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3.0] 고교야구 여자매니저에게 한 수 배우다 | |
기사입력 2011.07.05 17:34:32 | 최종수정 2011.07.05 17:37:14 |
단어를 줄여 쓰기 좋아하는 일본에서는 이 책을 일러 `모시도라`라고 부른다. `만약`을 뜻하는 일본어 `모시(もし)`와 `드러커`를 줄여서 `도라(ドラ)`라고 지칭한다. 일본에서는 2010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판매량을 추월한 화제작이었고,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NHK를 통해 방영될 정도의 신드롬을 몰고 온 책이다. 얇은 두께, 만화 같은 표지에 다소 선입견이 있었던 나는, 이런 유명세가 과도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고 나니 예상외로 시사점이 많았다. 무기력에 빠진 고교 야구부에 새로운 매니저가 들어온다. 이 매니저의 신선한 지휘하에 팀은 리빌딩에 성공해 끝내 `고시엔` 결승에 출전한다. 이런 스토리 구조 자체는 식상한 감이 있었지만 팀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모래알 같은 팀의 팀워크를 다지고, 구성원의 역할에 맞게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에서 매번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경전처럼 참고하는 것이 이채로웠다. 무엇보다 `모시도라`가 나에게 끼친 가장 큰 영향력은, 오랜만에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다시 펼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모시도라` 덕분에 `매니지먼트` 판매량도 꽤 늘어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드러커만큼 현대 경영학에 많은 영향을 미친 학자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평생에 걸친 방대한 저술로 경영을 철학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한 사람이 바로 드러커일 것이다. 나 역시 경영자가 되기 이전에도 드러커의 책을 읽어왔다. 목표를 관리하고, 고객을 창조하며, 지식노동자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시한 그의 철학은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끼쳐 왔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드러커의 주장이 너무 교과서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교과서 같은 이야기`에 `기본`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인터넷 회사를 경영한다고 하면 세상에 없었던 깜짝 놀랄 기획과 이벤트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산업, 그 속의 젊은 기업은 언제나 `신선함` 이라는 강박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러나 사실 이노베이션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이노베이션이란 지금 조직이 처한 상황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고객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 비롯된다. `모시도라`에서는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노 번트, 노 볼`이라는 전략을 수립한다. 야구에서는 이기는 것이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승부에만 집착하다 보면 막상 야구를 보러 오는 사람들, 즉 고객의 감동을 놓치기 쉽다. 주자가 1루에 있으면 무조건 번트를 치는 관행이 승수를 쌓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팬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대목이 흥미로웠다. 회사의 경영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일견 상식적이라고 여겨지는 `당연한` 방식을 의심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더불어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유행이 일시적인지 지속적인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안목도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 `검색을 하는 사람들은 언제 감동할까`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감동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하는 질문을 다시 곱씹게 되었다. 고객들이 계속 우리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고교 야구부 매니저처럼 초심을 다져보는 여름이다. [김상헌 NHN 대표이사 사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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