 있고, 미래가 아픈 청춘과 생계에 시달리는 국민을 이용하려는 사이비 지식인이 판치고 있다. 전문지식으로 자기 언행에 책임을 지고, 진실을 추구해 권력과 포퓰리즘에 타협하지 않고, 냉소적으로 숨기보다는 행동하는 양심의 지도층이 절실하다. 이 혼란한 시기에 흔치 않겠지만, 우리는 그들을 진정한 지식인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니 문득 생각이 났다. 얼마 전 나라에서 주는 분에 넘치는 상을 받았다. 시상식 오찬에서 나눈 대화 중 시상권자의 납득할 수 없는 정책 논지에, 오히려 잘못된 정책이라 얘기하고 싶었지만 표현하지 않았다. 한동안 마음에 걸렸다. 많은 사람의 권유에도, 내 사소한, 어쩌면 무책임한 발언에 주렁주렁 달릴 악플이 두려워 아직 트위터를 오픈하지 않고 있다. 그러고도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가. 부끄러운 마음으로 물어볼 일이다. 나는, 당신은 지식인인가? [임춘성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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