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3.0] 벤처 M&A를 보는 시각 | |
기사입력 2011.05.17 17:26:03 | 최종수정 2011.05.17 17:27:33 |
어느 회사가 인수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 그 회사는 왜 그런 위기에 처했는지부터 물어보는 우리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 아니, 좀 더 현실적으로 대기업 관점에서 보자면 벤처기업 인수는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다. 만약 고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 보이면 대기업의 우수한 연구인력을 동원하여 유사 기술을 빨리 개발해 그 시장에 진입할 수도 있고, 필요할 때 어마어마한 조건을 걸고 그 벤처기업의 핵심 인력을 유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벤처기업들 사이에서도 `내가 창업한 기업이 자식보다 소중하다`는 인식이 널리 존재하는 것도 사실인 듯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접근했을 때 살펴보아야 할 것은 결국 가장 중요한 가치가 어디에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가장 자주 보는 사업계획서가 지식재산권을 가지고 반영구적으로 기술 라이선스를 받겠다고 하는 사업 모델이다. 그러나 이런 사업계획서는 투자하기에 가장 부담스러운 모델이기도 하다. 선뜻 실행에 옮기기 힘든 사업 모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의 장래성과 실행능력이 결부되었을 때 좋은 기술을 판단하는 기준은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만도 아니고, 아주 우수한 한 사람의 기술자만도 아니다. 그 무엇보다도 그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필요로 하는 시장을 찾아 상품화할 수 있는 팀 전체의 능력이다. 다시말해 조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 분담이 확실하고, 서로 간 신뢰를 통해 반복 가능한 실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아르헨티나 메시 같은 축구선수 한 명이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일원이 된다고 바로 다음날 열리는 월드컵에서 과연 우승한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우리가 M&A를 기술가치를 인정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천재가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 사람이 주위 도움 없이 혼자 모든 걸 이루어 내기는 현실적으로 그리 녹록지 않다. 내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천재 기술자가 기득권이 판치는 큰 조직 내에서 이곳저곳 옮겨 다니다가 아까운 재능을 낭비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시행착오를 통해 예측 가능한 기술을 상용화하는 능력을 갖춘 팀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이런 팀들이 진정으로 인정받을 때 자기 역할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같은 길을 걷고 싶어하는 더 많은 엔지니어 후배들이 나온다. 이와 같은 팀 단위로 새로운 기술이 확보될 때 대기업 내에서도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벤처 생태계 선순환에 지금 가장 필요한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개발한 기술들이 독자적인 영업 능력의 한계에 부딪혀 상장이라는 다음 단계에 다다르지 못하고 도태된다. 조직을 유지하면서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필요하다. 이런 기회가 만들어진다면 더 많은 엔지니어들이 벤처를 창업하고 더 좋은 기술이 개발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박성빈 트랜스링크캐피탈 사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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