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성과급 잔치’에도 하청업체는 ‘문 닫을라’ 전전긍긍
ㆍ동반성장은 없다
“국밥집이 잘된다고 해서 국밥집에 콩나물을 파는 사람의 호주머니도 두둑한 것은 아니죠.”
1일 지방의 소도시에서 만난 박명수씨(39·가명)는 대뜸 국밥 이야기를 꺼냈다. 박씨는 삼성전자의 2차 하청업체 ㄱ사의 직원이다. ㄱ사는 삼성전자에 휴대폰 부품을 납품하는 1차 납품업체에 부품 생산설비를 공급한다. 직원은 30여명, 매출액은 연 100억원이 채 안된다. 박씨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회사가 버티고 있는 것을 무척이나 고맙게 생각한다. 지난해만 해도 ㄱ사와 업태가 비슷한 곳이 일감 부족으로 문을 닫는 광경을 여러 차례 봤다. 원청인 삼성전자의 놀라운 실적에 부품업체로서 자긍심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허전한 느낌도 든다.
삼성전자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ㄱ사는 전년도와 마찬가지였다. 영업이익률은 4%가 채 안된다. 삼성전자의 16%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ㄱ사는 신형 휴대폰 부품 생산에 들어가는 설비를 납품하고 나면 일감이 없어진다. 설비 제공 업체의 특성상 원청업체가 원하지 않는데 새로운 설비에 투자할 필요도, 여력도 없다.
삼성전자 일감을 받아오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하도급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새로운 부품과 설비로 생산한 휴대폰으로 얼마의 이익을 내든 그 이후는 하청업체들의 기대이익과는 상관이 없다. “설 성과급이라고요? 우리 같은 기업에까지 내려올 게 어디 있어요. 급여를 받은 것만도 감지덕지입니다.”
동반성장·상생을 생각하면 불만은 많지만 내놓고 얘기하지는 못한다. 원청과 1차 하도급업체 간에는 상생을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들이 신설됐지만 2차 하도급업체까지 내려오는 것은 여전히 연목구어인 상황이다.
그는 1차 하도급업체의 불규칙한 발주가 가장 두렵다고 했다. ㄱ사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새 휴대폰을 계속 개발하고, 생산에 필요한 설비를 계속 납품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게 가장 좋은 상황이다. 반대로 삼성이 특정 휴대폰 기종으로 이익을 많이 낼수록 생산설비 공급으로 먹고사는 ㄱ사 같은 하도급업체는 고사하게 된다.
하청업체들의 주요 애로사항인 납품단가 보장이나 원자재 가격상승 반영, 적정이윤 보장 요구 등은 언감생심이다. 이익률이 낮다보니 재투자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는 ㄱ사가 삼성전자에 예속돼 있는 현실에 불만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자포자기하는 듯했다.
실제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해 대기업과 하도급업체 간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분석한 것을 보면 하도급업체들은 경기변동이 급격한 시기에도 저조하지만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기업들의 철저한 납품단가 관리 등의 결과가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다. 죽지 않을 만큼 이윤을 내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박씨는 경쟁관계에 있던 납품업체가 하루아침에 문닫는 것을 보면 덜컥 겁이 난다고 했다. 다음 차례는 자신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에 유사업종 3~4곳이 문을 닫았다”며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위기에 처해도 삼성이나 정부에서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와 재계는 지난해부터 대기업과 하도급업체 간의 수익률 격차를 제도적으로 줄이기 위해 성과이익공유제 도입 등을 논의해왔다. 대기업이 완제품 판매로 일정 수익을 올렸을 경우 그 제품 생산에 참여한 하도급업체의 기여도를 분석해 이익을 나누자는 취지다.
하지만 2일 내려진 결론은 공허했다. 대기업의 자율적 도입. 제도 자체를 떨떠름하게 여기고 있는 대기업들이 새 방식을 도입할 까닭이 없다. “동반성장이니 상생이니 하는 말은 우리 같은 영세업체에는 먼 이야기지요.”
위평량 연구위원은 “하도급 업체가 많은 국내 경제구조상 하도급업체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노조 성격의 하도급업체 협의체 결성이 필요하다”면서 “완제품 기여도의 영업이익률에 따라 기업의 성과를 하도급업체에 돌아가도록 하는 방법이 제도적으로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태 선임기자 cbtae@kyunghyang.com>
“국밥집이 잘된다고 해서 국밥집에 콩나물을 파는 사람의 호주머니도 두둑한 것은 아니죠.”
1일 지방의 소도시에서 만난 박명수씨(39·가명)는 대뜸 국밥 이야기를 꺼냈다. 박씨는 삼성전자의 2차 하청업체 ㄱ사의 직원이다. ㄱ사는 삼성전자에 휴대폰 부품을 납품하는 1차 납품업체에 부품 생산설비를 공급한다. 직원은 30여명, 매출액은 연 100억원이 채 안된다. 박씨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회사가 버티고 있는 것을 무척이나 고맙게 생각한다. 지난해만 해도 ㄱ사와 업태가 비슷한 곳이 일감 부족으로 문을 닫는 광경을 여러 차례 봤다. 원청인 삼성전자의 놀라운 실적에 부품업체로서 자긍심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허전한 느낌도 든다.
삼성전자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ㄱ사는 전년도와 마찬가지였다. 영업이익률은 4%가 채 안된다. 삼성전자의 16%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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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반성장위원장과 삼성전자 부회장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2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13차 회의에서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삼성전자 일감을 받아오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하도급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새로운 부품과 설비로 생산한 휴대폰으로 얼마의 이익을 내든 그 이후는 하청업체들의 기대이익과는 상관이 없다. “설 성과급이라고요? 우리 같은 기업에까지 내려올 게 어디 있어요. 급여를 받은 것만도 감지덕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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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차 하도급업체의 불규칙한 발주가 가장 두렵다고 했다. ㄱ사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새 휴대폰을 계속 개발하고, 생산에 필요한 설비를 계속 납품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게 가장 좋은 상황이다. 반대로 삼성이 특정 휴대폰 기종으로 이익을 많이 낼수록 생산설비 공급으로 먹고사는 ㄱ사 같은 하도급업체는 고사하게 된다.
하청업체들의 주요 애로사항인 납품단가 보장이나 원자재 가격상승 반영, 적정이윤 보장 요구 등은 언감생심이다. 이익률이 낮다보니 재투자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는 ㄱ사가 삼성전자에 예속돼 있는 현실에 불만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자포자기하는 듯했다.
실제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해 대기업과 하도급업체 간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분석한 것을 보면 하도급업체들은 경기변동이 급격한 시기에도 저조하지만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기업들의 철저한 납품단가 관리 등의 결과가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다. 죽지 않을 만큼 이윤을 내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박씨는 경쟁관계에 있던 납품업체가 하루아침에 문닫는 것을 보면 덜컥 겁이 난다고 했다. 다음 차례는 자신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에 유사업종 3~4곳이 문을 닫았다”며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위기에 처해도 삼성이나 정부에서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와 재계는 지난해부터 대기업과 하도급업체 간의 수익률 격차를 제도적으로 줄이기 위해 성과이익공유제 도입 등을 논의해왔다. 대기업이 완제품 판매로 일정 수익을 올렸을 경우 그 제품 생산에 참여한 하도급업체의 기여도를 분석해 이익을 나누자는 취지다.
하지만 2일 내려진 결론은 공허했다. 대기업의 자율적 도입. 제도 자체를 떨떠름하게 여기고 있는 대기업들이 새 방식을 도입할 까닭이 없다. “동반성장이니 상생이니 하는 말은 우리 같은 영세업체에는 먼 이야기지요.”
위평량 연구위원은 “하도급 업체가 많은 국내 경제구조상 하도급업체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노조 성격의 하도급업체 협의체 결성이 필요하다”면서 “완제품 기여도의 영업이익률에 따라 기업의 성과를 하도급업체에 돌아가도록 하는 방법이 제도적으로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태 선임기자 cbtae@kyunghyang.com>
입력 : 2012-02-02 22:04:15ㅣ수정 : 2012-02-03 0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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