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산행,걷기)

5.새하얀 상고대 충북 구병산

ngo2002 2011. 8. 25. 11:28

새하얀 상고대 충북 구병산


입력시간 : 2007. 03.23. 00:00


주 능선을 경계로 상고대가 형성돼 봄과 겨울이 공존하고 있는 구병산.
새하얀 상고대

충북 구병산

봄과 겨울의 공존

아홉 폭 병풍 펼쳐놓은듯 웅장한 산

능선 따라 핀 눈꽃 여긴 한겨울인가

충북 보은군 마로면 적암리 휴게소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나서는 토요산악회 산행길. 오늘은 봄기운이 완연해 더욱 설렌다.

오전 7시40분 광주문화예술회관 후문에 모여 차를 달리길 4시간여. 일행 모두는 장시간 승차로 인해 굳어진 몸을 풀며 각자 산행간의 준비사항을 확인한다.

들머리에서 올려다보는 산의 위용은 마치 아홉폭 병풍을 펼쳐놓은듯 웅장하다. 봉우리가 아홉개라서 구봉산(九峯山)이라고 한다던가. 이름은 또 있다. 마치 병 아홉개를 기대어 놓은 것 같다 해서 구병산(九屛山)이란다.

휴게소와 검문소 사이로 실개천이 예쁘다. 천을 따라 적암리 마을쪽으로 발길을 잡으니 마을 담벼락에 화살표가 있어 가이드를 해준다. 화살표가 시키는대로 쭉 따라서 고샅 끝. 본격적인 산행이다.

길섶에는 봄기운을 흠뻑받은 풀들이 파릇파릇 잇대있어 산행을 줄곧 따라나선다.

완만한 오르막길로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계곡이 막아섰다. 가로지르니 삼거리 이정표다. 산행을 좀 더 길게 잡으려면 곧바로 직진해야 하지만 일행은 정수암지 샘터 쪽으로 방향을 튼다. 좁다란 계류를 건너면서 점점 가팔라지는 오르막. 이윽고 옹달샘이다.

구병산 정상에서 만난 상고대. 능선을 경계로 맞은편은 상고대가 녹아 있다. 가파른 암석대를 타고 있는 회원들. 구병산은 위험지역마다 로프가 잘 설치돼 있다.


축대 위 두꺼비석상이 잠시 쉬어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옹달샘은 그게 아닌 것 같다. 물은 말라 있었다. 샘 옆 빗돌에 새겨진 옹달샘의 전설은 이랬다.

'수도를 하던 스님들이 옹달샘 물을 마시고는 넘치는 정력을 주체하지 못해 절을 떠나 절은 폐허가 되었다.'

옹달샘 효능이 기가막히다는 얘기인데…. 아무튼 그 옛날 토골사라는 절이 있었으며 시원한 샘물이 솟아났다는 것을 재미나게 표현한 문구에 일행의 입은 귀에 걸렸지만 정작 물맛은 못봐 연방 쩝쩝거린다.

샘터 위 의자에 걸터앉아 샘물 대신 커피 한잔. 아쉬운대로 입맛을 달랜다. 이것도 괜찮네.

다시 산행. 이정표 오른쪽의 돌계단 오르막길을 올라챈다. 점점 가팔라지는 갈지자길. 산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언제나 쉽게 곁을 주지 않으며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한다. 낙옆 속에서 밟히는 얼음덩이들, 산은 아직 그렇게 겨울이 남아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며 뒤돌아보니 줄지어 힘겹게 오르는 일행들 뒤로 적암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무명봉의 사면을 지나 로프를 잡고 오른다. 산행 100분여만에 주능선이다. 시야가 확 터지고 북쪽으로 피어있는 순백의 상고대에 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난다. 여기가 한겨울 지리산 인가, 덕유산 인가.

언제나 그렇듯 상고대를 만나면 산의 초연함에 고개를 숙인다. 거센 눈보라도, 폭풍도, 비구름도 마다하지 않고 온몸으로 품는 산, 그리고 새하얀 상고대를 연출하는 꿋꿋한 나무들. 그네들은 세월도 비켜가는 재주를 부린다. 그 재주 앞에 사람은 말을 잃는다.

정상을 향해 왼쪽으로 몇 발자국 옮긴 남쪽은 오금이 저린다. 천길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는 오르막 암석대.

이곳에서의 조망은 절경, 아니 비경이다. 멀리 남쪽으로 운무를 이고 선 덕유산 향적봉이 아스라하다. 영동의 민주지산, 황간의 백화산이 조망되고 가까이로는 서당골과 천문대가 환하다. 북으로 톱날처럼 솟아난 속리산의 천왕봉과 문장대 관음봉에 이어 묘봉, 상학봉이 거침없는 드러난다.

하늘과 산이 만나는 곳. 그 어느 것도 끼어들 틈이 없는 거기에 사람의 열락(悅樂)만이 틈을 주라고 서성거린다.

구병산 정상에 선 회원들.


853봉까지는 그야말로 아찔하고도 짜릿한 암석대이다. 하지만 위험한 구간 구간 마다 어김없이 로프가 설치돼 있고 우회로가 있어 안전하다. 단애를 이루는 암석대와 울창한 송림 사이로 바위를 오르내리길 몇차례. 853봉에 오르니 낭떠러지 건너로 적암리가 보이고 마을 앞으로 두부처럼 잘 잘라놓은 들녘이 평화롭다.

3시 방향으로 정상이 보인다. 서쪽으로 뚝 떨어지는 절벽 같은 내리막 능선길이 조심스럽다. 로프에 의지해 내리막 세미 클라이밍지대를 지나 오른쪽 사면의 오르막 능선을 타고 봉우리를 넘으면 곧이어 또 한번 안부 네거리를 만난다.

작은 봉우리를 우회해 가파른 오르막 능선길로 접어드나 싶더니 다시 내리막이다. 안부를 지나 로프를 붙잡고 오르막 암석대를 올라 조금만 더 가면 정상.

조금이라도 위험한 장소라면 으레 로프다. 초보자도 안전한 산행을 하도록 배려한 마음이 따뜻하다.

조망이 사방으로 탁 트인다. 853봉을 나선지 90분만에 정상이다. 876m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느라 일행은 분주하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에 몸은 움츠러 들지만 빼어난 조망에 눈은 흥겹다.

구병산. 산행의 재미를 더하는, 아기자기한 암석대가 있고 곳곳에 깎아지른 기암절벽이 한폭의 동양화 같은 산. 이처럼 아름다운 산이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 안타깝다. 기꺼운 점도 있다. 사람들의 손을 안타 다른 산에 비해 깨끗하고 고즈넉하다는 것.

구병산 정상에 선 회원들.


이젠 하산이다. 올랐던 길을 20여m 되돌아 내리다 우측 협곡을 향해 경사가 급한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야한다. 계속해서 급한 내리막길이 또 갈지자다. 로프를 잡고 내려가다 협곡이 끝날 즈음 우측으로 저만치 웅장한 암벽이 나타났다. 아래 3개의 바위굴과 기도터 흔적이 남아있지만 지금은 짐승들이 자고 가는 곳인지 배설물만 잔뜩 쌓여있다.

계속해서 로프와 철계단에 의지하는 길. 하산을 거의 마칠 무렵 계곡을 벗어났다. 곧이어 농로, 그리고 밭두렁 주변에는 냉이냄새가 그윽하다. 인삼밭을 지나 보은 위성통신지구국의 철조망 울타리를 따라 꾸불거리는 콘크리트 도로를 걷다보니 하산 완료를 알리는 허름한 안내판 하나가 일행을 반긴다.

7.5㎞,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거리를 온몸으로 숨가쁘게 마친 산행이다. 시계를 보니 4시간 하고 조금 더 됐다.

가는길

호남고속도로 상행선을 타고 가다 서대전IC에서 경부고속도로로 갈아타 옥천IC로 나간다. 37번 국도로 길을 잡아 구절양장 대청호길을 19㎞ 정도 달리면 정방 삼거리다. 여기서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해 가면 다시 갈림길이 나오고 그곳에 구봉산 가는 이정표가 있다.

산행코스

적암휴게소-사기막마을 다리-계곡 갈림길-철판외나무다리-정수암터(옹달샘)-안부(삼거리)-853m봉-안부(네거리)-817.5m봉-안부(네거리)-792.5m봉-873.8m봉-안부(네거리)-구병산 정상-안부(네거리)-협곡(철계단)-바위굴(쌀바위)-이정표(구병산 2.6km)-농로갈림길-적암휴게소(전체 소요시간 4~5시간)

글=박길만 광주토요산악회장 사진=김영복 광주토요산악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