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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가 불러올 우울한(DEPRESSED) 사회상

ngo2002 2010. 9. 16. 10:15

인구감소가 불러올 우울한(DEPRESSED) 사회상

사회보장 위협 속 양극화는 심해진다

◆ 총인구가 감소하면… ◆

인구가 감소하면 사회 곳곳에 적잖은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각종 산업 현장을 비롯해 부동산, 교육 등의 분야에서 갖가지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인구감소로 나타날 여섯 가지 ‘우울한’ 이야기를 사례로 풀어봤다.

①디플레이션(DEflation) 심화로 일자리 부족 심각

2025년 취업준비생 A씨는 이력서만 벌써 100군데 넘게 제출했다. 그래봤자 면접 오라는 곳은 몇몇 IT기업을 포함해 5곳이 채 안된다. 제조업체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부분 일자리를 선점했다. 채용인원은 갈수록 줄어 입사경쟁률만 1000 대 1을 육박한다.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실감난다. 최근 안전자산인 국채시장에 자금이 쏠리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가 낳은 결과다. 앞으로는 인구감소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로 경제가 활력을 잃었고 소비가 감소해 디플레이션 경제에 빠졌다. 물가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경제에서는 실물경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 상황을 답습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실질금리가 올라 채무의 실질가치가 증가한다. 이는 기업들에 부담을 안기며,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더욱 큰 문제는 인구감소로 내수시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경제활동인구 감소는 경제성장률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장 잠재력마저 감소하면서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진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저출산이 생산활동을 담당할 청년층 감소를 불러 경제 전체의 성장동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부터 노동 공급의 핵심인력층인 25~54세 고용인력이 감소하기 시작해 2020년부터는 총 고용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2029년 경제성장률 자체가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비관적인 연구결과는 또 있다. 산업연구원은 ‘주력산업의 인력 고령화 전망과 대응방안’에서 전반적인 인구구조의 고령화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인력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06년 제조업 취업자 가운데 30세 미만의 젊은 연령층이 20% 미만으로 줄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일부 산업에서는 다수의 고령 인력 때문에 신규 채용도 어렵고, 향후 고령 인력의 대규모 퇴직으로 기술 및 기능 전수의 공백도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저성장은 전반적인 생활수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기도 하다. 저출산 및 고령화로 미래 산업이 변할 전망이다. 고령화 사회 도래는 기업에 실버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85세 이상 초고령인구 증가로 요양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인이 증가해서다. 게다가 이들 노인들의 경제력도 크게 향상됐다. 노인의 가구당 구매력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노인이 소비의 직접 주체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구감소가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할지 모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인구감소에 따라 산업이 재편되면,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강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일본에서는 저출산 영향으로 주요 사회시설이 줄면서 일자리가 감소했다. 94년에서 2004년 사이 초중고 교사 6만3000명이 실직했다”고 설명했다.

②소득 격차 심화로 생길 양극화(Polarization)

2025년 9월, 70세 A씨는 추석을 자녀들과 보내기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3개월 만에 돌아온다. 그는 부인과 함께 1년의 반은 말레이시아에서 보낸다. 생활비도 저렴하고, 근처 싱가포르에서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생활에 불편함은 없다. 아예 은퇴 이민을 가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가족과 친구들 없이 외국에서 지낸다는 게 외로울 것 같아 두 나라를 오가기로 했다. 은퇴 전에 살던 강남의 231㎡(70평형)대 주상복합아파트는 일찌감치 정리해 부부 내외가 살 만한 100㎡(30평형)대 아파트로 옮겼다. 대신 은퇴 전 A씨는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두고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에 투자했다. 현재 그는 매달 200만~300만원의 임대수익을 내고 있다. 퇴직금은 적당히 분산투자해뒀고, 임대수익으로 말레이시아에서 두 내외가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매달 개인연금도 나온다. 반면 김 씨와 비슷한 시기에 은퇴한 B씨는 일찍이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열었다. 아파트단지 안이라 위치가 좋아 권리금까지 주고 3억원에 창업을 했다. 월수입 300만원은 보장된다고 했다. 하지만 근처에 비슷한 콘셉트의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다. 대부분 B씨처럼 은퇴 후 창업한 사람들이다. B씨의 월수입은 100만원을 겨우 유지하는 듯하다 어느 순간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직접 배달은 힘에 부쳐 배달 아르바이트생을 뒀지만 젊은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적지 않은 인건비도 부담이 됐다. 결국 B씨는 직접 배달에 나섰다. 배달이 늦다는 고객 불만 전화가 끊이지 않더니 단골마저 떨어져나갔다. B씨는 창업 3년 만에 가게 문을 닫았고, 퇴직금 보존은커녕 빚만 남게 생겼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는 우리나라 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준다. 고성장 시기를 지난 우리나라는 불안정한 저성장이 이어지고 경제 전반에 산업구조조정이 지속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고용불안과 소득격차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고령화 속도는 양극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 환경변화에 대한 경제주체 간의 적응능력 격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B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경우를 두고 ‘제대로 노후준비를 못해서’라고 개인의 탓만 할 수는 없다. 사회에 막 진출해 일을 시작할 시기, 경제적 활동이 왕성할 시기, 그리고 경제활동을 마치고 은퇴할 시기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미처 대응할 새도 없이 빨리 변했을 뿐이다. 이런 급속한 변화는 사회 전체적으로 경제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개인에게는 혼란을 준다. 노인빈곤율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은퇴 고민을 하는 젊은이들과 달리 B씨 세대들은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한다는 게 낯설었다. 회사를 그만 둔 후 어디서 어떻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은퇴 이후 지금까지 모아둔 돈으로 생활수준을 유지하며 죽을 때까지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면 은퇴 후 재취업은 요원하다. 이런 이유로 은퇴자들이 쉽게 생각하는 것이 창업이다. 급속한 고령화가 자영업자를 양산하는 이유다. 그러나 인구의 절대감소는 내수시장이 줄고, 소비가 위축된다는 뜻. 폐업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폐업한 자영업자는 노인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미래에 마주하게 될 슬픈 현실이다.

③공급과잉이 불러올 부동산 하락(Real estate) ==서울에 거주하는 60대 은퇴자 정주택 씨는 일명 ‘집부자’로 불린다. 본인 소유 주택만 8채로 이 중 한 채에 거주하고 나머지 7채는 임대사업용이다. 서울, 수도권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집을 관리하려면 직장인 못지않게 바쁘지만 정 씨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세 수입 덕에 주택에 투자한 금액이 결코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10년 뒤인 2020년 정 씨는 인생의 낙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단순히 나이를 더 먹어서가 아니다. 임대사업을 하는 7채 중 4채가 비어 있기 때문이다. 월세를 아무리 낮춰도 주변에 넘쳐나는 오피스텔, 원룸텔 탓에 도무지 수요를 끌어들이기 힘들다. 초고속인터넷에 최고급 가구 옵션까지 설치했건만 떨어지는 임대료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주택은 기본적으로 수요·공급이 핵심이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집값이 뛴다. 반대의 경우 집값은 떨어진다. 그런데 2018년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하면 수요는 점차 줄어든다. 이 때문에 주택 공급 과잉으로 빈집이 남아돌 것으로 우려된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1차 베이비붐세대(55~63년생)가 은퇴하는 올해부터 향후 9년 동안 퇴직인구가 늘면서 집값 하락이 예상된다. 게다가 국내 인구는 저출산 고령화 영향으로 2018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고 주요 주택구매연령 계층(35~55세) 역시 2016년부터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 가계자산 중 80%가 주택 등 부동산에 편중돼 있는데 이 비율이 점차 줄어든다면 부동산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퇴직 후 가계소득이 줄어든 계층이 소유 부동산 처분에 나선다면 부동산 급매물이 늘어나 집값은 자연스레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경우 총 인구의 5%를 차지하는 단카이세대(46~49년생)가 은퇴하면서 부동산시장이 격변했다. 90년대 35~55세 인구감소와 함께 토지·주택가격이 하락하며 자산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90년을 정점으로 주택이, 이듬해인 91년에는 토지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도심에 주로 거주하는 단카이세대가 은퇴 후 보유 주택을 매도하고 안정적인 은행예금으로 전환해 집값 하락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우리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걷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공급과잉 우려도 점차 높아진다. 서울 중심의 주택공급 부족 우려를 초래하는 재건축·재개발사업은 2기신도시의 대규모 주택공급과 맞물려 수도권 공급과잉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김완중 연구위원은 “수요 대비 공급 과잉이 심해지면 도심 접근성, 주거 편의성 등에 따라 지역별 차별화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지역 수요에 따라 공급 물량을 조절하고 중소형 주택, 임대주택 등 ‘맞춤형 주택’ 보급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④개인 중심의 이기주의 사회(Egoism)

2030년. 초등학교 1학년인 이 모 어린이는 ‘사촌’이라는 단어가 최근 들어본 말 중 가장 어렵다. 부모님이 모두 외동딸, 외동아들이고 자신 역시 형제가 없으니 더욱 그렇다. 부모님의 친구들을 이모, 삼촌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그들의 자녀를 사촌이라고 부르지는 않으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모의 자녀는 ‘이종사촌’, 고모의 사촌은 ‘고종사촌’이라는 말이 교과서에 등장하는데 실제로 이를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41세 여성 박 모 씨는 남부럽지 않은 싱글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소득 대부분은 취미생활에 쓴다. 어차피 결혼이나 출산계획은 없다. 저축은 자신의 노후를 위한 것이다. 결혼을 안 하겠다던 몇몇 친구들은 늦게 결혼해 이제 아이를 낳았고,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면 내 나이가 환갑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런 친구들과 달리 박 씨는 조카를 마치 자기 아이처럼 여기고 고가의 유아용품들을 선물하며 자주 놀아준다. 자신의 아이를 낳지 않아도 조카를 예뻐하고, 가끔씩 들러 재롱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박 씨도 문득문득 우울해진다. 요즘 뉴스를 보니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집에서 고독사한 노인들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미국의 인구문제 전문가인 필립 롱맨은 저서 ‘텅 빈 요람’에서 인구 고령화 및 감소의 근본 원인 중 첫 번째로 ‘부모 역할에 대한 이중과세’를 꼽았다. 대부분 국가는 자녀가 있든 없든 똑같은 세금을 받고 똑같은 사회보장급여를 제공한다. 필립 롱맨은 이런 제도는 부모의 소득과 자녀 양육비, 교육비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사정도 다르지 않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사교육비 부담 및 맞벌이를 위한 양육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고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부부들이 많다. 차라리 ‘나를 위해 투자하자’ ‘부부 둘이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잘 살자’는 개인주의가 확산되는 이유다. 아예 결혼을 기피하는 1인가구도 늘었다.

이처럼 전통적 형태의 가족이 해체되면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를 맞게 될까. 위 어린이 사례처럼 같이 부대끼며 자랄 형제나 사촌이 없어진다. 가족 중에서 조력자를 찾기 어렵고 관계 맺기에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하는 경우 사회에 나와 인간관계를 맺는 데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

우리보다 인구감소를 일찍 경험하는 일본의 경우 ‘무연사회’ 문제가 이슈가 됐다. 무연사회는 혈연·지연 등을 통한 전통적인 관계가 무너지고, 남들과 인연을 맺으려 하지 않는 사회를 뜻한다. 핵가족화에 따라 부모·조부모 등과의 동거가 줄고, 독신이 늘면서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라이프스타일이 그 원인으로 꼽혔다. 일본 NHK와 다이아몬드지 등은 무연사회의 결과로 사회적 관계를 맺는 직장 내 비정규직 대량 해고의 증가, 이에 따른 빈곤문제, 무관심 속의 고독사 등을 지적했다.

그렇다고 자녀가 있는 가구를 지원하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고 개인주의의 팽배를 막을 수 있는 완벽한 해법은 아니다. 필립 롱맨은 대안으로 18세 이하의 자녀들 둔 부모에게는 세금을 상당액 감면하고, 대신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중하위 계층 부모들에 대한 사회보장 급여를 인상해 주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빈곤 1인가구에 대한 역차별, 가족 이기주의라는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1인가구 중에는 가족해체, 고령화, 사별 등으로 인한 비자발적 1인가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령 1인가구 중에는 최저생계비 이하로 어려운 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고, 서울의 1인가구를 10명으로 봤을 때 7~8명이 월소득 200만원 미만의 소득계층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⑤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 국민연금·건강보험은 붕괴 위기

30대 직장인 A씨는 월급에서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국민연금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A씨가 80대에 접어드는 2060년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혜택이 많은 연금보험 등에 더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2018년부터 인구가 감소하면 사회보장제도의 근간부터 흔들릴 우려가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의 감소는 ‘경제활동인구 감소→세수 감소와 사회보장비 증대→재정수지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사회보장제도가 부실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돈 받을 사람은 많아지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제도 중에서도 국민의 건강과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건강보험은 소득과 자산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고, 질병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아 쓰는 구조다. 65세 이상 노인층은 보험료 일정분을 감면받거나, 소득이 있는 자녀의 부양가족이 돼 보험료를 직접 납부하지 않는다. 즉 노인층은 보험료를 적게 내지만, 병원 이용이 잦기 때문에 많은 의료보험 급여를 받는다.

오영수 보험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인구고령화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의료비 증가 수준이 OECD 평균의 3.5배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노인진료비의 증가폭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인구 607만명은 전체 진료비의 32%를 사용했다. 이는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9%를 차지했던 2003년의 21%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향후 총인구에서 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8%, 2030년 3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50% 이상을 차지할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오영수 실장은 “올해 누적된 건보재정 적자만 848억원이다. 노인층 인구 증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의 2008년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저출산 고령화 속도로는 2060년에 국민연금 기금이 모두 고갈된다. 이는 연금지급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변경한 법개정을 반영한 통계로 2030년 이후 합계출산율을 지금보다 높은 1.28로 잡은 수치다.

결국 국민연금이 지속되려면 소득이 있는 청장년층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국민연금은 매월 납입한 돈을 나중에 받는 개념이라기보단, 같은 시대의 생산가능인구가 노년층의 소득을 떠받치는 성격이 강하다. 2005년 기준으로 생산가능인구 7.9명당 노인 1명을 부양했으나, 2020년에는 4.6명, 2050년에는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따라서 생산가능인구도 현재 소득 9% 수준인 국민연금 납입금을 30% 이상으로 늘려야 연금 지급이 가능해진다. 연금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지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혁이 필요하지만, 인구구조상 변화를 막을 수 없다면 부실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다른 수단을 찾아봐야 하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활발하지 않다.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9%. 소득대체율이란 국민연금 가입기간의 평균 소득에서 국민연금이 얼마만큼 대체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현재 49%인 소득대체율마저도 매년 0.5%씩 줄어 2028년이면 40%가 된다.

손성동 미래에셋퇴직연구소 연구실장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오면 국민연금의 급여 수준을 높여주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아닌 다른 노후대비 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을 대체하는 노후보장 수단으로는 기업연금(퇴직연금)과 주택연금(역모기지), 개인연금 등이 있다. 기업연금은 2005년 12월 처음 시작해 올해 2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고, 주택연금은 지금까지 1600건 정도 가입건수를 보였다.

김형목 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부 팀장은 “그동안 부모들이 집을 자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주택연금 가입건수가 저조했다. 하지만 노후에 재산이라고는 집 한 채 남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⑥학령인구 감소로 교육(EDucation) 체제 개편

요즘 초등학교에 가보면 한 반에 30명이 채 안되는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다. 20년 전 교실이 부족해 오전·오후반으로 나눠야 했던 상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27.8명. 초등학생 수가 347만명 정도로 2008년보다 20만명 가까이 줄었다. 10년 뒤인 2020년에는 학급당 학생 수가 10명이 채 안될지도 모른다. 저출산의 현주소다. 앞으로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이 재연된다. 학령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교육 시스템 자체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문제가 가시화되면서 학제 개편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60년 전 수립된 현행 6-3-3학제로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사회에서 필요한 만큼의 인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없게 되면서, 우수 인력의 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해졌다는 것이다. 우수 인력을 키우기 위해서 유연하고 효율적인 교육 시스템이 요구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강태진 서울대 교수는 “중학교를 4년으로 연장해 중등교육 과정에서 학생 선택에 따라 상위 학교로 진학할 수 있도록 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학제 개편이 우수 인력 양성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어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노동 인력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는 교원의 질적 수준 향상이 동반돼야 한다. 김흥주 한국교육개발원 기획처장도 “학령인구가 감소한다고 교원 수 및 학급 수를 줄일 게 아니라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여 소수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교원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공립학교의 폐쇄적인 임용 시스템과 사립학교의 불투명한 채용 방식으로는 실력을 갖춘 우수 교원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교사 임용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앞으로 기능 및 육체노동 인력 확보를 위해 외국인 이민이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김흥주 기획처장은 “점점 다문화사회가 되고 있어 다문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춰야 한다. 지금은 외국인 자녀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교원 확보와 지원 체계 정립이 미흡할 경우, 앞으로 사회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다.

인구가 감소해도 대학교 진학이 수월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대학들은 살벌한 구조조정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점점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상황에서 성적이 우수한 상위 학생들의 일류대학 경쟁률은 치열해지고, 그렇지 못한 대학은 인원 미달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교육혁신센터장은 “학령인구가 줄어들 것을 대비해 대학은 적극적으로 정원 및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대학과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국내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할 수 있다. 대신 그곳에는 국내에 이민 온 외국인들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민 기자 / 정고은 기자 / 김헌주 기자 / 윤형중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73호(10.09.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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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5 04:00:39 입력