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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3.0] 아날로그가 소중한 이유

ngo2002 2012. 3. 19. 10:20

[디지털 3.0] 아날로그가 소중한 이유
기사입력 2011.09.13 17:14:39 | 최종수정 2011.09.13 17:28:25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영상회의 시스템이 도입된 후 비즈니스 출장 횟수는 줄어들었을까? 업무를 이메일로 처리할 수 있다면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될까? 온라인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디지털이 아날로그 삶의 방식을 완전하게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생겨났다. 공간 단축과 시간을 절약해 주는 많은 기술들은 직접적인 의사소통에 대한 수요를 줄일 것이라는 기대감에 젖게 했다. 한때 기술 애호가들은 저렴한 대역폭이 값비싼 사무실 공간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막상 전개되는 현실은 조금 달랐다. 출장은 없어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전보다 더 자주 만나고 있다. 면대면 상호작용의 가치는 어쩌면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에드워드 글래서(Edward L Glaeser)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저서 `도시의 승리(The Triumph of the City)`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이메일이 생긴 후 비즈니스 출장은 크게 증가했다. 영상회의가 시작된 후 오히려 비즈니스 회의 참석률은 치솟았다. 회사들은 여전히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며 도심에 사무실을 둔다.

바야흐로 SNS 시대,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지인들을 열심히 만나고 있다. 그러나 SNS가 활성화한다고 해서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일이 줄었을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연락 경로가 다양해져 만남 횟수는 더 늘어날 여지도 있을 것 같다. 결국 SNS가 아무리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오프라인에서 직접 대면하는 것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SNS 성장곡선이 주춤한 현상 역시 디지털 서비스의 어떤 한계를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결과적으로 SNS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들은 아날로그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해주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손때 묻은 편지에서 이메일 서비스가 나왔고, 친구와 수다 떠는 공간에서 카페 서비스가 나왔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끝없이 이야기 나누고 싶어하는 그런 심리에서 채팅과 메시지 서비스도 태어났을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언제나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고 친한 사람들이 잘 지내는지 궁금해한다. 좋은 노래를 쉽게 듣고 싶어하고 좋은 책을 빨리 읽고 싶어한다.

그런 본질적 요구사항을 잘 수용한 서비스들은 항상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결국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의 근본적 본성이라는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어나갈 때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 자체보다는 그 기술이 사람들 본성에 잘 부합하게 만들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 본성 혹은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가 매일 아침 러시아워를 통과해 사무실에 나오는 것, 명절마다 대장정을 불사하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모두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비효율이지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비효율이다.

사람을 직접 만나 이야기한다는 것은 아무리 대단한 기술이 등장한다고 해도 대체할 수 없는 굉장한 경험이고 가치다. MP3로 쉽게 노래를 듣다가도 굳이 어렵게 예매하고 줄 서서 가수들 콘서트를 보러 가는 이유, 좋아하는 작가의 새 책 1판 1쇄를 소장하고 싶어하는 마음 모두 마찬가지다. 콘서트장 열기, 책장을 넘길 때 두근거림을 어찌 잊을까. 그러니 유무선 온라인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항상 겸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디지털화한 서비스의 목표는 결국 아날로그 방식으로 움직이는 삶을 조금 더 편리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김상헌 NHN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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