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되는법(주식..경매)

5.[고수 인터뷰] 분산투자하라…조정장에서 빛난다

ngo2002 2009. 11. 19. 10:03

"오늘은 제 이야기를 좀 할게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만난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소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야기는 지난해 9월 아들 결혼식과 관련해 아내와 큰 싸움을 한 데서 시작됐다.

"제가 분명 주식형 펀드를 일부 환매해서 아들 결혼 자금에 보태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웬걸요, 아내가 주식형 펀드 자금은 그냥 두고 CMA 계좌에서 돈을 뺐더라고요. 불같이 화를 냈죠. 내가 밖에서 그렇게 자산 배분을 강조하는데 남편 말을 안 들으면 어떡하냐고…."

사연인즉 이랬다. 강 소장은 현재 자신의 총자산을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에 각각 5대5로 나눠 투자하고 있다.

이 중 금융자산은 다시 주식형 펀드에 50%, 채권형 40%, CMA 10% 등으로 분산 투자한다.

그런데 지난해 연초부터 주식형 펀드가 강세를 보이면서 전체 금융자산 내 비중이 65%로 커졌다.

이 때문에 분산 투자 원칙대로 비중이 커진 주식형 펀드의 수익금 일부를 아들 결혼자금에 사용하라고 했다. 그러나 부인은 당시 잘나갈 것으로만 보였던 주식형 펀드는 그냥 두고 CMA에서 돈을 찾았던 것이다.

"그날로 바로 증권사에 가서 그 돈을 다시 CMA에 넣었어요. 대신 주식형 펀드를 일부 환매해 결혼식을 치렀고요. 그런데 한 2개월간은 아내한테 엄청 욕먹었어요. 국내도, 중국 증시도 주가가 엄청 올랐잖아요. 요즘에요? 상황이 완전 바뀌었죠. `역시 당신은 국내 최고 전문가야`라며 칭찬 일색입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난해만 총 325회의 투자강연을 했던 강 소장. 그는 "요즘처럼 급격한 조정이 오면 분산 투자 강의가 힘을 얻는다"면서 "분산 투자는 하락장에서 빛을 발휘한다는 걸 오히려 청중의 눈빛에서 느낀다"며 웃었다.

자신은 6개월마다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점검한다고 했다.

주식ㆍ채권ㆍ예금ㆍ단기유동성 등 비중을 정해 놓고 불어난 부분의 자산을 빼서 비중이 축소된 쪽에 기계적으로 옮겨 넣는 방식이다.

신규 투자금 역시 이 비중대로 나누어 투자를 한다. 올해엔 채권형 펀드 부분을 7%대 저축은행 예금으로 교체해 볼 계획도 갖고 있다고 했다.

"저도 시황전망을 통해 비중을 조절해 봤는데요. 그냥 기간 딱 정해 놓고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게 훨씬 좋더라고요. 주식형으로 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아도 부분 환매하고요, 또 증시가 붕괴될 것처럼 두려워도 눈 딱 감고 비중에 맞춰 자금을 투자합니다. 이젠 습관이 돼서 오히려 편해요."

그런데 강 소장은 요즘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하는 투자교육이 과연 어느 정도로 투자자들을 변화시키고, 실천에 옮기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저 사람 또 원론적인 소리를 하는구나`라는 무감각이 두렵다고도 했다.

"정답은 하나거든요. 나누고, 쪼개고, 오버하지 않고, 투기를 생각하지 말고, 헛된 꿈꾸지 말고…. 마치 100년 전 `이웃을 사랑하라`고 설교했던 목사님들이 아직도 이 말씀을 전하는 것처럼, 투자의 성공비법도 아주 단순하고 명확한 거죠. 그런데 제 투자강의를 들은 10명 중 과연 몇 명이 실천에 옮길까 그런 걱정을 해봅니다."

강 소장은 이어 "꼭 당해 봐야 아는 것은 아니고 간접적으로 분명 느낄 수 있다"면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1년 앞 시황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때 1년 최고수익률 170%까지 찍었던 중국 펀드가 3개월 새 60%로 급락해 안타까워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부탁했다.

"그때 170% 수익률이 60%로 갈지 아니면 200%로 올라갈지 누가 알았겠으며, 또 지금 60% 수익률이 100%가 될지 30%로 떨어질지 누가 알겠습니까. 현재 자신의 펀드 포트폴리오 비중에 맞춰 일부 환매하거나 더 투자하십시오. 중요한 건 결코 중국 펀드가 잘나갈지 이대로 멈출지에 대한 고민이 아닙니다."

샐러리맨들에겐 뜻밖의 충고도 전했다. 그는 "성공적 자산관리 엔진은 바로 직업(월급)에서 나온다"면서 "일단 자신의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먼저고 그 다음이 자산운용"이라고 강조했다.

평생 `현역`일 수만 있다면, 또는 고액 연봉을 받는 위치가 된다면 그만큼 자산관리와 운용은 쉬워진다고도 했다. 갑자기 대한민국 최고의 펀드투자 강사가 갖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먼저 신도시보다는 도심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신도시 호황에는 전업주부ㆍ교통 불편을 감수하는 남편ㆍ많은 초중고 자녀 등 3가지 요건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맞벌이ㆍ편리함을 주장하는 가장ㆍ낮은 출산율 추세로 바뀌고 있어요. 결국 신도시로 나갔던 사람들이 도심을 더 선호하게 된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궁극적으로 오피스를 제외한 부동산 투자는 점점 매력이 감퇴될 것이란 게 그의 견해다.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집을 사고 싶어하지 않는데요. 대부분 무남독녀, 무녀독남이라 가만히 있어도 부모님 집을 물려받으니까요. 결혼이라도 하면 자신이 집 한 채, 배우자 한 채로 순간 두 채가 되거든요. 우리도 이런 상황이 금방 올 겁니다. 적어도 가계의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 비중이 반씩 되는 상황은 더 빨리 오고요."

마지막으로 올해 증시 전망을 물었다. 여러 번 사양하다가 그는 이런 말을 전했다.

"그간 경험을 보면 이렇게 변동성이 큰 장세는 마지막에 `배당수익률+기업이익증가율` 정도 상승으로 수렴할 때가 많더라고요. 미국발 악재가 문제라지만 주식형 펀드로 이 정도는 벌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정철진 기자]

2008.01.11 08:28:47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