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통영 사량도 지리망산 입력시간 : 2008. 01.18. 00:00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1년, 떠나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 모여 새로운 한 해의 숲속으로 차근차근 초대하는 12월, 그 쓸쓸한 종착역 쯤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자 섬 산행에 나섰다. 겨울의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해가 바뀌려는 섣달의 바다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일러 줄것인가? 어사 박문수가 고성의 문수암에서 아침산책을 하면서 건너다보니 두 개의 섬이 마치 짝짓기 직전의 뱀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붙은 사량도에는 상도와 하도,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있다. 행정구역으로는 통영시 사량면 돈지리다. 두개의 섬을 윗섬과 아랫섬으로 부르는데 칠현산이 있는 아랫섬에는 7개의 산봉우리가 연이어져 있지만 상도의 지리산의 명성에 가리워 낚시꾼이 많이 찾는 섬이됐고, 윗섬에는 맑은 날이면 정상에서 전라도와 경상도에 걸친 장대한 지리산이 바라보인다 하여 '지리망산'이라 부르다가 그냥 지리산이라 줄여부른다. 불모산, 촛대봉, 달바위봉, 가마봉, 연자봉, 옥녀봉이 능선으로 연이어지는 7㎞의 종주길은 다른산에서 느낄 수없는 빼어난 암릉미와 주위 풍광을 가슴 가득히 담아 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산행내내 스릴넘치는 재미를 경험하고자 년중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곳이다. 섬 산행의 색다른 매력에 빠져 섬에서의 산행은 육지의 산과는 색다른 매력을 경험한다. 능선에 올라서면 사방이 그림같은 쪽빛 바다위에 보석같은 섬들을 바라보며 산행 내내 눈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윗섬의 북서쪽에 터를잡은 한산한 섬마을 내지항에서 배를 내리니 생각했던 것 보다 매섭지않은 겨울바람이지만 그래도 옷깃을 여미게한다. 조용하면서도 소담스러운 내지마을 앞 우측으로 시멘트도로를 따라 화장실을 지나고 산 모퉁이를 돌아가면 건너편 산 자락으로 2006년에 건립된 '심우정사'란 조그마한 절이 건너다 보인다. 도로를 따라 오르막이 시작되는 중간쯤에 좌측으로 산행 안내판이 서 있는 산길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산행은 시작된다. 앞서 오른 묻 산악회에서 달아놓은 리본이 나뭇가지에 어지럽게 나부끼는 초입부터 제법 가파른 된비알이다. 좁다란 오솔길을 지그재그로 올라 겨울채비를 끝낸 나무가지들이 떨궈놓은 낙엽을 발끝으로 건드리며 10여분간 오르니 일행의 대부분은 두툼한 겉옷을 갈아입는가 싶더니 언덕배기에 올라서니 길은 좌측으로 꺾기면서 평평한 산길로 변한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눈 앞으로 나무가지가 치워지면서 앞을 가로막는 바윗길을 올라야한다. 암벽 등반하듯 조심조심 바위를 오르면 땅과 나무사이로만 머물던 시야가 트이면서 조금전 배에서 내린 내지항이 산 자락에 품은 내지마을과 함께 어우러져 그림처럼 내려다 보이면서 발목을 붙든다. 검푸른 바다위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하며 바다를 가르며 지나가는 크고 작은 배들이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만들어낸 모습은 지금까지 힘들게 올라온 노고를 보상 해 주는듯 싶다. 양손을 모두 사용하여 바위턱을 넘어서니 솔숲이 어우러져 조망이 뛰어난 쉼터에 이른다. 숨을 고르며 고개를 돌리니 시선이 머무는곳마다 바위 틈사이로 뿌리내린 소나무는 아름다운 자태로 해풍에 나부끼며 미소로 손짓하는 듯 싶고 검푸른 바다가 발 아래에로 한없이 펼쳐진 그 위로 장난감처럼 보이는 어선이 하얀포말을 그리며 미끄러져가는 모습은 한폭의 그림이다. 서쪽 가까이로는 사량도의 유일한 섬인 수우도와 농가도가 형제인냥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나란히 두둥실 떠 있는 모습에서 고개를 북으로 돌리면 사천시와 통영시가 가물거리며 건너다 보이고 남으로는 다도해의 끝없는 망망대해의 포근함이 숨이 차서 멈추기 보다는 시선 가득한 풍광이 발길을 휘어잡는다. 이윽고 솔 숲을 벗어나 바위능선을 지나 오르면 숲속의 능선삼거리에 오른다. 바위틈에 뿌리내린 소나무, 해풍에 미소짓고 우측길은 돈지리에서 올라오는 길이지만 좌측 능선으로 접으면서 지리망산의 능선 종주가 시작 되는 곳이다. 섬 산행의 즐거운 묘미를 마음껏 누릴수 있음에 감사한다. 갯마을 냄새를 실고온 해풍이 땀을 식혀주고, 기암괴석 너머로 시루금을 이룬 실루엣으로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햇살에 반사된 바다는 은가루를 뿌려 놓은듯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너울거린 모습에 누구 할 것 없이 일행모두는 좀처럼 발 길 옮기기를 거부한다. 바윗길을 타고 능선에 올라서면 북쪽으로 내려다 보였던 내지마을을 대신하여 남쪽 양지바른 산 자락으로 돈지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계단식 논과 평화로운 작은 마을이 푸른 바다를 품에 안고 어우러져 조용하고 한가로운 모습이다. 구름 한 점없는 하늘아래 펼쳐진 산과 바다의 모습은 잘 채색된 한폭의 그림으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가까이 내려다보이는 짙푸른 바다는 멀리 할수록 엷어보이며 이와 어우러진 섬들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내기란 내가 지니고 있는 필력이 너무나 부족함에 안타깝다. 대개의 사람들은 섬이 바다에 떠 있다고 말 하는지를 알 것 같다. 옅은 해무 속으로 보이는 섬은 바다와 하늘이 경계 없이 그렇게 떠 있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일게다. 바위능선은 계속된다. 능선을 종주하는 대부분의 산길은 바윗길이다. 좌우로 절벽을 이룬 칼날같은 능선을 거닐때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발끝에 힘이 모아지면서 몸까지 바짝 낮추게 만든다. 계속되는 산행은 숲길과 암벽, 칼날 능선 등이 긴장과 이완을 번갈아주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의 기막히도록 아름답지만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주의해야한다. 마치 책을 책장에 겹겹이 꽂아 놓은 듯한 바위를 지나기도하고 미사일처럼 생긴 바위를 건너다 보면서 걷다보면 바위에 복사된 햇빛의 열이 땀 흐른 얼굴을 간지럽혀 주기도 한다. 위험한 구간 통과한 뒤 터지는 탄성 봉우리마다 오르는 길은 힘든 난코스인데다가 주위의 바위들은 넘어지거나 미끄러질 경우 심각한 상처로 연결될 것같은 뾰쪽뾰쪽한 돌멩이들이 바위에 붙어 서 있기때문이다. '위험구간' 이란 푯말이 로프에 매달려 있고 우회로가 따로 있지만, 대부분의 산꾼들은 백척간두 끝에 서 보는 기분으로 위험구간을 스스럼없이 선택한다.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을 할 여유없이 조심스럽게 올라서면 시야에 가득찬 아기자기한 풍광은 오르는 사람마다 저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위험스러운 구간을 무사히 해 냈다는 자부심은 물론, 각자의 능력을 시험하고 자신을 인정하기 위해서 안전한 우회로를 버리고 칼날과 송곳같은 바윗길을 성공적으로 해 냈다는 자부심에서 터지는 모두의 탄성은 경이롭기까지하다. 바위 벼랑끝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려니 아직까지 아침 안개를 걷어내지 못한 채 멀리 바다건너 산들은 뿌옇게 침묵하고 지나버린 왕성한 젊음은 미로처럼 더듬어지지 않는 나를 찾아 절벽을 이룬 바위 산길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모험을 즐기는 집념은 산을 오를때면 스릴감을 느끼면서 정상에 올라 희열을 맛보곤했다. 뒤돌아보니 지금껏 지나온 산길은 소나무 숲속으로 숨어들고 봉우리들만 바다를 이고 눈 앞으로 다가온다. 깎아지른 바위 벼랑위에 한 그루 노송이 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모습은 시선을 좀처럼 놔두지 않는다. 사방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모습에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어낼 여유를 챙기지 못한채 봉우리에 오른다. 400m도 안되는 산이지만 제로에서 부터 시작되어 오르는 산행은 여늬 뭍에 있는 산에 비해 힘과 절경이 결코 뒤지지 않는 산이다. 저 아래 섬 자락을 휘감아도는 바다는 따사로운 햇볕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지만 툼벙 뛰어들고 싶은 같은 착각을 일게도 한다. 헤아릴 수 없는 하늘빛과 물빛의 경계 섬과 바다에 햇살이 부서지고 호수같은 잔잔한 바다는 좀전에 봐왔던 바다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번갈아 비춰들고 멀리로는 하늘빛과 물빛이 어우러져 그 경계를 헤아릴수가 없어 무한 경지를 이루고있다. 겨울임에도 옷깃을 해집고 파고드는 시원스레 느껴지는 바람은 남녁에 위치한 섬 산행이 아니라면 도저히 경험 할 수 없는 매력이다. 앞으로 가야 할 목적지를 해아려 보지만 마지막 봉우리인 옥녀봉은 꼭꼭 숨어 보이지 않는다. 가끔씩 내려다보이는 섬 일주도로는 뱀이 지나가는 모습처럼 꾸불댄다. 그래서 사량도(蛇梁島)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수직에 가까운 철사다리를 내리고 밧줄을 타고 올라 내리느라 더뎌진 걸음을 재촉 해 보지만 부질없는 생각임을 스스로 느낀다. 암릉과 숲길은 서로 번갈아 지루함을 느끼지않는 산행길이다. 달바위봉을 지나니 계곡건너로 가마봉을 오르는 30m의 로프는 모험을 즐기는 겁없는 산 사람들을 유혹 하기에는 충분하다. 군시절 유격장의 밧줄보다도 위험스럽게 늘어진 밧줄, 안전시설도 없는 밧줄에 매달리는 앞사람의 모습이 위험스럽기 보다는 아름다웁고 장한모습으로 건너다보인다. 해안 일주도로는 뱀 지나간 듯 꾸불꾸불 오르면 또 내리고 잔돌이 깔린 미끄러운 내림을 하는가 싶더니 수직으로 설치된 10여m의 사다리형 밧줄을 내리는데는 앞서내린 산우들의 비명과 아우성이 귓전을 긴장하게 울린다. 마음을 가지런히 조심스레 내려 미끄러운 바위 사면을 돌아 나오면 애틋한 전설을 간직한 옥녀봉을 로프와 바위틈 사이를 씨름하며 오르니 주민들의 반대로 옥녀봉을 알리는 표지석을 새우지 못했다는 아크릴의 안내판은 한쪽이 깨져 떨어져 부숴진채 아무렇게나 돌 무더기위에 버려진듯한 모습에 씁쓸함을 감출길 없다. 애틋한 옥녀의 전설을 생각하며 벼랑끝에 서 보니 좌우 허공건너로 내항과 금평항과 바다만 보일 뿐 옥녀가 떨어져 죽은 핏자국을 보려 고개를 숙여보지만 높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아찔한 벼랑은 오금이 저리고 온몸에 전율이 강하게 흐르는듯한 느낌으로 10여초를 버티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가 뒤돌아 미로같은 바위 틈사이를 해집고 나무가지 등에 몸을 의지하며 조심스럽게 내리면 머리위로 낙석의 위험이 도사린 철 사다리를 내려서면 금평항과 내항으로 내리는 갈림길이다. 좌측 급경사를 지그재그로 내려 도로를 건너고 우물터를 지나면 대항 해수욕장이다. 사량도 섬여행과 산행의 대미는 일몰이라지만 갈길 바쁜 나그네에게는 훗날의 숙제로 남겨 둘 수밖에…. 5시간의 종주산행이 끝나고 내항에 도착되는 무렵 긴 뱃고동 소리는 약속된 뱃 시간임을 알린다. 시간이 돼 배는 움직이고 하얀 포말을 힘차게 뿜어대며 달리는 12월의 겨울바다에서 얼굴을 강하게 스치는 훈훈한 느낌의 바람은 봄 바다인양 계절을 착각하게 만든다. 아침 햇살에 은빛 날개로 빛나는 바다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바다에 둘러싸인 산들은 침묵하고 싱싱한 생선처럼 펄떡이는 파도를 해치고 나가는 유람선에 몸을 싣고 우리모두의 일행은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는 기쁜 마음으로 다음주를 약속하며 삼천포항에 내려 미소 가득한 얼굴로 서로의 손을 잡는다. 글=박길만 광주토요산악회 회장·사진=김영복 광주토요산악회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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