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산행,걷기)

17강진 덕룡산·주작산 산행기(상)

ngo2002 2011. 8. 25. 12:00

강진 덕룡산·주작산 산행기(상)


입력시간 : 2007. 04.20. 00:00


얼마나 왔을까. 그러나 지나 온 길보다는 가야 할 길이 더 소중하기에 발길을 잠깐 세우고 긴 호흡을 해본다. 저 산에 다다르면 내가 산이 될 수 있을까? 산이 키우는 것은 초목이 아니라 사람임을 덕룡산은 일깨운다.
강진 덕룡산·주작산 산행기(상)

암암!

巖巖

그래도 오르고 말고

사람 손 때 덜탔다더니

이 산 내공 한번 기차네

해발 제 아무리 높다한들

산 타는 맛 따를 곳 있으랴

산의 내공은 높이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깨닫게 하는 산이 덕룡산(德龍山)과 주작산(朱雀山)이다. 맛으로 치면 작은 고추가 맵듯이 정말이지 무지 맵다. 덕룡산 433m, 주작산 475m. 높이만 놓고 본다면 무등산의 중머리재(586m)가 ‘아휴, 너도 산이야?’라며 한참 어린 아우 취급할 만 하다. 하지만 ‘대한이 소한에게 놀러왔다 울고 간다’고 했던가, 중머리재가 ‘아이구! 몰라 뵈습니다’라고 해야 할 판이다. 산세만큼은 해발 1,000m의 산들을 저리가라 할 정도다.

강진에서 완도로 가다보면 굽이굽이 산길을 돌다 왼쪽에 완력을 자랑하듯 치솟은 산이 바로 덕룡산이다. 지도를 보면 해남과 강진의 경계지점이다.

오전 9시50분. 광주 문화예술회관을 출발한지 1시간40여 분만에 산행의 출발지로 정한 소석문에 도착했다. 아다세 회장을 비롯한 왕오빠, 금송, 실솔, 영빈, 네옹, 밝음, 카라, 공주…, 닉네임들도 참으로 다양한 ‘빛고을 토요산악회’ 회원 44명이 오늘의 일행이다.

2주전에 덕룡산을 이미 답사한 적이 있어 오늘은 연화님과 함께 덕룡산을 거쳐 주작산까지 종주하는 도상 14Km 거리의 A코스를 밟기로 했다. 10명이 A코스를 택하고 나머지 일행은 덕룡산과 주작산의 경계지점인 작천소령까지의 B코스를 선택했다.

높지 않은 산 그러나 심상찮다

처음부터 심상찮다. 경사도가 과히 60도를 웃돌 만큼 가파르다. 금세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한 40여분 오르니 작은 산봉우리에 올라설 수 있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온통 삐쭉삐쭉 솟은 암봉들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다. 금강산의 만물상을 옮겨놓았나 싶었는데 다시 생각하니 바위의 간격이나 모양이 만물상은 아니다. 흔히 표현하는 말로 바위투성이의 공룡능선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위와 공룡능선


2주전 한창이던 진달래는 이른 봄 잔설처럼 바닥에 뒹굴고 산은 초록으로 농염의 채색을 더해가고 있다. 들이마시는 공기에도 초록색이 진한 비릿함으로 묻어나 코를 풀면 콧물조차 풀색일 성 싶은데 양지쪽 바위에 누워 유유자적 일광욕을 즐기던 도룡뇽은 솔붓꽃 사이로 황급히 꼬리를 감춘다.

덕룡산과 주작산은 해남의 두륜산에 영광을 내주고 은둔해 있다 최근에야 세상에 나와 관심을 끌고 있는 산으로 등산로가 투박하기 그지없다. 이 또한 덕룡산과 주작산이 주는 즐거움으로 손때가 덜탄 산만의 매혹스러움이 그 곳에 있다. 칼바위 틈에 손·발을 넣어 기어올라가야 하고 또 10여m 남짓한 로프에 매달려 오르내리락하는 즐거움이 여느 산과 다르다. 다만 육산과 달리 암릉과 암봉이 많은 탓에 안전을 위해 스틱은 접어 배낭에 넣은 것이 유리하다.

암봉 많으니 스틱은 배낭에

넘고 나면 나타나고 또 나타나는 끝없는 능선을 타며 어릴 적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던 ‘전설따라 3천리’ 같은 얘기가 떠오른다. “어린 효자에게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어머니 병환을 고치고 싶거든 9개 고개를 지나 무덤속의 시체 다리를 가져다 삶아드려라’했단다. 어린 효자가 다리를 잘라 집으로 오는데 다리주인이 귀신이 되어 ‘내 다리 내놔라!’소리치며 쫓아오니 얼마나 무서웠겠니? 간신히 집에 도착하니 그게 다리가 아니라 산삼이었단다.” 대강 그런 이야기로 기억한다.

어린 효자에게 넘어도 넘어도 다시 앞을 가로 막고 나타나는 끊임없는 고개가 지금 내가 넘고 있는 이 고개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찾는 다리는 나중에 무엇으로 변할꼬?” 아직은 글쎄다. 그냥 좋아서 오르는 산이니 무엇을 바라겠는가.

떨어져서도 빛 잃지않은 동백꽃

암벽 옆에 내 키보다 훨씬 큰 동백나무 10여 그루가 모여 꽃의 반은 땅에 떨구고 반은 머리에 이고 서 있다. 시들기보다는 참수하듯 ‘뚝’ 떨어져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더한다는 동백꽃은 무어 그리 서러운지 땅에서도 붉은 빛을 잃지 않고 있다. 꽃 한 송이를 따 혀끝에 대니 향긋한 단맛이 전해온다. 동박새의 식도락을 알 듯도 하다.

그러고 보니 동백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 이곳 강진의 백련사 아니던가. 절정은 지났겠지만 동백들이 아직 붉은 터널을 이루고 있을 때다. 백련사 동백림은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될 만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백 숲으로 꼽힌다. 정약용(丁若鏞)선생의 ‘다산 제생문답증언문’에도 언급돼 있을 정도다.

"다산은 이 산 바라만 봤을거야"

생각은 이어진다. 강진으로 유배 왔던 ‘다산(茶山)도 이 산을 왔을까?’ ‘아니야 바라보기만 했을 거야. 그 당시는 길이 험한데다 신분도 자유롭지 못하고 양반 체면도 있었을 테니까.’ ‘그럼 다산은 이 산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백성? 가족? 임금?’ 혼자 일문일답을 하며 잠시 옛 선인의 행적을 더듬어 본다.

산행코스

A코스: 소석문- 동봉- 서봉- 덕룡산- 작천소령- 오소재(약 8시간)

B코스: 소석문- 동봉- 서봉- 덕룡산- 작천소령-수양관광농원(약 5시간)

C코스: 오소재- 용아능성- 작천소령- 수양관광농원(약 4시간)

주의할 점

- 식수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여분의 식수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약간의 소금도 함께.

- 로프를 타고 올라야 할 암봉이 많은데다 등산로가 정비되지 않은 관계로 초보자는 경험자와 동반해야 한다. 반팔·반바지 착용은 당신의 살갗을 해칠 수 있다.

- 작천소령에서 오소재 구간은 중간에 하산하는 길이 없는데다 이정표가 없다. 포기할려면 빠를수록 좋고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가야 한다. 글·사진: 조영석 빛고을 토요산악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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