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은 예방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암이지만, 여전히 여성들에게 공포스러운 대상이다. 우리나라에서 매일 여성 12명이 진단받고, 3명이 사망해 여성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원인인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는 감기만큼이나 흔하기 때문에 여성이라면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데, HPV에 감염되면 자궁경부암 발생 위험도가 10배 이상 증가한다. HPV 바이러스는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다. 17세 이전에 일찍 성관계를 한 여성, 여러 남성과 성관계를 한 여성, 여러 여성과 성관계를 한 배우자를 둔 여성일수록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초기에 아무런 자각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려면, 성경험이 있는 여성은 연령에 관계없이 연 1회 정도 검진을 권장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성 경험이 있거나 만 20세 이상인 모든 여성은 1년 간격으로 자궁경부세포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다만 성경험이 없으면 자궁경부암 조기 검진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통해 자궁경부암을 약 90% 예방할 수 있다. 현재 권장되는 HPV 백신은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성 경험이 있더라도 백신 접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 조사에서 여성 80% 이상이 HPV가 자궁경부암 원인임을 알지 못했고,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백신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나 인식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3월 오진경ㆍ임민경 국립암센터 박사팀이 한국갤럽을 통해 전국 15개 시ㆍ도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전화 조사한 결과 남자 7.5%, 여자 19.0%만이 HPV 감염이 자궁경부암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백신이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음을 알고 있는 비율은 남자 5.0%, 여자 12.1%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남자 55.4%와 여자 54.6%가 백신을 통해 자궁경부암이 예방 가능하다면 접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딸에게 접종시키겠다고 응답한 사례는 남녀 각각 75.4%와 78.6%로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이 자궁경부암 예방은 물론 저출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배현영 산부인과 전문의는 "임신이 되지 않는 원인 가운데 많은 부분이 HPV 등 바이러스에 의한 생식기 염증에서 비롯된다"며 "임신한 후에도 초기 유산 중 많은 원인이 염증이고 또 출산 과정에서도 염증으로 말미암아 태아가 사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궁경부암 예방은 전 세계적으로 직면한 고령사회에서 국쟁력 향상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국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싱가포르가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국가 필수접종으로 지정하면 향후 100년 동안 여성 사망과 감염을 32만6887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경부암 조기 검진과 접종을 병행하면 앞으로 25년 동안 의료비용을 8300만달러 이상 절약할 수 있다는 결과도 함께 발표됐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미국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20여 개국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국가 예방접종 사업으로 지정하고, 득실을 분주히 계산하고 있다. [김병수 매경헬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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