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슴도치섬 위도 산행 입력시간 : 2007. 05.11. 00:00
고슴도치섬 위도 산행 배를 타고 산에 오르다 왜 하필이면 고슴도치일까. 고양이도 있고 귀여운 토끼도 있는데. 위도(蝟島)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은 꼬리를 문다. 천혜 관광지 그 위도에 요사이 망월봉-도제봉-망금봉으로 이어지는 산길(등산로)이 열렸다. 자그마치 12㎞나 된다니 산꾼치고 구미가 안 당길 리 없다. 격포항에서 뱃고동 울리며 4월29일, 부안 격포항에서 신해고속카훼리호에 오른다. 뱃고동소리 울리자 오전 8시40분 시간에 맞춰 육중한 선체가 포구를 미끄러져 나간다. 가는 절기 마지막 자락 화창한 봄기운이 온누리에 내린다. 서해 푸른 바다가 비단결이 되어 따스한 햇살에 잠긴다. 잠시 눈을 감는다. 피부를 스치는 바닷바람이 너무나 싱그럽다. 정말 오늘은 선택받은 날이다. 뱃사람들은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날씨 좋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괜히 입방정이 되어 뒤통수를 때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일정을 마칠 때까지 날씨 좋다는 말을 하지말자. 넓은 바다에 조그만 깃발들이 부유물에 얹혀 펄럭인다. 오른쪽으로 망망대해엔 하얀 포말을 그리며 어선들이 넘나든다. 격포항을 떠난 배가 50분 만에 “환상의섬 위도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다. 대기하고 있는 위도 유일의 버스에 재빨리 승차했다. 백은기 기사님의 재담어린 위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등산 기점인 전막으로 이동했다. 20분이 걸렸다. 오전 9시50분 ‘위도 해넘이 등산 안내도’ 표지판을 확인하고 우선 5㎞ 지점에 있는 망금봉으로 향한다. 여느 마을 어귀에나 볼 수 있는 산골풍경이다. 양계축사에서 풍기는 냄새가 있어 더욱 시골답다. 산행 들머리는 오솔길로 이어진다. 잡풀 무성한 가운데 메마른 억새와 듬성듬성 하얀 산딸기 꽃이 길손을 반긴다. 오르막에 따가운 햇살을 받으니 조금 걸어도 온몸에 땀이 밴다. 오래된 묘 3기를 지난다. 출발 20분쯤 걸렸을까. 왼쪽으로 포획물을 위한 설치인 듯 낡은 그물도 보인다.
탁트인 서해바다 '환상의 섬' 이내 첫 번째 봉에 도착하니 서해 바다가 시야를 점령한다. ‘환상의 섬’을 실감한다. 위도의 끝섬, 낚시인의 천국인 상왕등도(上王登島)와 하왕등도가 멀리 보인다. 왕이 등정했다는 곳, 바다이야기이고 보니 용왕등도(龍王登島)가 아닐런지. 그 하왕등도에는 봉화산도 있으니 당장이라도 가보고 싶다. 오른쪽으론 대리마을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다. 잠시 오르막을 접고 능선으로 이어진다. 피어나는 소사나무 연두색 잎사귀가 상큼하다. 올망졸망 이어지는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지만 바다에 접해있는 산들은 얕잡아봐서는 안 된다. 오늘 우리가 타고 있는 위도의 산줄기도 오르내림이 심해 방심은 금물이다 오전 10시30분, 이정표가 반갑게 맞이한다. 망금봉 3㎞, 전말 1㎞. 쉴 겸 사방을 둘러보니 역시 사방이 푸른 바다이다. 그리고 왼쪽 지척에 시야를 멈추게 하는 명소가 있다. ‘깊은금’이다. 중국 구채구와 황룡 일부를 연상시키는 수정 빛깔 호수가 도로변에 깊숙이 안고 들어와 있다. 깊은금, 심구미(深口美)란다. 마을 어른들은 이렇게 부른다. 여자의 깊고 아름다운 곳. 아픈 과거사지만, 이곳이 몇 년 전 부안군민 뿐만 아니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방폐장 건설의 중심지였다. 바로 위에 있는 내원암(內阮庵)의 병풍격인 열암산(熱岩山). 열바위와 심구를 핵(核) 뇌관과 연결시켜 설명하면 과학적일까 철학적일까. 상상은 흥미로움을 배가시킨다. 5분여 동안 시원한 내리막길이다. 웃자란 철쭉이며 철지난 산벚나무 무료한데 하얀 돌배나무꽃 나도 배나무라고 활짝 웃는다. 소나무 어울려진 숲길을 오르다보니 이정표가 나타난다. 오전 10시45분, 망금봉 2㎞를 확인하고 잠시 한숨 돌린다. 10여분 지나 망금봉 1㎞ 지점에서는 왼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된비알 숨을 몰아쉬며 망금봉(241.8m) 오르니 11시25분이었다. 북쪽으로 내원암이오, 남서쪽으로 멀리 칠산 앞바다가 전개된다. 왕등도로 향하는 여객선이 아스라이 포물선을 그린다. 섬산이 아니라면 이런 맛보랴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도제봉으로 향한다. 밋밋한 야산 잡목지대가 한동안 전개된다. 그래도 푸른 바다가 시야를 맑게 한다. 섬산이 아니면 이런 시원스런 기분을 어떻게 맛보랴. 야산 내리막을 한동안 지나니 고사리 지대가 나타난다. 고만고만한 소나무 사이에 벤치를 만들어 휴식처를 제공한다. 갑자기 경운기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벌금리, 파랗게 자란 마늘밭 옆 빈 땅을 뒤엎는다. 오전 11시50분, 치도 가로질러 진말고개로 향한다. 1.3㎞ 방향 표시 따라 잠시 걸으니 동래정씨 묘 20여 기가 나타난다. 도제봉은 진말고개 못 미쳐 있는 곳이다. 점심시간을 50여 분 소비하고 도제봉(152m)에 오르니 오후 1시20분이다. 봉산출운(鳳山出雲)이라하여 신이 사는 곳, 늦가을 안개 낀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위도8경으로 여긴다는 기록이다. 전개되는 풍광 말할 필요 없으나 도제봉이 지형도 상에는 해수욕장 뒤편으로 돼 있는데 어인 일인고. 피곤이 엄습해 오지만 발걸음 재촉하여 개들넘에 도착하니 오후 1시50분이다. 망월봉 정상 1㎞를 확인하고 마지막 힘을 쏟는다. 가파른 오르막이 인내심을 시험한다. 몰아쉬는 숨소리가 자꾸만 높아간다. 마음만 앞서고 발끝이 따르지 않는다. 소나무가 제법 무성하다. 왼쪽으론 푸른 바다이지만 오른쪽은 불쑥불쑥 뛰쳐나온 바윗덩이가 위압감을 주면서 시야를 가린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다. 망월봉이 야산 범주에서 벗어나 명산 반열에 서고 싶은 모양이다 낮은 산도 얕잡아 보면 안된다는 진리 깨어진 바위들 사이로 목책을 설치하여 밧줄을 연결해 놓았다. 밧줄을 붙잡지만 발디딤은 느리다. 망금봉보다 10여m 차이지만 역시 정상 구실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얕잡아봐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본다. 한숨 몰아쉬며 망월봉(254.9㎞)에 오르니 오후 2시10분이다. 정상을 지키고 서있는 고슴도치 두 마리가 너무도 이색적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정상 표지석 대신 신선한 조형물이 등산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위도에서나 볼 수 있는 기발한 발상에 포근한 정감이 간다. 고슴도치(蝟)라는 단어의 사용이 단순히 섬의 외형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에 의문이 생긴다. 옛날부터 이 지방에서 내려오는 재미있는 설화적인 내용은 없는지,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는다. 망월제봉(望月霽峰), 산위에 떠오르는 보름달이 아름다운 위도 8경의 하나, 동쪽으로 변산반도가 펼쳐지고, 남서로 칠산 앞바다, 멀리 북으로는 식도와 왕등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누가 봐도 감탄하는 빼어난 절경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아름다운 위도에도 씻지 못할 아픈 과거가 있었다. 1993년 292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서해훼리호 참사 사건. 그 영혼을 모신 위령탑이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정원 초과에 높은 파고까지 덮쳤다니 진정 불운이 아닐 수 없다. 위령탑까지는 0.8㎞ 내리막이다. 떡갈나무 연두색 새잎향을 맡으며 쉬엄쉬엄 내려와 위령탑에 들리니 오후 2시30분이다. 아름다운, 그 섬에 자주 가고 싶다 아름다운 섬 위도만큼 풍파를 겪은 고장도 드물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전남 지도에서 일제 강점기 땐 전남 영광으로. 60년대 전북 부안으로 행정구역이 바꿔지면서 굴비의 명산지로 빛을 발하더니, 70년대 파장금항 파시(波市)에 불야성이 사라지자 요사인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면민이 일체가 되어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등산로를 개설하는 등 새롭게 변신하는 위도의 밝은 내일을 역설하는 위도 홍보대사 백은기 기사님의 당찬 육성이 뇌리에 박힌다. 위령탑에서 파장금까지 걸어서 20분이다. 오후 4시에 출항하는 뱃시간, 조금은 여유가 있다. 가게에 들려 시원한 맥주 한 캔 들이켜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고슴도치 형상의 섬 위도에 있는 산(山). 그 아름다운 산에 자주 오고 싶다. 글=양재철 요산회 회원 사진=고영륜 요산회 회원 등산코스 1코스 : 위령탑-망월봉-개들넘(3㎞) 2코스 : 개들넘-봉수산-진말고개-치도(3㎞) 3코스 : 위령탑-망월봉-도재봉-전막(6㎞) 교통편 계림해운 : 위도카훼리호(6∼9회) 격포 063-581-1998 위도 063-581-5661 진도운수 : 신광카훼리호(6∼9회) 격포 063-581-0023 위도 063-581-7414 ※하절기 12회 운행함, 편도 6천700원 버스운행:위도 백은기 기사 011-658-3875 무등일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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