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일반적상식

[디지털 3.0] 디지털 우파가 필요하다

ngo2002 2012. 3. 19. 10:21

[디지털 3.0] 디지털 우파가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1.09.27 17:31:18 | 최종수정 2011.09.27 17:37:59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강남 좌파`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강남 좌파는 생각은 좌파적인데 생활은 강남 수준인 인물로 정의된다. 가진 기득권을 내놓으면서 진보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지식인이나 전문직 종사자로 긍정적인 묘사를 하기도 하지만, 지식과 전문성으로 무장해 사회에 대한 무책임한 비판으로 자신들 스타일을 완성한다는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어느 쪽으로 무게가 실리건 최근 정치세태의 단면을 보여주는 흐름인 것만큼은 명백하다.

프랑스 대혁명과 유럽 계급정치에서 유래한 좌파와 우파 구분보다는, 북한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우리 정치에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적절하다고 한다. 진보와 보수로 이분화한다면 분명 IT는 진보다. 인터넷은 정보와 지식의 나눔을, SNS는 대화와 관계의 평등을 지향한다. 정보시스템 사용은 사회와 생활의 투명성을 진작시킨다. 대표적인 소수 IT기업을 제외하고 대다수 IT, SW, 서비스, 콘텐츠 기업들은 중소기업이며, 철저한 `을`의 굴레를 쓰고 있다. 기업 생태계의 약자들은 당연히 변화를 원할 것이다.

원하건 원하지 않건, 사실 현대사회를 변화시키는 유일한 동력은 IT라 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로는 사회의 이념과 경제 논리가 기술 발전을 선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기술이 사회와 경제 패러다임을 변화시켰으며, 그러한 혁신적 기술의 꼭짓점에 IT가 있어 우리 생각과 생활을 진보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를 국가 안정과 성장을 책임지는 보수 우파들은 절감하고 있을까? 스마트폰을 일체화시킨 스마트 국민과 디지털 문명의 맛을 본 디지털 사회를 단순히 반공주의와 민족주의, 실물경제와 수출 확대, 계파 정치와 형님 문화 같은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

IT에서 배워야 한다. 많은 수의 페이스북 프렌드나 트위터 폴로어를 확보한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의 규제 없는 참여정신과 리눅스의 대가 없는 공유정신을 배워야 한다. 페이스북의 개방 전략과 구글의 플랫폼 전략이 그들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수익모델을 더욱 강화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신인류에 적합한 민중의 이해, 신사회에 합당한 경쟁 원칙, 신경제에 부합한 시장논리를 습득해야 한다. 이러한 소양을 가진 자를 디지털 우파라 부를 수 있다. 그들은 IT에 푹 빠진 디지털 세대에게 선의의 경쟁,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설파할 수 있을 것이고, 변화하지 않는 막강 대선주자를 불안하게 한 정치 신인이 등장한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원한 진보나 영원한 보수는 없다. IT에서도 공룡 기득권자 IBM의 CPU와 운영체제의 하도급업체였던 인텔과 MS가 후에는 자신들 아성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진보적 경쟁업체를 고사시켰고, 그들 중 살아 남은 구글은 또다시 수구 세력의 상징이 되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등장은 늘 반복되며, 분배와 성장의 해법은 항상 혼재되어 있다. 혼재된 해법으로 강남 좌파가 등장했듯이 개방과 참여,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시장경제와 부의 가치를 존중하는 애플과 같은 디지털 우파가 절실하다.

이런 말이 있다. 집에서 쫓겨나면 진보주의자, 고향에서 쫓겨나면 개혁주의자, 금의환향하면 보수주의자. 종종 생각해 본다. 나는 진보인가 보수인가, 좌파인가 우파인가. 아니면 강남 좌파가 멋있어 보이는가, 디지털 우파가 그럴듯한가. 본인을 51% 보수, 49% 진보로 표명한 한 유력 정치인이 내게 말했다. 진보와 보수를 알기 쉽게 구분 짓는 방법이 있다고. `내 일은 보수, 남 일은 진보`. 웃었지만 씁쓸했다.

[임춘성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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