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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3.0] 기술의 발전이 법에 던지는 질문

ngo2002 2012. 3. 19. 10:22

[디지털3.0] 기술의 발전이 법에 던지는 질문
기사입력 2011.10.18 17:17:14 | 최종수정 2011.10.18 17:18:42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영국이 미국을 식민지배했던 시절, 조지 2세와 3세는 구체적 혐의가 없더라도 무작위로 범죄 증거를 찾기 위해 민간 주택을 수색할 권한을 부여하는 `일반 영장(general warrant)`을 관리들에게 발급했다. 불시에 가택을 수색당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를 느껴도 일반인들은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 과도한 수사에 분노한 미국 헌법 작성의 기초자들은 압수 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한다는 것, 반드시 상당한 이유(probable cause)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헌법 수정조항 제4조에 명시했고, 이 전통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매우 당연한 법 원칙이 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런 원칙에도 새로운 고민이 생기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본인 이메일, 블로그 등을 디지털 공간에 저장하고 있다. 이때 혐의가 소명되고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으면 정부는 불과 몇 초 만에 누군가 평생 동안 쌓아온 디지털 자산을 압수할 수 있다. 이것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것은 아닌가?

하버드 로스쿨의 레식 교수는 저서 `코드 2.0`에서 다음과 같은 도발적이지만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그가 꼭 이 가정을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가 개인 컴퓨터에 특별한 프로그램을 설치한다고 치자. 이 장치는 개인의 인터넷 활동 중 국가의 중요 기밀문서가 돌아다니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만약 그 장치가 국가 기밀문서 외에는 다른 어떤 정보도 감지하지 못하는 프라이버시 침해가 전혀 없는 기술적 형태를 지닌다고 가정하면 이 장치는 국가안보를 위해 여러모로 좋은 것 아닌가? 이 가정이 현실이 된다면 과거 `일반영장`이 프라이버시 침해가 없다는 전제 아래 재등장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기술의 발달은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규제의 남용도 야기하는 한편 획기적이지만 법적으로 판단이 모호한 상황도 불러올 수 있다.

이런 문제는 국가권력과 일반인 사이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복제가 없던 시절에는 저작권 침해도 지금처럼 크지 않았지만 사소한 침해는 처벌받지 않고 관용됐다. 조사비용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디지털 저작권 침해 행위는 기술적으로 쉽게 적발된다. 불법 음원을 웹하드를 통해 공유하거나 본인 블로그에 올려둔 많은 사람이 저작권법으로 고소당해 처벌받은 것 등이 그 예인데, 아주 사소한 경우에도 범죄인이 돼 버리는 상황도 발생했다.

사실 기술 발전에 따른 법 해석의 문제는 예전에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영장 없는 도청이 1920년대만 해도 불법이 아니었다. 헌법 문구에 대한 당시 법원 해석에 따르면 압수ㆍ수색에 영장이 필요한 상황이란 일반인의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도청과 같이 기술적으로 엿듣는 것은 마치 창문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정도의 행위이므로 주거에 대한 수색이 아닌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헌법 제정 당시에는 전화가 없어서 이 점에 대한 고려를 못했을 텐데, 법원은 그저 문구 해석에 집착해 어이없는 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결국 1967년에 이르러서야 이 헌법조항이 원래 보호하려고 했던 것은 `주거`나 `재산`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개인`이 합리적으로 기대하는 `프라이버시` 그 자체라고 변경됐다. 전화가 일상화한 상황에서는 도청이 사람의 프라이버시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처럼 기술의 발달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과 기회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도청에 대한 미국 법원의 해석 역사에서 보듯이 정말로 보호해야 할 핵심적인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사회 전체가 모두 함께 해야 할 것이다.

[김상헌 NHN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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