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4㎞ 흑산도 일주도로를 만나다 입력시간 : 2010. 04.16. 00:00
알싸한 '홍어' 삼합이 입맛 돋워 한반도 서남해쪽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섬이 들썩이고 있다. 무려 27년간의 진통 끝에 섬 곳곳에 숨어 있는 '다도해의 황홀한 비경'을 끼고 '흑산도 일주도로'가 개통돼 외지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흑산도 일주도로는 지난 1984년부터 1년에 1㎞가량씩 절벽과 험한 산세를 깎고 다듬는 고행 끝에 지난달 31일 25.4㎞의 일주도로가 개통됐다. '첫 만남'이란 왠지모를 '인연'의 설레임을 안고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흑산도행 표를 끊었다. 어디에서 왔을지 모르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쾌속선에 올랐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승객들의 얼굴과 쉴 틈 없이 쏟아내는 그들의 대화에서 흑산도 여행에 대한 설레임은 현실로 다가왔다. 푸르디 푸른 바다 속에서 새로운 기억이 떠올랐다. 바닷속 깊은 비밀스런 존재처럼 여자의 마음은 헤아리기 쉽지 않다고 했는데 바다와 여자, 알 수 없는 그런 기분이랄까. 짙푸른 바다 물결을 가르며 달린지 두시간여만에 목포에서 97.2여㎞ 떨어져 있는 흑산도 예리항에 도착했다. 육지에 발을 딛기 무섭게 짭쪼름한 바다 내음이 먼저 반겼다.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흑산도(黑山島)에는 100여개의 섬들이 딸려 있다. 차로 40여분이면 일주도로 한바퀴를 충분히 돌 수 있는 시간이라 얕잡아 보고 시작된 관람은 그리 쉽게 객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각양각색의 기암괴석과 해안동굴, 역사와 문화가 깃든 유적지, 한폭의 그림같은 마을 등은 아름다움을 뽐내길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의 모양새를 자랑하기에 바빴다. 흑산도의 명물 '열두 구비도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상라 전망대에서는 흑산항의 일몰과 일출 또한 함께 볼 수 있었다. 상라 전망대에서는 장도와 홍도 사자바위가 한 눈에 보였다. 바다와 하늘이 모두 깊은 푸른색을 띠고 있는데다 안개가 섬 주의를 감싸고 있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아 보이면서 소설 속에 나오는 유토피아가 이런 모습이지 않을 까 잠시 생각해봤다. 상라 전망대 옆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라봉에는 상록활엽수와 동백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어 흑산도의 푸른 빛을 더해주고 있었다. 곳곳에 핀 진달래의 분홍빛 또한 흑산도의 봄을 빛내고 있었다. 일주도로의 중앙에 위치한 사리마을은 한폭에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했다. 흑산도의 정남쪽에 있는 사리마을은 동남풍이 불어도 어선들이 정박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사리포구 앞에 7개의 작은 섬들이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7형제 바위라 불리는 이 자연 방파제는 7형제를 키우던 홀어머니가 큰 태풍으로 수일동안 일을 하지 못하고 있자 아들들이 모두 바다로 나가 두팔을 벌려 파도를 막다가 돌로 굳어졌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자연경관 외에도 문화유적지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리전망대를 거쳐 섬마을 중에서 유일하게 바다가 보이지 않아 강원도 두메산골 처럼 푸르른 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여티미' 라는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기봉강산 홍무일월(箕封江山 洪武日月)' 이라는 글씨가 깎아진 평평한 절벽에 쓰여져 있다. 이는 면암 최익현 선생이 흑산도에 유배와 서당을 세워 후학들을 가르치면서 친필로 써서 손바닥 바위(일명 지장암)에 새겼는데 우리나라가 이미 오랜 옛날부터 있었고 독립된 대한제국임을 강조하는 의미로 쓴 글이다. 지장암과 면암 선생의 유허비 주변에 서있는 250 여년 된 소나무와 동백나무에는 면암 선생의 혼, 역사의 숨결이 들리는 듯 하다.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탄성을 자아내던 일주도로를 한 바퀴 돌고나니 잊은 듯했던 허기가 밀려왔다. 그렇게 반나절의 시간이 흘렀다. 흑산도 하면 알싸한 맛을 자랑하는 '홍어'가 대표적이다. '떡 본김에 제사지낸다'고 쓰린 속을 부여잡고 식당으로 들어섰다. 눈 깜짝할 새 삼합이 한 상 걸게 나왔다. 평소 자주 먹던 음식이 아닌 터라 주저하다가 마침내 용기를 내 입에 넣은 홍어의 맛은 그동안 먹어왔던 것과는 다른 바다 속 깊은 곳에서 바로 꺼낸 신선함을 안겨줬다. 여행의 끝은 늘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이지만 이번 흑산도 여행도 마찬가지다. 쾌속선 하루 4차례...1박2일 여행 어떨까 천혜의 관광보고 볼거리는 비가 내려도 풍랑주의보만 발효되지 않으면 목포에서 흑산도까지 하루 4번 쾌속선이 운행된다. 우리나라 행정구역상 최서남단 해역에 위치한 섬으로 목포에서 서남방으로 해상 92.7km 떨어져 있다. 흑산도에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장보고가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한 이후부터라고 전해지며, 바닷물이 푸르다못해 검다해서 흑산도라 불리우고 섬의 면적은 19.7km, 해안선 길이는 41.8km에 달하는 제법 큰 섬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대흑산도를 중심으로 한 인근의 영산도, 다물도, 대둔도, 홍도 등은 천혜의 관광보고로 섬에 특유의 문화유적이 많아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일주도로의 여행코스는 차량으로 40분정도, 흑산면에 있는 택시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2시간, 도보로는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24.5㎞의 일주도로를 끼고 황홀한 자연풍경과 기암괴석, 문화·역사 유적지, 그림같은 마을 들을 세세히 눈에 담고 싶은 여행자들에게는 1박2일 일정의 여행을 당부하고 싶다. 진리당 진리에서 읍동으로 가는 언덕길 우측에 자리하고 있다. 진리마을의 당제는 예로부터 성대한 규모로 이름 높았으며, 당(堂)은 흑산의 본당(本堂)이라고 전해질 만큼 권위가 높았다. 진리당은 정월 초부터 3일간 열리는 용왕굿을 통해 뱃길의 무사항해와 풍어를 기원하던 곳이다.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지만, 옛 사람들의 민간신앙을 엿볼 수 있는 장소로 보존되고 있다. 진리당은 상당(上堂)과 용산당(龍神堂)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상당의 당집 건물은 1938년 7월에 재건축된 것이다. 상당의 돌담 오른쪽의 숲길을 따라 15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바다의 신인 용왕이 좌정한 용신당이 있다. 신안군 향토자료 제1호이며, 주변에 초령목 자생지가 있다. 상라산 봉수대와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봉수대는 흑산도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상라산' 정상부에 자리한다. 봉수대가 있는 산은 대부분 바위로 구성돼 있고 이 산줄기에 상라산성이 자리잡고 있다. 또 봉수대 앞 능선 정상에는 상라산 전망대가 들어서 있으며, 흑산도 남쪽을 제외한 나머지 삼면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원래 이 곳은 뱃사람들의 안녕과 마을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장소이기도 하다. 봉수대 인근에는 흑산도 전망대와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조성돼 있어 현장에서 자연경관과 더불어 노래도 들을 수 있다. 하늘도로 하늘도로는 지도바위 인근에 있는 비리 마을의 윗 절벽을 따라 만들어져 있다. 교각이 없는 다리 형태로 하늘 위에 떠 있는 느낌을 주는 도로라 해 일명 '하늘도로'라 불리게 됐다. 하늘도로 구간에는 한쪽 벽면에 신안의 명물과 문화유산을 상징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정약전 선생의 사촌서당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시절 사리(사촌) 마을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서당이다. 손암 정약전(1758~1816)은 조선후기의 문신이자 실학자이며 다산 정약용의 형으로 천주교도 탄압이 있던 신유박해(1801) 당시 유배됐다. 16년간 유배생활을 하면서 총227종의 어족연구를 집대성한 '자산어보', '송정사의', '표해시말' 등을 저술했다. 정약전은 다른 유배인들과는 달리 지역주민들과 친분관계가 두터웠으며, 장창대를 비롯한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자산어보'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서당은 1998년 신안군에서 복원한 것이다. 상라산성(반월성) 진리 읍동마을 뒷산에 위치한 석성(石城)이다. 상라산(해발 230m)에 있는 봉수대에서 1㎞ 정도 떨어진 북쪽 능선에 위치한다. 산성의 형태가 반달모양과 흡사해 일명 '반월성(半月城)'이라 칭한다. 현재 해발 약 180~200m 정도 위치에 부분적으로 흔적이 남아 있다. 산성은 전체길이 280m 정도의 테뫼식(산봉우리를 중심으로 테를 두른 듯한 형태) 소형산성으로 전체적인 평면형태가 반월형으로 우리나라 산성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특이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성벽의 높이는 2~3m, 폭은 2m 정도이다. 진리고인돌(지석묘군) 흑산도의 고인돌은 진리 해군부대 맞은편 도로변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칠락산의 북쪽 지류의 구릉 끝자락으로 바다와는 약 300m 떨어져 있다. 1954년도에 총 7기가 처음 발견됐다. 대표적인 1호 지석묘의 상석 형태는 타원형이며, 규모는 장축길이 220㎝, 단축길이 114㎝, 두께 39㎝ 이다. 최근 조사에서 북쪽으로 50m 떨어진 곳에 4기의 지속묘가 추가 확인됐다. 이 유물은 패총유적과 함께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에 이르기까지 흑산도 지역에 사람들이 집단 거주했음을 모여주는 자료이다. 지도바위 흑산도의 육로관광에서 볼 수 있는 해안가 바위명승으로 대표적인 지도바위는 마리와 비리사이의 해안가에 떠 있는 바위로 바위사이에 뚫린 구멍의 모습이 한반도의 모습과 닮았다 하여 '지도바위'로 부른다. 이 지도바위는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바위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닮은 꼴을 찾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무심사지와 석탑, 석등 읍동마을 뒤편의 속칭 '탑산골' 골짜기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을 통해 흑산도 서부지역으로 연결되며, 상라산성과는 300m 정도 떨어져 있다.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소의 조사과정에서 '무심사선원(无心寺禪院)'이라 새겨진 기와편이 발견됨으로써 이곳이 통일신라시대 선종계통의 사찰임이 밝혀졌다. 현재 이곳에는 석탑과 석등, 건물의 축대 일부만이 남아있다. 석탑의 높이 190㎝, 석등의 높이는 160㎝로 팽나무로 인해 10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읍동마을 주민들은 이 석탑과 석등을 각각 '수탑', '암탑'이라 부르며, 매년 정월 초하루에 당제를 지내기도 했다. 사찰이 없어진 후 오랫동안 이탑과 석등이 마을주민들의 신앙 대상이 됐음을 알수 있다. 장도습지 장도는 흑산면 장도리에 해당하는 섬으로 대장도와 소장도로 이루어져 있다. 습지는 대장도에 있으며, 면적은 9만414㎡ 이다. 해발 180~200m에 이르는 분지에 대규모의 습지가 펼쳐져 있다. 이 습지는 이탄층이 발달해 수자원 보존과 수질 정화 기능이 뛰어나다.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매, 솔개와 조롱이 도롱뇽 등이 서식한다. 습지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종류로는 포유류 7종을 비롯하여 조류 44종, 양서류·파충류 8종, 육상곤충 126종이 있다. 식물로는 춘란 등 습지식물 294종이 서식하고, 후박나무 등의 식물군락 26개가 있다. 자연생태적 보전 가치가 뛰어나 2004년 환경부에서 습지보전법에 따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3번째이며, 세계에서 1천423번째로 국제습지조약에 따른 습지보호구역, 이른바 람사조약습지로 등록됐다. 글=김현주·사진=임정옥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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