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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3.0] 오래된 기술

ngo2002 2012. 3. 19. 10:23

디지털3.0] 오래된 기술
기사입력 2011.11.15 17:13:31 | 최종수정 2011.11.15 17:14:49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우리는 오래된 기술을 통해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과거로 들어선다. 이게 우리의 향수에 불과할까, 아니면 뭔가 훨씬 더 깊은 감정이 개입돼 있는 것일까?

음악을 애호하는 수집가들은 CD나 mp3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LP판을 듣거나 한 세기 전 제작한 축음기를 이용해 78회전 원통형 레코드로 감상한다. 물론 레코드가 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수집가들은 오래된 레코드의 따뜻한 소리에 감탄한다.

DSLR는 수많은 버튼과 조절노브가 달린 정교한 형태의 카메라다. 커다란 DSLR는 위압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DSLR는 상자에 버튼과 렌즈가 달린 필름 카메라의 최첨단 버전일 뿐이다. 필름 카메라 또한 카메라 옵스큐라에서 발전한 것이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이미지를 기록하지 않고 상자 안 불투명 유리에 비춰주는데, 필름 없이도 움직이는 영상을 보여줘 매혹적이다. 이것은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 잘 표현돼 있다.

우리는 OHP나 빔 프로젝터에 애정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환등기를 통해 수작업 페인팅된 유리판이 영사된 것을 볼 기회가 있다면 그것이 정말 마법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웨덴 영화감독 잉마르 베르만은 걸작 `화니와 알렉산더`에 환등기를 사용하는 장면을 넣었다. 우리는 1880년대의 옛 3D 뷰어인 입체경을 통해 깊이감 있는 입체그림을 보면서 1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1940년대의 뷰마스터도 마찬가지로 시곗바늘을 반세기 전으로 되돌린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3D 영화 `아바타`도 양쪽 눈에 각기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동일한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오래된 장치로 이미지를 보며 직접 느끼는 감정에는 따라가지 못한다.

조에트롭은 최초의 시각적 장난감 중 하나로, 좁고 긴 구멍이 여럿 있는 검정색 원통 안에 연속된 이미지 12장이 들어 있는 띠를 넣고 돌리면 움직이는 그림을 얻게 된다. 최첨단 CG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경이로운 눈으로 조에트롭 애니메이션을 바라본다.

플립북은 책처럼 제본한 종이 뭉치로 이뤄진 애니메이션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다. 쪽당 애니메이션 시퀀스의 한 프레임에 해당하는 하나의 그림이 들어가며, 빠르게 종이를 넘기면 움직이는 그림을 볼 수 있다. 플립북은 단순한 사용법과 종이에서 움직이는 이미지를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큰 사랑을 받는다.

나는 실험 애니메이션 수업에서 렌티큘러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친다. 렌티큘러는 촘촘한 직선이 정렬된 플라스틱 시트로 밑면에 이미지를 덧대고 위아래로 흔들면 애니메이션이 나타난다. 이것은 60여 년 전에 발명된 오래된 기술임에도 여전히 마법처럼 느껴진다. 로봇, 특히 1950년대 영화를 위해 디자인한 로봇은 단연코 멋지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날 로봇청소기에 그처럼 경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시계의 작동 원리에 의해 설계ㆍ제작된 19세기 자동인형이 훨씬 더 사랑스럽다. 이달 말 개봉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휴고`에서 이 자동인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물건을 한 세기 전에 제작한 것처럼 스타일링하는 스팀펑크라는 문화현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들 물건은 쥘 베른의 소설에서 막 튀어나오거나 아티스트 스테판 알루의 조각처럼 보인다.

우리가 이러한 과거 기술을 직접적으로 가깝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100쪽에 이르는 사용 설명서나 전기가 필요하지 않으며, 복잡한 버튼 조작이나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도 되고, 데이터 손실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우리가 이런 장치들에서 인간적인 느낌, 인간적인 요소를 진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장 풀로 건국대 예술문화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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