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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
노령인구 적극 활용해 '세대갈등' 풀었다
'연금고갈' 해법..'그들도 일하게 하자'
(워싱턴.런던.도쿄=연합뉴스) 이성한 김재홍 최이락 특파원 = 오랜 산업화의 경험 속에서 인구비율 변화에 적응해온 선진국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에 비교적 슬기롭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의 퇴장에 대한 공포감은 이들 국가에서도 적지 않았다.
특히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미국 사회의 경우 주요한 사회적 이슈와 갈등요인이 됐으며, 최근 건강보험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의 이면에도 사실은 이런 구조적 요인이 배어있다는 지적이다.
빠른 고령화 진전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각국이 겪은 시행착오와 개별적 상황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주도면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 미국 =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2차대전 이후인 1946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약 7천600만명을 가리킨다.
이들은 50년대와 60년대에는 학교를 가득 메웠으며, 70년대와 80년대에는 노동시장으로 몰려들었고 주택시장의 수요도 크게 늘렸다. 또 수십년간 소비형태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몰고 왔고 생애의 중요한 시기마다 경제패턴까지 달라지게 만들었다.
미국의 베이비붐은 한국전쟁이 끝난 1955년-1963년에 이뤄진 한국의 베이붐 보다 10년가량 빠르게 시작됐다. 그런 만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1990년대 말부터 미국의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미국의 경우 퇴직 이후 소득은 대체로 사회보장, 개인연금, 개인저축 등 3가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 퇴직 노인들의 삶은 2차 대전 이후 꽤 괜찮았다. 최소 생계비도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하는 노령층의 비율이 1959년 35%에서 1995년에는 11%로 크게 떨어졌다는 통계치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노인들의 미래는 종전과 달라졌다. 한마디로 불확실해졌다. 사회보장시스템의 불균형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미국 정부는 복지혜택을 줄이거나 세금을 올려야 하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후 삶의 불확실성은 수명 연장과 주택의 가치, 자산시장, 건강보험 비용, 경제적인 여건에 의해서도 더욱 가중돼 왔다. 미국의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을 겪는 것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35~54세 인구가 감소한 것도 한 원인이 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65세 노인의 예상 잔존 수명은 과거 20여년 동안 계속 늘어났고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이는 한정된 돈을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사회보장 혜택 수령연령을 현재는 66세에 시작되지만 2027년부터는 67세로 높아지게 돼 있다. 그만큼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그들 자신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후 세대에 세금증가라는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으며 미국의 눈덩이 재정적자를 더욱 키우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사회적인 충격은 한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에 속한다.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가 한국만큼 극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60년대 4.0에서 현재 1.18 수준으로 급격하게 낮아졌지만 미국은 수십년 동안 2.1을 유지하고 있다.
◇ 유럽 = 한국 같으면 이미 `뒷방'으로 물러났을 나이에 젊은이들 못지않게 쟁쟁하게 활약하는 노인들이 유럽에는 꽤 많다.
2차 세계 대전이후 출생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사회보장제도의 틀에 안주해있던 유럽 각국이 고용을 통한 고령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한때 조기 퇴직의 천국으로 통했던 유럽에서는 연금 등에 대한 국가 부담이 커지면서 연금 수급 연령을 늦추기 위한 차원에서 은퇴시기를 연장하고 고령자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추세가 자리잡았다.
사회보장제도의 수혜자였던 고령자를 활용함으로써 노동력 부족 현상을 극복하고 청년층의 노인층 부양부담도 덜어주자는 취지다.
유럽연합(EU)은 2000년 11월 기본고용평등지침을 통해 회원국들이 연령 등을 이유로 고용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했다.
EU는 아울러 2006년 회원국들에 근로자 정년을 65세 이후로 늦추도록 했으며, 회원국들은 이 지침에 맞게 정년을 이미 늦췄거나 늦추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0년까지 고령자 고용률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소위 `스톡홀름' 목표도 추진해오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06년 고용평등연령규칙(Employment Equality Age Regulations.EEAR)을 제정해 채용과 승진, 직업훈련 등에서 나이를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했다.
6개월 이상 실직상태인 50세 이상에게는 취업이 될 때까지 고용지원센터를 통한 상담을 제공하고 각종 취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 비용도 지원한다.
현재 65세로 돼있는 법정퇴직연령이 은퇴 시기를 늦춰 연금 고갈을 막으려는 정부 방침에 반하고 강제 퇴직을 강요하게 한다는 노인 지원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독일의 경우 연방노동청 산하 노동시장.직업조사연구소(IAB)의 조사에 따르면 55~64세의 취업률이 1998년부터 2008년 사이에 뚜렷이 상승해 53.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금 수급연령이 67세로 상향조정된데다 조기연금을 제한하는 등 고령자를 노동시장에 좀 더 머물게 하는 제도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은 50세 이상 실업자가 기존의 일자리보다 보수가 낮은 일자리에 취업할 경우 공적연금액 감소를 완화시키기 위해 보험료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
또한 55세 이상 장년층의 실업급여 기간을 32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이고 이후에는 최저생계비만 지급함으로써 조기퇴직을 방지하고 있다.
이밖에 프랑스는 기업들이 인원을 감축할 때 연령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노동법에 규정해 놓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조기퇴직을 폐지하고 변형된 형태의 주5일 근무제를 통해 65세 이후에도 저임금으로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 일본 = 일본에서는 2차대전 패전 직후인 1947~1949년의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단카이(團塊) 세대'로 부른다. 3년에 국한된 것은 1948년까지 피임이나 중절, 불임수술이 금지돼 있다가 1949년에 관련 법 개정으로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인한 중절수술을 인정, 출생률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2007년부터 일제히 정년퇴직을 맞으면서 일본 내에서는 '2007년 문제'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후생노동성의 통계로는 단카이 세대의 인구는 약 8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정년퇴직을 하는 사람은 280여만명이며, 이들이 받았거나 받을 퇴직금 총액이 50조~80조엔에 이를 것이란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2007년 문제로까지 불리면서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됐던 단카이 세대의 집단 정년퇴직이 예상 외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이들의 집단 퇴직에 따른 문제를 막기 위해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 등의 조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란 문제에 직면해 있던 각 기업은 종업원의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물론 정부도 정년에 관계없이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를 의무화했다.
이미 2007년 4월에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 각 기업에 대해 정년 상향조정, 정년 폐지, 고용계약 갱신 가운데 실정에 맞는 것을 채택하도록 했다.
세계 유수의 컴퓨터제어 공작기계 메이커인 화낙은 일본 내 제조업체로는 처음으로 2007년에 정년을 65세로 끌어올렸다. 또 도요타자동차와 도쿄전력은 정년 후 주 2-3일 가량 근무하는 제도를 도입해 희망자에 대해서는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화낙은 60세를 넘더라도 노동시간 등의 근무 형태에는 변함이 없을 뿐 아니라 급여도 59세 시점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설정했다.
이런 문제점들과 함께 단카이 세대가 퇴직하면서 받게 되는 퇴직금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일본 내 경제연구소들은 3년간의 단카이 세대의 퇴직으로 인한 소비증가 규모가 6조6천억엔, 경제 효과는 15조엔 이상으로 추산했다.
물론 지난해 하반기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단카이 세대의 지갑이 굳게 닫히면서 이런 추산은 적지 않게 빗나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정년 연장 등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이들의 일시 퇴직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상당히 흡수할 수 있었다는 점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jbkim@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9/27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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