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암과 싸우는 사람들⑧ 박종섭 교수 | ||||||||||
[MK헬스는 국민들에게 올바른 암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암환자들의 암 극복 의지를 응원하기 위해 `암 정복 기획특집`을 마련한다. 이번 기획은 지난 3월 성공리에 막을 내린 제1회 국제암엑스포의 성과를 한데 모으고, 2011년 개최되는 제2회 국제암엑스포의 성공적 출발을 알리기 위해 진행된다. `암 정복 기획특집`은 △암과 싸우는 사람들 △암 예방이 희망이다 △암정복 신기술이 앞장선다 등 3개 주제로 구성된다.] “방금 전 응급실에 가슴까지 전이된 젊은 자궁경부암 환자가 들어왔습니다. 수술하고 방사선 치료까지 다 했는데 너무 늦었던 것이죠. 성생활이 복잡했던 것도 아니고 어쩌다보니 이렇게 된 것입니다. 이럴 때는 예방 백신이 있다는 것도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자궁경부암 수술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박종섭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의 환자와 대면할 때면 스스로 작아짐을 느낀다. 어떻게 할 수 없다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고 밀려오는 허망함은 한 분야의 권위자를 빗겨가지 못했다.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이 개발된지 올해로 5년째이지만, 아직까지 그 중요성에 대한 무지(無知)는 상당하다. ◆ “우리나라 경제력 감안하면, 발병률 더 낮아져야” --자궁경부암은 세계적으로 여성에게 발병하는 암 중에서 두 번째로,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암 중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발병률이 감소 추세다. 국내에서는 1년에 10만명 당 15명 정도로, 십여년 전 10만명 당 23명에서 줄었다. 감소로 돌아선 배경에는 암으로 발병되기 전 단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으며 예방 백신의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력을 감안하면, 사실상 10만명 당 7~8명 정도로 발병률이 떨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멈춰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발병률이 감소세에 있어도 자궁경부암에 주목해야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가임 여성들이 발병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30세 이후부터 발병률이 증가하기 시작해 50대에 정점을 이르고 있어 예방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 “성 노출 시기 빨라질수록 예방백신 접종 등 교육 필요”
◆ 국내 5년 생존율,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높아’ ---우리나라 자궁경부암 수술 성적은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 5년 생존율은 80~85%로, 미국이나 유럽의 60%에 비해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대형병원 암센터를 중심으로 다학제적 협진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의 확산도 암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박 교수는 “매주 영상의학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등과 유기적인 협진 회의를 하고 있다”며 “환자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 추적 검사, 치료 계획을 비롯한 치료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며 이 결과를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해당 분야 전문의 뿐만이 아닌 관련된 의료진이 ‘완치’를 목표로 뭉쳐 암 환자 치료에 헌신적으로 기여해야 치료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 HPV 감염이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는 과정 규명 ---박 교수는 현재 가톨릭 암병원의 부인암센터장인 동시에 연구부장이기도 하다. 그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규명한 주인공이다. 이로써 국내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을 밝혀내고 이들의 생존율을 늘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사실상 여성의 80%는 평생에 한번은 HPV에 감염되며, 이 중 50%는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유형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를 항상 곁에 두고서 공부하고 연구했다고 봅니다. 새로운 기전도 많이 찾아 여러 치료법을 개발하기도 했죠. 앞으로 은퇴가 8년도 안남았지만 저의 의사생활을 윤택하게 한 연구활동을 지금처럼 해나갈 것입니다.” 그는 교수 생활을 한 지 20년이 넘었고 그 기간 자궁경부암과 관련된 연구와 임상을 모두 해냈다. 당시 의료 환경은 의사로서의 생활과 바이오 연구 분야 이 사이의 폭이 굉장히 멀었고 보이지 않는 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뭐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그런 시기였고 박 교수는 그때 바로 실험실로 뛰어들어간 셈이다. 그는 “전혀 모르는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아보고 싶었고 연구를 통해 의료에 적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서 “남들이 가지 않는 그 길을 간다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결국 그 길이 나한테 맞았다”고 회고했다. ◆ “암 진단 받으면, 정상적인 의료시스템 벗어나지 말아야 ” 수술을 비롯한 치료의 최일선에서, 또 연구의 현장에서 박 교수는 암 환자의 생존을 위해 달려왔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을 규명하는 등 암 환자의 완치,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돕고 있다. 하지만 합병증으로 고생하며 생과 사의 끝자락에 내몰린 환자들 앞에서는 그동안의 성과나 보람에 대한 기억이 멀게만 느껴진다고 한다. “암은 끝까지 해보는 것입니다. 암은 완치만이 치료가 아니며 함께 나아가는 것도 고통을 덜게 하는 것도 치료입니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정상적인 의료 시스템에서 벗어나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실제 암 환자 주변에는 각종 상술로 이들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잘못된, 의학적인 근거가 없는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박 교수는 암 투병에 있어 환자와 가족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혜안’을 지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지수 MK헬스 기자 winfrey@mkhealth.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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