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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3.0] 나를 말해주는 온라인의 흔적들

ngo2002 2012. 3. 19. 10:09

[디지털3.0] 나를 말해주는 온라인의 흔적들
기사입력 2011.05.03 17:31:08 | 최종수정 2011.05.03 17:32:27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레퍼런스 체크`라는 말이 있다. 혹시 이 표현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직을 생각해본 직장인일 가능성이 높다. 회사에서 통상적으로 경력사원을 채용하기에 앞서 그가 어떤 평판을 받았는지를 체크하는 것을 `레퍼런스 체크`라고 한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가 훌륭하고, 면접에서 높은 점수까지 받았어도 레퍼런스 체크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이직이 힘들어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동료들과의 협업이나 업무 면에서 괜찮은 성과를 보일 수 있는 경력자를 뽑아야 하는데, 이력서와 면접만으로는 한 사람의 온전한 평소의 태도와 생각을, 동료의 평판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레퍼런스 체크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평판 관리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배경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온라인에서의 평판을 관리해주는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이제 직장 동료들의 한마디로는 부족한 것이다. 블로그, 카페, SNS 등 인터넷에 올렸던 글과 사진 그리고 동영상도 평판 관리의 중요한 대상이 된다. 온라인에서 한 사람의 정체성은 점점 다양한 형태로 저장되고 또 검색되는 추세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한 사람이 속한 네트워크, 관심을 두고 있는 사회적 현안, 몰입하는 취미 등이 고스란히 대중에게 드러나기 쉽다. 문제는 대체로 사생활에 속할 수 있는 장면과 관계까지도 평판 관리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좋지 않게 헤어진 사람들이 일방적인 험담을 올릴 수도 있고, 본인이 블로그에 무심코 술 취한 사진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본인에게는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일 수도 있지만, 온라인 평판 관리가 정교해질수록 개인의 사생활이 드러나기 쉽다. 바로 이런 지점을 평판 관리 업체는 파고든다. 즉 본인이 보기에 부끄러운 게시물이 검색될 경우 삭제요청을 하거나 다른 게시물을 좀 더 눈에 잘 띄게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은 모두 일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이루어진다. 평판 관리 업체 중에는 돈을 내면, 그 사람이 개설한 인터넷 계정을 찾아서 일부 혹은 전부의 삭제를 대행해주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업체의 이름은 `나를 지워줘(delete me)`라고 한다. 내가 가입한 계정, 내가 쓴 글, 내가 찍은 사진을 삭제하는 데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은 일견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 가입한 사이트를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게 마련이며, 어디다가 무슨 기록을 남겼는지도 망각하기 쉽기 때문에 내 정보를 타인이 삭제해주는 일이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 사실 본인이 아닌 다음에야 본인의 정보를 삭제한다는 것이 그렇게 용이한 일은 아니다.

자칫하면 법적인 리스크를 질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삭제 권한을 위임하려면, 그 전에 선행돼야 할 것은 분명한 본인 확인이다. `내가 분명한 나`라는 것을 입증하고 나를 지워 달라고 의뢰해야 한다니, 문득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소설의 제목이 생각났다. 나를 거쳐갔던, 내가 망각했던 나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나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 누구나, 인터넷 공간에 거리낌없이 올리는 각종 사진과 게시글과 댓글, 동영상에 익숙하다. 당시에는 자랑이 되고, 또 스트레스 해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바로 이런 게시물들이 시간이 흐르고 관계가 변하다 보면 사회 생활에서 생각지도 못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러니 온라인에서도 여러 가지로 신중한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진 하나를 올리더라도, 공개 설정의 범위를 꼼꼼하게 살피는 버릇이 중요하다. 또 한 줄 댓글에도 작성자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김상헌 NHN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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