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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3.0] 인터넷, 끊을 수 있을까요?

ngo2002 2012. 3. 19. 10:13

[디지털 3.0] 인터넷, 끊을 수 있을까요?
기사입력 2011.06.07 17:17:36 | 최종수정 2011.06.07 17:22:33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검색포털 회사 대표를 맡다 보니 사람들을 만날 때 검색과 관련된 이런저런 불평을 접수할 때가 있다.

예전에는 `왜 찾는 게 금방 안 나오느냐?`는 불평이 있었다면, 요즘에는 조금 양상이 다르다. 예전에는 식사 자리에서 어떤 사실에 대한 내용이나 진위를 둘러싸고 종종 활발한 대화가 벌어지고 그것이 때때로 내기까지 가는 사례가 많았다.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에서 만루홈런을 친 선수는 누구냐`는 운동 소년 스타일 질문부터 `1984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 누구냐`는 영화광 같은 질문이 이어지면서 대화의 꽃이 피곤 했다.

실제로 예전에는 신문사 기자들이 당직 근무를 할 때 밤이면 종종 내기의 정답을 검증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전화에 제대로 답을 못하면 `기자가 그런 것도 모르느냐?`고 면박을 들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요즘은 이럴 때 각자 스마트폰을 뒤져가면서 정답을 찾는다. 그러면 즉시 정답이 나오지만, 그 순간 대화는 죽어버리기 때문에 회식 자리가 재미 없어졌다는 다소 애교 섞인 불평을 듣게 된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현실에 대해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학자도 있다. 최근 내한했던 저명한 IT 저술가 니컬러스 카(Nicholas G Carr)는 인터넷이 순식간에 쏟아내는 정보는 인간이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사람들 주의력을 분산시켰고 결과적으로 숙고하는 능력을 저하시켰다는 것이다.

일견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갑자기 쏟아진 방대해진 정보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실시간으로 이 정보들을 빨리 따라잡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제대로 소화하자니 시간이 늘 부족하다. 그러는 한편 정보 습득 외에도 온라인을 통해서 이런저런 인간관계도 이어나가야 하니 자연 피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카는 스스로를 정보의 홍수에서 격리시켰다. 그는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콜로라도 산악지대로 이사했고, 최소한으로만 IT 기기를 이용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인터넷에 대한 불평은 사실 이 같은 두 가지만이 아닐 것이다. 예전에는 인터넷이 잘 안 된다고 불편해했는데, 이제는 너무 잘되기 때문에 불안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인터넷을 끊어버릴 수가 있을까. 인터넷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도 물론 다양한 사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지만, 최근 맥킨지 글로벌 그룹은 주목할 만한 리포트를 내놓았다. `인터넷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리포트에서 인터넷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는 것을 여러 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2009년을 기준으로 할 때 인터넷이 세계 경제에 기여한 규모는 1조6700억달러에 달하며, 인터넷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성장 속도, 수출, 일자리 창출 등이 두 배 높다고 한다. 또한 인터넷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경제 성장 가운데 15%를 견인했으며, 주요 8개국(G8)과 브라질 중국 인도 한국 스웨덴에서도 평균 GDP 성장에11%를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 리포트는 그간 막연히 생각한 것들을 계량적으로 정리해 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 1982년 원년 개막전 만루홈런 주인공은 당시 MBC 청룡 이종도 선수였고 1984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애정의 조건`의 셜리 매클래인이었다. 그러면 당시 홈런을 맞은 투수는 누구였을까? 셜리 매클레인이 누구였더라? 워런 비티의 누나 아닌가? 이런 식으로, 검색은 오히려 대화 단절보다는 더 많은 대화를 이끌어내는 면도 있을지 모른다. 물론 니컬러스 카가 지적한 대로 사색 시간에는 인터넷을 잠시 꺼주셔도 좋을 것이다.

[김상헌 NHN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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