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3.0] 나를 말해주는 온라인의 흔적들 | |
기사입력 2011.05.03 17:31:08 | 최종수정 2011.05.03 17:32:27 |
최근 미국에서는 온라인에서의 평판을 관리해주는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이제 직장 동료들의 한마디로는 부족한 것이다. 블로그, 카페, SNS 등 인터넷에 올렸던 글과 사진 그리고 동영상도 평판 관리의 중요한 대상이 된다. 온라인에서 한 사람의 정체성은 점점 다양한 형태로 저장되고 또 검색되는 추세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한 사람이 속한 네트워크, 관심을 두고 있는 사회적 현안, 몰입하는 취미 등이 고스란히 대중에게 드러나기 쉽다. 문제는 대체로 사생활에 속할 수 있는 장면과 관계까지도 평판 관리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좋지 않게 헤어진 사람들이 일방적인 험담을 올릴 수도 있고, 본인이 블로그에 무심코 술 취한 사진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본인에게는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일 수도 있지만, 온라인 평판 관리가 정교해질수록 개인의 사생활이 드러나기 쉽다. 바로 이런 지점을 평판 관리 업체는 파고든다. 즉 본인이 보기에 부끄러운 게시물이 검색될 경우 삭제요청을 하거나 다른 게시물을 좀 더 눈에 잘 띄게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은 모두 일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이루어진다. 평판 관리 업체 중에는 돈을 내면, 그 사람이 개설한 인터넷 계정을 찾아서 일부 혹은 전부의 삭제를 대행해주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업체의 이름은 `나를 지워줘(delete me)`라고 한다. 내가 가입한 계정, 내가 쓴 글, 내가 찍은 사진을 삭제하는 데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은 일견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 가입한 사이트를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게 마련이며, 어디다가 무슨 기록을 남겼는지도 망각하기 쉽기 때문에 내 정보를 타인이 삭제해주는 일이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 사실 본인이 아닌 다음에야 본인의 정보를 삭제한다는 것이 그렇게 용이한 일은 아니다. 자칫하면 법적인 리스크를 질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삭제 권한을 위임하려면, 그 전에 선행돼야 할 것은 분명한 본인 확인이다. `내가 분명한 나`라는 것을 입증하고 나를 지워 달라고 의뢰해야 한다니, 문득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소설의 제목이 생각났다. 나를 거쳐갔던, 내가 망각했던 나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나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 누구나, 인터넷 공간에 거리낌없이 올리는 각종 사진과 게시글과 댓글, 동영상에 익숙하다. 당시에는 자랑이 되고, 또 스트레스 해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바로 이런 게시물들이 시간이 흐르고 관계가 변하다 보면 사회 생활에서 생각지도 못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러니 온라인에서도 여러 가지로 신중한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진 하나를 올리더라도, 공개 설정의 범위를 꼼꼼하게 살피는 버릇이 중요하다. 또 한 줄 댓글에도 작성자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김상헌 NHN 대표이사 사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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