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연모하는 여덟봉우리, 저마다 비경을 뿜어낸다
입력시간 : 2007. 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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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영산(609m)은 고흥군 점암면과 영남면을 가르면서 8개의 암봉으로 솟아오른 명산이다. 1봉 유영봉을 시작으로, 2봉 성주봉, 3봉 생황봉, 4봉 사자봉, 5봉 오노봉, 6봉 두류봉, 7봉 칠성봉, 8봉 적취봉에 이르기까지 기암의 암릉으로 험준한 산세를 이룬 산이다. 8봉에서 동쪽에 외로이 떨어져 있는 깃대봉까지 합치면 9봉이 된다. 비교적 낮은 산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바닷가의 산 초입이 그렇듯 '제로'에 가까우므로 얕잡아 볼 산이아니다. 암릉의 능선을 꿰차고 이어나가면서 바위벼랑을 만들고 암봉을 치솟아 올려 꽤나 스릴넘치고 아기자기 하지만 위험구간마다 밧줄과 철 사다리와 난간 등이 설치돼 있고 우회로가 있어 초보자도 안전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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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땅에 팔영산이 있다.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하다.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은 팔봉!" 중국의 위나라 위왕이 세수하려던 관수(세수대)에 여덟개의 산봉우리 그림자가 비치는 것을 보고 놀라는 말이다. 신기하게 생각한 위왕은 신하들을 불러 천하 제후들에게 명하여 팔봉의 산이 어느 곳에 있는가를 찾도록 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땅에서는 찾아 볼 수 없고 뒤늦게 동방의 조선국 최남단에 있는 산인 것을 알고 이 산의 이름을 팔영산이라 했다고 한다. 산의 유명세를 뒷받침한다.
中 위왕 관수에 비친 여덟봉우리 그림자
원래는 팔령산(八靈山), 팔형산(八兄山), 팔봉산(八峰山), 팔전산등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위왕의 관수에 비치면서 그림자 영자를 붙여 팔영산으로 불리게 된 후 1998년 7월 산 일대를 도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옛 고증을 토대로 봉우리마다 이름을 찾아 표지석과 함께 설명판을 설치 해 놨다. 산행은 사방에서 오를수 있으나 교통이 편리한 능가사를 출발하여 마당바위를 지나 1봉부터 8봉까지 산행을 마친 다음 마지막으로 외따로 떨어진 깃대봉을 거쳐 남쪽 영남면쪽으로 내리든가 갔던 길을 되돌아와 8봉 아래를 지나 탑재 안부를 가로지른 길을 내려 능가사로 원점 회귀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바위 능선의 수려한 절경이 펼쳐진 강산리부터 종주를 하고 능사사로 내리기로 했다.
낮은 산이라고 무시하면 큰 코 다쳐요
꾸불대며 돌아 찾아드니 폐교된 강산초교는 무슨 사연인지 잡풀이 무성한 채 방치된지 오래인듯 흉칙한 모습이 볼썽사납다. 산행 안내판이 서 있는 곳에서 남으로 올라붙은 콘크리트 농로를 따라 오름짓도 잠시 이정표를 따라 우측 숲속으로 들면서부터 본격적인 등산로가 열린다. 한참만에 강산폭포에 이르지만 이곳부터 20여m는 된비알은 나뭇가지에 몸을 의지하고 올라야 한다. 숲속을 지나고 짧은 너덜겅을 지나면 곧이어 바윗돌이 벽돌처럼 포개진 신선대에 오르니 자연이 빚어낸 조화가 새삼 신비롭게 느껴지는 경관과 함께 여수 앞바다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발목을 잡는다.
숨을 고르며 잠시 올라서니 선녀봉이다. 내려 서 숲속을 거닐면서 산림욕을 만끽 하는것도 잠시. 2시간만에야 1봉 갈림길을 비켜 올라 2봉인 성주봉에 올라서니 가슴을 압도하는 주위의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난간을 붙잡고 오르는 일행의 숨소리가 지친 모습을 암시하지만 절경에 도취한 일행들은 각자의 나름대로 산행을 즐기느라 한동안 함께 오르다가는 사라지기도 하고, 또 어느새 살며시 다가와 동행이 되기도 하는 아기자기함을 만든다. 구릉은 간간히 햇빛을 가려 바위능선을 오르내리는데 도움을 주고, 산 속의 온갖 기이한 풍광들을 한결 또렷한 모습으로 만들어준다, 저 멀리 하얀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은 조개껍질을 엎어 놓은듯 손에 잡힐 듯 하고 발 아래로는 기암 기봉으로 장쾌하게 치솟아 오른 암릉들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연출한다.
전설에나 나올 만한 비경 간직
3봉에 이어 4봉, 용이 바다를 향해 내달리는 형상으로 신선이 구름 속에 앉아 있다는 운중선좌의 형국인 대혈자리라던가? 옥쇄에 해당하는 마지막 봉우리가 완성되지 않아 안타까움이 든다는 풍수설이라지만 확인할 수 없는 아쉬움으로 5봉에 올라 두리번거리니 봉마다 아스라한 벼랑을 떨어뜨리며 암괴와 암봉으로 용립하는 산세가 설악산 공룡능선의 축소판을 연상케 하는 것이 고흥반도 끝자락에 조물주는 또 한 번 조형예술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철계단을 오르내리는 길 옆 바위틈새로는 파란 작은 꽃들의 아름다운 모습은 마치 수채화 화폭을 펼쳐 놓은 듯 하며 건너 아래 산비탈에는 휴양림을 오르내리는 길이 강물인양 산자락을 휘감아 돌아든 모습이 과연 위왕의 전설에 나올 만한 비경을 간직한 산임을 느낄 수 있다.
5봉을 지나고, 눈을 들어 바라본 곳마다 새로운 모습의 절경은 피곤한 다리를 위로하고 남는다. 남해 바다 해창만을 품으로 끌어 들이는 모습에 기암으로 솟아 오른 바위능선을 걷는 아기자기함은 형언 할 수 없는 신선한 감동을 훌쩍 뛰어 넘어 여기까지 오르내리는 피곤함을 한 순간에 날려주고 건너다 보이는 6봉의 동쪽 벼랑으로 드리운 노란 철 난간의 오름길이 인상적이다. 두류봉에 올랐다가 내려서는 사거리에 자연휴양림(0.8㎞), 능가사(2.6㎞)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다시 가파른 암릉을 타고 올라가는 길에 거대하게 버티고 있는 '통천문'은 가히 압권이다. 등산객들은 누구나 여기서 잠시 산행을 멈춘다. 말 그대로 하늘로 통하는 문 이란 생각에 숙연해 한다.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 가히 압권
양쪽에 거대한 바위가 기둥을 만들고 그 위에 바윗돌 하나가 상량바위 역할을 하고 있다. 통천문을 지나면 칠성봉(698m·7봉)이다. 칼등 같은 암릉을 타고 칠성봉을 내려서니 능가사로 하산하는 갈림길을 만나는데 많은 갈림길은 각자의 능력에 맞는 산행을 즐기라는 명산다운 배려다.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20분) 8봉인 적취봉(591m)을 힘겹게 오르니 정상 표지석이 반겨 준다는 생각은 아마도 마지막 봉우리라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 것일 게다. 뒤돌아 앉아 숨을 고르며 건너다보니 지나온 여덟 개의 봉우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8개의 봉마다 각각 거대한 암봉으로 치솟아 오르면서 암봉에 돋아난 암괴와 암릉이 조각 작품처럼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모습하며 산의 모습이 기기묘묘하여 마치 하늘은 잡은 듯한 느낌에 신선놀음을 하는것과 다를 바 없다. 바위는 불규칙한 절리(節理)로 갈라지면서 기이한 문양을 그리기도 하고, 혹은 떨어져 나와 흩어지기도 하고, 각양의 형태로 어울어져 장대한 암봉을 만들고 있었으니…
용 알 9개든 샘물 마신 스님은 백년을 살고
이 산 어딘가엔 용 알이 9개가 들어 있어 이 곳에서 구룡정의 샘물이 솟아 이 물을 마시고 백년을 살았다는 스님이 있었다는 전설이 아름한데 찾을 도리가 없음이 안타깝다. 이 곳에서 남해안을 바라보면 작은 섬들이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또 한계가 무궁하여 일출광경 또한 어느 산에 못지 않으며 맑은 날에는 바다 멀리 제주도 한라산과 일본의 대마도도 바라 볼 수 있단다. 해창만의 남해 바다가 눈부신 햇살을 받아 금물결을 만들고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의 모습은 산 과 바다 그리고 논 밭의 들녘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풍요로운 마음이다.
마지막 깃대봉(609m)으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 딱딱한 바위만 겉다가 흙과 낙엽이 쌓인 길은 양탄자 위를 걷는 느낌이다. 오솔길을 따라 헬기장을 지나 통신중계탑들이 서 있는 깃대봉에서 되돌아 와서 8봉 아랫 길로 내려서 울창한 잡목의 수림 사이로 바위를 건너뛰면서 탑재의 임도를 가로지르고 개울을 건너고 또 다시 수량이 풍부한 개울과 나란히 숲속 오솔길을 걷다보면 하늘이 열리면서 다 내려왔음을 직감한다.
산자락 끝 평지서 들른 '능가사'
5시간의 산행이 끝나고 무딘 걸음으로 여름을 만끽한 나뭇잎들이 빛을 잃어가는 산자락 끝 평지에 자리한 능가사에 들러본다. 신라 눌지왕 3년(419년) 아도화상이 창건하고 보현사라 이름하였으나 임진왜란때 소실된 것을 인조 22년(1644)에 정현대사가 중창한 절이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대웅전은 다포계의 팔작지붕이다. 기단위에 주춧돌을 놓고 배흘림이 거칠게 보이는 원형기둥이 조그마한 창방과 용머리를 받쳐주고 그 위에 다시 용의 형상을 조각하여 장식한 용머리가 외 3출목, 내 4출목의 공포를 받치고 우물천장과 마루에 창호는 빗살무늬다. 또한 특이한 것은 건물 방향이 입구 때문인지 특이하게 북향으로 되어 있다.
건물 전체가 기울어 1999년부터 완전 해체하여 2000년 12월 복원, 본래의 모습을 찾은 대웅전 뒤로 덕목스님의 도술로 옮겼다는 지방 문화재 70호인 높이 3m, 폭 1.3m의 거대한 사적비와 지방 문화재 제69호인 무게 1천500근이나 되는 범종은 대웅전 앞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마당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에 씁쓸한 기분이 든다. 바위에 걸터앉아 고개를 들어 지금까지 다리품 팔고 지나온 흔적들을 올려다보니 구름 사이로 뚜렷하게 용출하는 봉들은 마치 뭉게구름을 타고 우리와 눈맞춤하고 이 봉 저 봉 할것 없이 정기가 넘쳐보여 사방으로 깔려있는 층암절벽의 줄기는 기상이 용솟음치니 과연 팔영산은 이 고장 충절의 향기를 간직한체 유유히 흐르는 전통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다.
팔영산 7곡 8봉을 즐거운 마음으로 샅샅히 넘고 돌아 내려와 생각하니 능가사 천년의 불향은 부도의 푸른 이끼 속에 잠 깰줄을 모르는듯 싶어 천왕문에 들어서니 사천왕만 두 눈 부릅뜨고 길손을 응시하는데 대웅전을 뒤로하고 문턱을 넘으려는데 가슴을 때리는 소리 '나 거기 있고 너 여기 있구나', '견성성불(見性成佛), 즉심시불(卽心是佛)'이라 하던가? 부질없는 세상사 할 일도 많건만 집 나선 나그네 피곤함에 분망하여 무딘걸음 제촉하려는데 부처님의 말씀에 정신을 가다듬고 '산은 산이요 술은 술이로다'를 미소로 답하며 뒷풀이장소로 종종걸음을 내 딛는다
산행코스=강산초교-강산폭포-신선대-1,2,3,4,5,6,7,8,9봉-탑재-능가사
글=박길만 광주토요산악회 회장·사진=김영복 회원
글=박길만 광주토요산악회 회장·사진=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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