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지식/귀농시대

<베이비부머 은퇴> ④ 자산시장의 새 회오리

ngo2002 2009. 11. 19. 13:42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모습(자료사진)

전문가들 "부동산 不敗 깨진다" vs. "교체수요 만만찮다"
주력부대 40대 인구 감소로 증시엔 부정적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한국 사회에 미칠 거대한 파장 중 하나는 바로 자산시장의 변화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주택 구입의 열기가 뜨겁고 집값 상승에 대한 믿음이 견고한 나라다. 만약 베이붐 세대의 은퇴가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깨뜨린다면 어떻게 될까.

   단순한 억측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지만 이웃나라 일본이 바로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부동산 가격의 폭락을 경험한 나라다. 그들의 경험을 좇아 집값 장기하락의 시대로 접어들 지 아니면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이어갈 지 여부는 우리에게 너무도 중요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 日 집값 붕괴로 `15년 악몽'
1970~1980년대 일본의 집값 상승은 마치 하늘로 높이 솟아오르는 로켓과 같았다. 1976년을 100으로 봤을 때 1980년 146이었던 도쿄의 주택지 토지가격은 1985년 199, 1988년 337 그리고 1990년 477에 달했다. 14년 새 4.8배로 뛰어오른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부동산 붐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1990년 이후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오피스빌딩, 주택, 상가 등을 가리지 않고 `붕괴' 수준의 가격 하락을 겪어야 했다. 도쿄 주택지 가격의 경우 1995년 332, 2000년 253을 거쳐 2005년 197로 떨어졌다. 1985년보다 못한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일본의 제조업 경쟁력이나 경상수지 등 펀더멘털이 여전히 탄탄한 가운데 일어난 거품 붕괴에 대해 학자들은 오랜 기간 답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 해답 중 하나는 바로 베이비부머의 은퇴였다.

   흔히 일본의 베이비부머는 2차 세계대전 직후 태어난 `단카이 세대'를 일컫는다. 하지만 그에 앞선 베이비붐 세대가 있으니 바로 1929~1938년 세대다. 1930년대 전쟁 호황과 군국주의 정권의 출산 장려책 등으로 생겨난 이 세대는 무려 2천100만여명에 달한다. 단카이 세대가 1천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것에 비춰보면 엄청난 규모다. 이들이 중장년층에 접어들어 내집 마련에 나선 1970~1980년대 일본의 집값 폭등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이들이 60대에 이르자 은퇴 러시가 벌어졌다. 주택을 구입하는 주 연령대인 35~54세 인구도 덩달아 줄어 1990년 3천680만명에서 2006년 3천350만명으로 감소했다. 집을 살 사람이 매년 20만명 넘게 줄자 집값도 장기간 하락세를 면할 수 없었다. 중장년층의 주식투자가 줄자 증시도 비슷한 운명을 겪어 1990년 40,000에 육박하던 니케이225지수는 2002년 8,000대까지 떨어졌다.

  
◇ `부동산 불패' 신화 깨질까
문제는 한국의 인구구조도 일본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게 된다는 점이다.

   1985년 862만명이던 우리나라의 35~54세 인구는 지난해 1천626만명에 달해 23년만에 두배로 늘었다. 주택을 구입하는 주 연령층의 인구가 매년 30여만명씩 늘어난 셈이다. 이 시기는 아파트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이 급등한 시기와도 일치한다.

   하지만 35~54세 인구는 2011년 1천657만명으로 정점에 달한 후 더 이상 늘지 않게 된다. 오히려 2011년 이후에는 매년 10만명씩 줄고 2020년을 넘기면 매년 20만명씩 급격히 줄게 된다.

   710만명에 달하는 1955~1963년생 베이비붐 세대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주택 구입 연령대의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부동산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의 김선덕 소장은 "어느 나라나 인구 변동과 주택가격의 변화는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보인다.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면 집값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랠리'의 저자인 김영호 재정전략연구원장은 "베이비부머 은퇴로 인한 수요 감소에 판교, 김포, 동탄 등 2기 신도시 입주가 불러올 공급과잉이 겹치면 2010년대 집값은 예상 밖의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HMC투자증권의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여유자금이 많아 가장 적극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층이 40대인데 베이비부머 은퇴로 40대 인구가 점차 감소한다면 주식 수요도 덩달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주택 수요 탄탄해 걱정없어" 반론도
베이버부머 은퇴 후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구구조 변화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거시경제적 측면이나 사회문화적 요인 등 집값에 영향을 미칠 다른 요인들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고령화로 집을 새로 사려는 수요가 줄 수는 있지만 실질소득이 꾸준히 상승할 경우 새 아파트나 넓은 평형으로 이사하려는 교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이를 보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국대 부동산학과의 정의철 교수는 "우리나라는 은퇴 후에도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주택 교체 수요나 소득 증가, 문화적 요인 등을 감안할 때 집값이 2030년까지는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를 주식시장의 침체와 바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주가는 결국 기업 이익을 좇아간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글로벌 기업의 증가, 기술 혁신, 생산성 향상 등으로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져 주가 또한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등 전반적인 사회 변화를 고려한 보다 신중한 재테크 전략을 짤 필요는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는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집값 하락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상승세가 둔화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앞으로는 부동산 일변도의 투자전략에서 벗어나 예금, 펀드, 연금 등 다양한 재테크 수단을 비교, 선택하는 지혜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9/27 08: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