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산행,걷기)

3.여수 영취산 진달래 연분홍 홍역

ngo2002 2011. 8. 25. 11:24

여수 영취산 진달래 연분홍 홍역


입력시간 : 2007. 04.06. 00:00


여수 영취산 전경. 해마다 봄이면 영취산은 이렇게 진달래 꽃불이 붙고 등산객이 몰려들어 '연분홍 홍역'을 앓는다.
여수 영취산 진달래

연분홍 홍역

수십만 그루 애간장 녹이는 참꽃불

거센 가마봉 불길에 눈까지 뜨거워

개구리 바위에서 바라본 영취산 암릉 철계단.
아마 여남은살 무렵까지도 철쭉이라 했다. 산꽃을 알 턱이 없는, 시쳇말로 '도시 촌놈'이라 4월이면 빌딩 사이 화단을 독차지하던 철쭉이 눈에 익었을 아이. 얼른 봐 엇비슷하면 그냥 철쭉이라 했을 게 빤하다.

그 무렵 어느 봄날 우연찮게 산에서 맞닥뜨린 연분홍이 고운 꽃. 어라, 빌딩 사이에서 만난 태깔과는 미묘하게 다른데…. 일렬로 쭉 종대나 횡대도 아니고 제들끼리 제멋대로 뚝뚝 떨어져 있는 게 눈에 영 설었다. 그래 이 아이 열없이 툭 던지는 말, 철쭉이 이 빠진듯 피었군.

그러나 나이를 좀더 보태고 나서 참말 무심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연분홍은 교과서에도 나오고 노래에도 실리고 봄 산비탈엔 지천이었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사연 하나도 주워듣는다. 색도 모양도 둘은 고만고만한데 배곯았던 시절엔 따 먹을 만하니 참꽃, 못 먹어 개꽃. 개꽃은 도시에서 자란 아이가 봄날 만날 본 철쭉이요, 참꽃은 소월이 말한 영변에 약산 진달래다.

이제 훌쩍 큰 아이가 영변 약산은 아니지만 여수 영취산(靈鷲山·진례산·510m)에 섰다.

산은 4월이면 '연분홍 홍역'을 심하게 앓는다는 소문이 짜하다. 연중 산악인들의 발길이 뜸하다가도 이 맘때면 길따라 앞 사람 뒤통수를 보고 올라야 하기 때문. 그래도 비탈을 타고 납작 엎드린 진달래, 그 연분홍 장관을 보고나면 그 정도의 수고는 일도 아니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는 산 북동쪽 GS칼텍스 공장 후문(이 일대는 해마다 진달래축제 행사장이 들어선다)을 택했다. 510고지, 비교적 야트막하고 만만해 챙긴 것은 단봇짐이다. 맘이 벌써 연분홍에 가있어 총총총. 15분만에 임도 삼거리를 만난다.

450고지 가마봉쪽으로 길을 잡아 다시 총총총. 이윽고 억새평원이다. 이 지역은 가을 억새빛이 봄 연분홍 만큼이나 예쁘다고 한다. 평원을 따라 가다 북서쪽 광양만이 발 아래로 들어오니 눈이 본격적으로 긴장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좌측 능선쪽을 타고 번지기 시작하는 연분홍 불길. 임도 삼거리부터 예까지 걸린 시간은 3분 빠지는 20분이다.

곧이어 450고지 가마봉에서 이마를 훔치고 나니 연분홍 불길을 피해 눈 돌릴 곳이 없다. 북쪽 능선과 상암쪽 불명재 능선까지 온통 진달래 군락에 갇혀버렸다.

들머리부터 아빠 재킷 끝자락을 놓지않고 잘도 따라오르던 여남은살 아이가 스르르 재킷을 놔 버린다. 그러면서 검지를 연분홍쪽에 쏴대고 하는 말, 야 진달래 봐!

고 녀석 맹랑하게도 철쭉이라 하지 않는다.

영취산이 1년 딱 한번 옜소 하고 보여주는 연분홍 장관. 영취산은 30∼40년생 작달막한 참꽃 수십만 그루가 기암을 끼고 정상을 향해 타오른다. 그 중 가마바위라고도 하는 이곳 450고지 가마봉 일대에서 연분홍 불길은 가장 크게 번진다. 보통 4월 초·중순 즈음 꽃봉오리를 터뜨려 길게는 보름 정도 간단다.
봉우재 진달래꽃. 멀리 영취산 정상이 보인다.


가마봉 일대보다 불길은 작지만 봉우재 일대도 안보고 가면 후회할 일이다. 서둘러 450고지를 뒤로하고 주능선으로 접어든다. 아래쪽 공터를 지나 다시 오르막길을 채다 암릉을 만난다. 영취산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이 암릉 양쪽은 절벽이고 끝에 밧줄이 있어 내려서면 510고지 정상이다. 최고봉이라지만 이곳에서 불길은 잠시 주춤한다.

내처 손을 앞뒤로 휘휘저어 봉우재.

봉우재에 다다르면 또 한번 연분홍 불길에 화들짝 덴다. 이곳에서 흥국사쪽 하산길이 있지만 오르내리는 인파가 많다고 하니 또 앞사람 뒤통수를 보고 가야할 것 같다.

아서라, 내처 팔을 휘휘저어 시루봉이다. 시루봉 405고지는 암봉으로 주변에도 커다란 바위들이 많고 그 사이 사이에 연분홍 불길이 타고 있다. 동서 능선 아래 주체할 수 없는 꽃무더기를 조망하며 또 훌쩍. 439고지 서릉까지 참꽃은 그렇게 내내 동행해 줬다.

오늘 오른 코스가 GS칼텍스∼억새평원∼가마봉(불명재)∼정상∼봉우재∼시루봉∼439 서릉. 이 게 영취산 '진달래 만찬' 풀코스니 오늘 참꽃 맛 원없이 본 셈이다. 소요시간은 넉넉잡아 3시간30분. 이제 남은 길은 흥국사 쪽 내리막이다.

산행코스

가장 많이 찾는 길은 GS칼텍스 들머리 코스로 GS칼텍스∼억새평원∼가마봉(불명재)∼정상∼봉우재∼시루봉∼439 서릉∼흥국사.

상암동 코스는 두가지가 있는데 상암초교~임도~불명재~가마봉~정상~봉우재~시루봉~439고지 서릉~흥국사는 등산객이 상대적으로 적다. 원상암~임도~가마봉~정상~봉우재~임도~상암초교는 산행 시작점과 산행 끝점이 가깝다는 이점이 있다. 소요시간은 모두 3시간 30분 안팎.

간단하게 진달래만 구경할 거라면 흥국사∼봉우재, 상암동∼봉우재 코스가 좋다. 소요시간 2시간 안팎.

승용차 코스로 상암마을∼가마봉∼봉우재∼시루봉∼봉우재∼상암마을이 있으나 주차가 어렵고 정체가 심할 수 있다.

볼만한곳

영취산은 진달래만 봐도 그만이지만 흥국사는 덤이다.

서남쪽 계곡엔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흥국사는 고려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 때는 승병들의 주둔지로 충무공을 도왔다고 하니 호국사찰이기도 하다.

팔작지붕 형식의 대웅전과 석가여래의 법회를 그린 후불탱화(보물 제396호) 등 보물과 유적이 많다. 전국에서 5번째로 크다는 후불탱화는 가로 8m 세로 13m에 이르는 규모의 대형불화다. 이밖에 아치형 곡선의 홍교(보물 제563호)도 빼어나고 봄이면 벚꽃과 배꽃이 흐드러진다.

가는길

남해고속도로 순천IC~17번 국도 여수 방면~여수공항 지나 2차로~여수산단 진입로 삼거리 좌회전~중흥동~영취산

광주한빛산악회 박용호 회원


무등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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